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중전화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글쎄요. 그런데 왜 공중전화 놔두죠?"
"그러게요. 그러고 보니 궁금해요."
"아직도 공중전화 곳곳에 있는게 신기해요. 이상하기도 하구요."
"그러게요, 누가 공중전화 이용할까요?"
"저도 그게 참으로 궁금합니다."
모처럼 전화 한통 하려고 동네 구판장 옆 공중전화 부스에서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차례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첫 휴가를 나와서 빨리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께 군대 첫 휴가 소식을 알려야 하는데 순서를 기다리다가 발을 굴렀던 적은 없습니까.
막상 이런 사연을 늘어놓고 보니 마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기역이나 고속버스 터미널 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시 곳곳에 설치됐던 공중전화가 어느새 추억속 이야기 같습니다. 그 많던 공중전화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공중전화에 얽힌 사연 참 많네
공중전화에 얽힌 일화는 참 많습니다. 그 중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 줄서기입니다. 첫 휴가를 나온 이등병이 부모님께 전화를 하던 곳도 공중전화입니다.
대학 합격 소식을 가장 먼저 전화려 발버둥쳤던 곳도 공중전화였습니다. 그래서 사연이 정과 정을 타고 흘러갑니다. 공중전화는 서민들이 소식을 전달해준 고마운 벗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연인이 장악한 공중전화 아차 줄을 잘못섰어!
공중전화를 걸려면 줄을 서야 했습니다. 그래서 역이나 고속버스티미널 공중전화 부스앞엔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그런데 공중전화 줄도 잘 서야 합니다. 잘못서면 다른 줄은 금방 없어지는 데 하필이면 내 줄은 줄지가 않습니다. 바로 연인이 전화를 걸 때입니다. 남자친구한테 전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여자분은 몇 시간째 전화통을 붙들고 있습니다.
참다 못한 어떤 분을 전화를 빨리 끊어라고 말을 합니다. 그래도 계속 전화를 붙들고 있으면 공중전화 부스를 발로 차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줄은 줄은 사실상 포기를 해야 합니다. 오래 통화를 하려고 동전이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동전이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가 무섭게 새로운 동전을 자꾸만 밀어 넣습니다.
이쿠, 공중전화 이용하려니 동전이 모자라잖아!
공중전화 이용중 가장 재밌는 것은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몇 초당 얼마 이렇게 계산이 되기 때문에 통화중 끊어지기도 합니다. 동전이 떨어지면 동전이 얼마 남았지만 포기하고 공중전화 부스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또다른 재미는 다른 사람이 전화를 걸고 난후 잔돈이 남은 경우입니다. 그렇게 되면 공중전화를 부여잡고 뜻밖에 전화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지요. 또 돈이 남은 경우 동전을 조금 더 보태면 뜻밖에도 공중전화를 그냥 사용할 수가 있었습니다.
또 어느 날은 가까스로 공중전화를 사용할 순서가 되었건만 전화를 받는 사람이 통화중입니다. 조금 있다가 다시 이용하고자 동전을 넣는데 갑자기 동전이 쏟아집니다. 이런 때는 한마디로 대박인 셈이죠. 100원을 넣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500원이 툭 튀어 나옵니다.
공중전화의 수난사도 있었다고?
공중전화의 수난도 있었습니다. 가장 흔한게 취객들의 습격입니다. 취객들이 실례를 하기가 일쑤고 어떤때는 공중전화 부스의 유리가 심심찮게 깨지기도 합니다.
또 어떤 취객은 공중전화 부스안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공중전화 부스는 서민의 온갖 희노애락을 다 받아준 셈입니다.
휴대전화에 밀려 어느새 공중전화 꼬리 내렸네!
공중전화가 어느 순간 하나 둘씩 사라져갑니다. 어느새 동네 주변에서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 많던 공중전화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왜 그렇게 사라진 것일까요.
휴대전화가 그렇게 만든 것이지요.
언제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가 밀려오면서 공중전화는 하나 둘씩 사라져 갔습니다. 공중전화의 퇴보를 가져온게 아이러니 하게도 휴대전화인 셈입니다. 당시엔 휴대전화기가 비싸서 공중전화를 대체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어느새 휴대전화기가 보급돼 공중전화가 설 땅을 잃었습니다.
우리나라 공중전화 얼마나 줄었나
공중전화를 관리하는 통신회사에 따르면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 설치된 무인 공중전화가 56만4504대였다고 합니다. 휴대전화 보급이 활성화되기 전, 특히 ‘삐삐’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공중전화가 아주 요긴한 존재였습니다.
올해 전국의 공중전화는 대략 15만 여대라고 합니다. 10년전과 비교해봐도 많이 줄었습니다. 올해 기준 전국에 남아있는 공중전화는 10년 전과 비교해 약 4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이동전화가입자수가 470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사실상 우리나라 국민들은 ‘1인 1휴대전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입니다. 이것이 공중전화 사용을 멀리하게 된 계기가 된 것입니다.
공중전화 이용자가 적어도 왜 그냥 놔둘까?
공중전화를 관리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한 때는 효자 노릇을 하던 공중전화가 애물단지로 전락한지 오래지만 이 사업을 접지 못하는 사연이 있습니다.
바로 ‘보편적 서비스’ 때문입니다. 보편적서비스란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전기통신 서비스를 말합니다.
공중전화는 이동통신 및 집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 없기 때문에 사용량은 적어도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보편적서비스로 인한 손실분담금(USF) 제도를 놓고 통신업체간 공중전화 적정대수 논란도 야기되고 있습니다..
한때 서민의 친구였던 공중전화. 오늘날은 보편적 서비스 때문에 간신하 명맥을 이어가는 공중전화. 시대가 변하니 사라지는 것들도 참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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