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노라면 여러 가지 기념일을 맞게 됩니다. 기념일은 결혼생활을 하면서 기억해 주고 함께 그 의미를 되세겨 주어야만 합니다. 우린 참으로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기념일을 꼽으라면 결혼기념일, 아이들 생일, 부부의 생일, 시부모 생일 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필자는 연거푸 2개의 기념일을 깜빡했습니다. 엊그제 집사람 생일입니다. 해마다 꼬박꼬박 잘 챙겼었는데 엊그제는 그만 깜빡했습니다. 얼마전에는 큰애 생일도 그렇게 깜빡했습니다.
아내의 생일 그만 깜빡했어요
집사람은 당일날 내색을 안하더군요. 필자의 경우 올해는 유난히 헷갈립니다. 그도 그럴것이 집사람 생일이 음력 9월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양력으로 환산하다 보니 미처 기억을 못했습니다. 올해는 윤달이 들어 음력으로 환산하려니 그만큼 헷갈렸습니다.
아니면 이것 저것 바쁘다는 핑계때문일까요. 그래서 곧잘 잊어버리곤 한답니다. 그런데 올해의 집사람 생일을 그만 깜빡하고 말았습니다.
예년 같으면 집사람은 생일을 기억해 줬다는 사실 하나에 감격해서 남편의 존재를 다시금 느끼곤 했습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하죠. 그래서 기념일을 기억해주면 더 감격해 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생일날을 그만 깜빡 지나쳐 버렸습니다.
서운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아내
엊그제 아침, 집사람이 느닷없이 최근 미역이 웰빙식품으로 다시금 각광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쯤되면 대충이라도 눈치를 긁어야 하는데 그때까지도 눈치를 못채고 무슨 연구자료를 이야기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 ‘대학후배의 남편은 생일 선물로 해외여행을 시켜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과소비 같아요’라는 말을 합니다. 그제서야 가시방석이었습니다. 정말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습니다.
말은 안해도 몹시 서운했던 모양입니다. 집사람의 이야기가 무던히도 부담스러워 화제를 은근슬쩍 딴곳으로 돌려 난처함을 모면했습니다. 집사람도 못이긴채 하고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려 줍니다.
뒤늦게 생일잊은 죄 만회작전
‘이벤트에 응모했는데 상금이 생겼어. 이건 공돈이나 마찬가지니 한턱 쏘아야지.’ 집사람은 공돈이 생기면 저축을 하고 아이들 필요한 것들을 사야지 외식이 뭐냐고 까칠하게 말합니다.
'아냐, 이벤트 상금은 쓰야한대.'
'공짜 좋아하면 큰코 다쳐요.'
'그래도 한턱 쏘고 싶은데.'
' 혼자 드시고 혼자 즐기세요.'
여전히 까칠합니다. 그래도 우겨서 외식을 했습니다. 집사람의 어제아침 한마디가 너무나도 가슴깊이 와 닿기에 건수를 잡아 외식을 했습니다. 저녁을 일찍 먹고 집사람과 큰애와 함께 우겨서 부산시내 드라이버를 했습니다. 광안대교를 거쳐 영도의 제2송도 길과 태종대 자갈마당까지 갔습니다.
산속에서 생일축하를
다시 차를 몰아 황령산 정상부근까지 갔습니다. 그곳에서 부산시내의 반짝이는 불빛을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황령산 정상부근에서 화장품 세트를 선물로 건넵니다. 큰애는 엄마 생일 축하한다면서 왜 케익이 없느냐고 자꾸 묻습니다. 아이한테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주자고 했습니다. 생일은 당겨도 뒤늦게 챙기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케잌은 준비 안했습니다.
큰애는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며 노래를 불러 줍니다. 집사람은 필자가 사준 화장품 세트를 들고선 아이의 노래에 그만 눈시울이 불거집니다. 이때를 이용해서 생일 제때 못챙겨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생일선물을 받아든 아내의 딴지걸기
집사람은 돈도 없을텐데 화장품을 왜 샀는냐고 야단칩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받으면 될텐데 돈타령을 합니다. 그 마음만 받으면 될텐데 돈이야기를 해대니 기분이 묘해집니다.
하지만 그 돈타령이 그냥 허튼소리로 해보는 것임을 잘 압니다. 그 야단이 야단이 아니란 것을 잘 압니다.
이렇게 해서 올해의 집사람 생일은 적당히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하루 하루는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면 엄청 중요한 날이 되고 맙니다. 특히, 인간은 감정의 동물인 관계로 기념일은 의미 이상의 중요한 날이 되고 맙니다. 그러니 아내의 생일은 부부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축하객들에게 열심히 살겠노라고 다짐했던 그 수많은 나날들이 흘러 이제는 다짐이 생활에 찌들려 약해질 무렵이면 기념일이라는 것이 다가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내년에는 좀 더 근사한 생일잔치를 해줄 것이라 다짐하면서 아내에게 이래저래 미안하고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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