에코칼럼

'야마'가 뭐야…또같은 사건인데 기사 '야마'가 완전 다르네!

세미예 2008. 5. 28. 11:16

"기사를 쓰려는데 이 사건의 야마가 뭐야?" 

"기사는 쓰야겠는데 야마가 안 잡히니 어떡하나."

일선 취재기자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야마'라는 게 있습니다. 기자들이 하나의 기사를 생산하기 꼭 쓰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기사를 통해 기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논지나 방향을 뜻하는 것입니다.

사전을 뒤져보니 '야마'는 '산(山)'을 뜻하는 일본어 '야마(やま)'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어 '야마(やま)'는 '산(山)' 외에도 절정, 클라이맥스라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이 '야마'가 우리나라 언론계에서는 기사의 주제나 핵심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자들이 사용하는 '야마'는 '절정'이나 '핵심'을 뜻합니다.

일선 취재기자들은 기사메모를 보낸후 '야마'의 큰 줄기를 잡지못한 채 초고를 보내면 데스크한테 혼쭐나기도 합니다. 갑자기 '야마'라는 일본어를 꺼내게 된 것은 최근 촛불문화제와 관련 언론마다 '야마'를 다르게 잡고 있더군요. 촛불문화제를 다룬 26일자 신문을 보겠습니다.

‘차도로 뛰어든 ‘촛불집회’’(조선일보) ‘촛불, 끝내 차도 불법점거’(동아일보) ‘촛불집회 17번 만에 불법시위로 변질’(중앙일보) ‘‘약속 깬 촛불’…비폭력 흔들’(국민일보) 27일자 신문을 보겠습니다.

‘사흘째 도로 점거-서울 촛불집회, 도심 행진하며 또 불법시위’(조선일보) ‘촛불시위대 사흘째 차도 점거’(동아일보), ‘도로 점거 사흘째’(중앙일보)라고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촛불문화제를 '불법시위'로 보고 '야마'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한겨레는 이날 신문에서 “귀막은 정부에 국민뜻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는 촛불집회 육성자의 시각을 '야마'로 잡았습니다.

'야마'를 다르게 보고 있으니 다른 시각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상반된 기사가 생성된 것입니다. '야마'의 중요성이 부각된 기사라 하겠습니다. 특히, 이 '야마'는 신문의 논조나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하나의 산을 볼때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보이듯 '야마'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야마'가 진실에 더 근접해 있느냐는 것이겠죠. 오늘부터 하나의 기사를 볼때 '야마'를 생각하면서 다른 기사와 비교해서 본다면 언론을 읽는 좋은 공부가 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