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를 보니 이색사연이 생각납니다."
"어린시절 막걸리 마셨다가 혼쭐났어요."
"어린시절부터 막걸리 마셨군요."
"그게 아니라 막걸리 때문에 일이 생겼어요."
"그래요, 무슨 사연인지 재밌겠군요."
저녁을 먹는데 회사 동료가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다고 합니다. 막걸리를 보니 여러가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맥주는 맥이 풀려 안먹고, 양주는 양이 안차서 못먹고, 소주는 속이 아파 안먹고, 막걸리는 막 걸려서 안 먹는답니다.' 한때 우스갯 소리로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술에 대한 추억이 참 많으시죠. 막걸리를 보니 막걸리에 얽힌 어린시절의 아찔한 경험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지금에야 웃을 수 있었지만 당시엔 참 아찔했습니다. 어떤 사연인 지 함께 떠나볼까요.
술도가에 막걸리 심부름을 하기는 했는데
농번기의 농촌아이들은 부모님을 도와 농삿일을 거들어야 했습니다. 필자도 예외일 수 없었습니다. 특히, 모내기철엔 아이들도 일을 도와야 했습니다. 못줄을 잡아주거나 잔심부름을 해야 했습니다.
새참이라고 해서 모내기 중간에 찬을 먹습니다. 찬에 빠질 수 없는 게 막걸리입니다. 그 막걸리를 사러 주전자를 들고 술도가에 심부름을 갑니다. 술도는 술을 만들어 파는 집입니다. 술도가의 막걸리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금방이라도 취할 것만 같습니다.
친구의 유혹에 그만
술주전자를 들고 한참 모내기가 진행중인 논으로 갑니다. 논으로 가다가 동네친구를 만났습니다. 몹시 반가워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막걸리를 조금 마셔봐도 재밌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친구가 먼저 조금 마십니다.
어른처럼 트림소리도 해댑니다. 어른이 된 것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그 친구가 몹시도 재밌어 합니다. 필자더러 한번 해보라도 합니다. 그래서 필자도 한모금 마십니다. 그런데 그게 그토록 큰 일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술에 취해 비몽사몽간으로
머리가 아프면서 이상합니다. 잠이 쏟아집니다. 외진 곳에서 친구랑 잠시 누워서 술을 깨고 간다는 것이 그만 한 빈집에서 그만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를 잤든지 정신을 차려보니 밤기운이 차갑습니다. 봄의 밤이라 차갑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친구도 필자도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습니다.
하늘엔 별이 총총 떠있고 마시다 남은 술주전자가 곁에 있습니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집에 돌아가면 혼날 일 때문에 겁부터 덜컥납니다.
집에 돌아가면 혼날 일을 생각하니 겁이 납니다. 또 밤이라 무서움에 겁도 납니다. 이래도 겁나고 저래도 겁이 납니다. 살금살금 숨어서 집으로 갑니다.
집안에 불만 켜진채 아무도 없어? 무슨 일이야!
집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당시 전깃불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필자의 고향마을엔 60촉짜리 백열전등을 켰습니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호롱불을 사용했었는데 전기가 들어오니 참 편해졌습니다.
집안으로 들어가보니 방아랫목에 밥이 차려져 있습니다. 저녁을 걸렀던 터러 몹시 시장합니다. 혼날 일은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몹시 빠른 손놀림으로 밥을 주섬주섬 위안에 넣습니다. 어찌나 배가 고팠든 지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나지가 않습니다. 밥을 먹고 허기가 가시자 주위를 둘러봅니다. 집안에 아무도 없습니다. 동생조차도 없습니다. 이상하다. 모두 어디갔지?
부모님이 야단은커녕 이상한 말씀만…
한참을 기다리니 동생이 먼저 들어오고 이윽고 부모님이 들어옵니다. 방 구속에 숨어 있다가 동생한테 들키고 부모님한테 발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야단났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부모님의 응당한 처벌에 몸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손을 덥썩 잡더니 '고맙다'라고 하십니다. 무엇이 고마운지 모르고 혼이 나지 않을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낮에 술을 받아가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야단을 안치십니다. 오히려 고맙다는 말까지 하십니다.
가출한 것으로 오해하다니…
술심부름을 시켜놓았는데 한참을 돌아오지 않자 부모님은 포기하고 다시 술도가에서 술을 받아오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내기는 끝이 난 것이지요. 부모님은 필자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자 내심 걱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저녁시간대에도 나타나지 않자 필자를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이지요. 날이 저물고 밤시간대가 되자 가족들은 온통 필자를 찾아서 온 동네를 돌아다닌 것입니다.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결국엔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죠. 부모님은 돌아온 것만 해도 고맙다고 하시면서 야단을 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에 ‘다음부터는 마음껏 놀고 싶으면 미리 허락받고 놀아라’라고만 간단하게 말씀하십니다. 필자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예’라고 말합니다.
잠을 자려니 잠이 오지 않은 밤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을 청하려는데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빈집에서 너무 많이 잔 것이지요. 머리도 지끈지끈 아팠습니다. 이부자리 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입니다. 평생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하늘에 별이 총총 떠있고 가슴한켠엔 죄송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교차합니다. 이렇게 해서 술로 인한 해프닝은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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