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입사첫날 황당, 창피, 충격…평생 못잊을 아찔한 입사 첫날

세미예 2008. 10. 31. 09:07

"술때문에 입사첫날부터 아찔했어요."

"입사 첫날 회식 지금생각해도 아찔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 말도 마세요. 지금 생각해도 챙피해요."

"무슨 말못할 일이 있었기에 창피하기까지 한가요."

"뭔지 몰라도 참으로 황당한 경험을 하셨군요."




함께 근무하는 후배가 입사  1주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기념해서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부서원들과 간단한 저녁 겸 술자리였습니다. 축하 건배를 하려니 20대 후반 회사에 입사한 첫날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엔 너무나도 큰 충격과 황당함과 창피스러움에 생각하기도 싫은 아찔한 입사 첫날이었습니다.



입사 첫날 술때문에 충격의 신고식

제가 종사하는 업계는 술을 많이 마십니다. 진하게 마십니다. 독하게 마십니다. 아마도 외근을 많이 해야하고 외근에서 만날 사람들과의 잦은 술자리에 길들여진 습성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입사 첫날 술자리도 술에 대한 내성을 기르기 위한 통과의례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입사 첫날 회사 이곳 저곳 인사하러 다녔습니다. 낯선 곳에 막내로 입사한 터라 생경하고 피곤했습니다. 저녁시간대가 되니 바로 윗 기수들이 데리고 가더군요. 간단하게 저녁만 먹여 퇴근시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꿈에도 못잊을 '지옥으로 가는 열차'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폭탄주 세례가 이어지고?

선배들이 술자리를 정렬시키더니 곧장 진한 폭탄주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선배들의 의도는 입사 축하도 하고 이참에 기강도 잡고 후배들 술마시는 실력도 기를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깡으로 마시라고 강권

깡으로 마시라고 강권하더군요. 한잔씩 폭탄주가 돌아가는 분위기였습니다.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딱 감고 마셨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더군요. 연이어 폭탄주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잔을 받아 마셨더니 속이 뒤집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또 마셔야 했습니다. 급하게 도망가듯 화장실로 갔습니다.


화장실에서 겨우 정신을 차려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벌주로 폭탄주 2잔이 또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렇게 해서 폭탄주를 몇잔 마셨는 지, 입에다 넣긴 넣었는 지, 어떻게 마셨는 지 기억은 없습니다.


폭탄주 세례에 하나 둘씩 초죽음

꽤나 여러 잔을 마신 것이죠. 그런데 당시 함께 입사한 동기들은 갓 대학을 졸업했거나 사회 초년병들이라 폭탄주를 처음으로 마셨습니다. 술이 셀리가 없었습니다. 모두들 평소 술을 마실 기회가 없었고 술마저도 약한터라 폭탄주 세례를 감당해내지 못했습니다. 


동기들이 하나 둘, 이곳 저곳에서 괴성을 지르며 나뒹굴기 시작했고 화장실을 들락거렸습니다. 선배들은 술이 약하다며 앞으로의 일들을 걱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희미한 기억속으로 그런 말들이 오가는 것 같았습니다.




약속이나 한듯 황당한 길거리 외박, 온갖 웃지못할 해프닝 만발

동기들은 한 명 두 명 인사불성이 되어 그 자리를 가까스로 빠져나온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 자리를 어떻게 빠져나왔는 지, 아니면 화장실 간다고 해놓고 빠져나왔는 지 모르지만 어떻게 빠져나온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선 너무 괴로워 뒤틀린 속을 어둠속에 이곳 저곳 실례를 한 끝에 어딘가에 누웠습니다. 그리고선 이내 정신을 잃었습니다.


지하철역 입구서 잠들다니?

머리는 아프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깜짝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려고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인사불성이 되어 지하철역 입구에서 그대로 잠이 든 입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더군요.


초췌한 모습에 축 늘어진 몰골이 상상만 해도 가관이었죠.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지만 속은 여전히 뒤틀려 실례할 곳만 찾고 있었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려서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음날이 쉬는 날이라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또다시 정신을 잃었습니다.


한편, 몇일 뒤 다른 동기들의 소식을 듣고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더 황당한 경험을 했더군요.



육교위에서 잠들다니?

한 동기는 육교위에서 잠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지갑이며 겉옷까지 없어졌다고 합니다.  또다른 동기는 전봇대옆에서 잠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부터 온 몸이 밤새 이 사람 저 사람 실례한 것들로 끔찍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한 몰골이 되었다는 것이죠.


동기들 중 집에까지 제대로 돌아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모두들 거리에서 외박을 했습니다. 운나쁜 동기는 도선생이 몽땅 털어간 것이죠. 취객들의 실례세례를 받은 동기는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 온 몸을 살펴보다가 아연실색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래도 운좋게 지하철역 지하도에 잠들어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았습니다. 당시 저를 본 사람들은 얼마나 한심한 사람으로 여겼겠습니까. 그래도 도선생과 마주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장차림으로 밤새 지하도에서 누워잤으니 당시 저를 본 사람들은 얼마나 혀를 차며 지나쳤겠습니까.



며칠동안 지속된 그날의 후유증 

신고식 술자리 후유증은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밤새 속이 고생했는데 그 다음날 집에서도 계속 속이 뒤틀리더군요. 공휴일날 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습니다. 또한 속이 뒤틀려 아무것도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약국에서 술깨는 약이라고 사오셨지만 그 약마저도 속이 뒤틀려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튿날, 그러니까 술자리가 끝날 다다음날 아침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죽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속이 뒤틀려 실례를 하도 많이 한 탓에 목이 쉰것입니다. 목이 붓고 쉬어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목쉰 것은 몇일 동안 풀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감기에 목이 쉬기까지

또 이른 봄이라 새벽이슬을 맞고 잠에 든 탓에 감기마저 걸렸습니다. 술이 약한 사람들에게 첫 신고식치고는 숱한 폭탄주 세례가 엄청난 후유증을 유발한 것이죠.  이렇게 입사 첫날은 참으로 황당하고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도 엄청난  사건아닌 사건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일이지만 당시엔 회사출근 여부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일종의 '사건' 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습니까. 입사 첫날 조용하게 넘어갔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