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됩니다. 한 장애인이 애타게 누군가를 기다리며 영화를 봅니다. 한 장애인 감독이 만든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됩니다. 장애인 여자친구가 혹시라도 올까봐 이 장애인 감독은 기대반 설레임 반으로 애타게 기다립니다. 하지만 끝내 장애인 여자친구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한 장애인 감독이 만든 작품내용 중의 한 장면입니다. 이 장애인 감독이 소속된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장애에 굴하지 않고 이를 극복해 나가려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절로 숙연해집니다. 그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노력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겐 장애를 극복해 나가려는 노력이 있어 더 아름답습니다.
장애인이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 단편영화를 만든다면 어떨까요. 이들 작품들이 가능할까요. 그래서 그들이 만든 작품은 더 진솔하고 우리의 세계를 비춰주는 거울이 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영상시민제작단의 첫 모임이 소개된 윤한민 감독의 블로그.
아름다운 그들, 전국 첫 장애인 영상시민제작단
전국 처음으로 장애인 영상시민제작단이 만들어져 활동중입니다. 영상작품을 일반인들 조차도 버겁지만 그들은 새로운 역사를 쓰나가고 있습니다.
소중한 얼굴들
2008년 3월29일 토요일 오후3시,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3층. 사람들이 오고가는 복도 한켠에 휴게실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우린 의미있는 만남을 가졌습니다. 무슨 거창한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아직 할 얘기도 별로 없습니다. 이제부터 얘깃거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무슨 얘기를 할 거냐구요? 그것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모였으니까 할 얘기가 많이 있겠지요. 언어장애가 있어, 의시표현이 잘 안되는데도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왔습니다. 손, 발이 불편하여 한번 외출하려면 한 두어시간 걸립니다. 그래도 나름 살아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장애인이라고 장애가 너무 많더군요. 우리 사회에요. 때론 왜 좌절이 안되겠습니까? 그렇지만 이를 악물어야지요.(영상시민제작단 윤한민감독의 블로그 미디어숲중에서)
시작은 미약했지만 장애인 영상시민제작단은 의지와 투혼하나로 뭉쳤습니다. 윤한민 감독의 블로그 글에서 언급했듯이 시작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미약했습니다. 변변한 회의실 조차 없었습니다. 무엇부터 해야할 지도 모른채 무작정 의욕 하나 만으로 뭉쳤습니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막연한 의지 하나만으로 모였습니다. 언어장애로 의사표현이 잘 안되고 모이고 뭉치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게 작은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작은 밀알이 땅에 떨어져 결실을!
사람들이 오고가는 복도 한켠에서 첫 만남을 시작했지만 장애인 영상시민제작단은 눈부신 활동으로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발족 첫해에 한국예총 부산시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영화인협회 부산지회가 주관한 2008 부산영상제에 금상과 가작 수상작을 배출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다큐멘터리 작품이 방송으로 전파를 탔고,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영화제와 영상제에도 줄줄이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힘들고 외로웠던 지난한 작품제작 과정
작품 결실 이면에 숨겨진 뒷이야기는 참으로 가슴 찡합니다. 기획과 구성 및 연출이 정규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아니라 아무래도 50% 부족한 상태서 출발합니다.
영상 촬영도 쉽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제대로 들 수도 없습니다. 막상 카메라를 잡아도 앵글이 흔들립니다. 필요할 경우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흡족하게 연출해내지 못합니다.
촬영장소로 이동하기도 쉽지않습니다. 특히, 엘리베이트가 없는 경우 이동조차도 버겁습니다. 어떤 경우엔 현장 접근조차 차단 당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섭외도 참으로 힘든 과정 중의 하나입니다. 작품제작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 못하거나 장애인의 작품 제작에 대해 그렇게 썩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촬영장비도 일일이 빌려 작품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편집시설 역시 따로 없어서 미리 예약을 통해 작업을 합니다.
한마디로 장애인이 영상작품을 만드는 게 어느 것 하나 호의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작품은 계속되어야 한다
최근의 날씨는 참 힘듭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주르르 흐릅니다. 겨울이면 추운 날씨 속에서도 현장을 오가면서 촬영하고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편집합니다. 점심은 도시락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대충 때웁니다.
휠체어에 의지하고 손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의지가 워낙 강해 손발이 불편해도 큰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헤쳐나갈 것입니다. 다른 장애인들에게 하나의 길을 보여주고 싶다고 합니다. 먼저 달려가 길을 내겠다고 합니다. 그 길을 다른 장애인들이 달려와 함께하고 싶어합니다.
영상제작단은 날로 제작단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여건이 그렇게 호락오락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어려움은 많습니다. 오늘도 이들 장애인영상제작단을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윤한민 감독, 장애를 이겨낸 아름다운 사람!
장애인 제작단을 이끌고 있는 분은 윤한민 감독입니다. 휠체어에 의지해 이동하고 기획하고 관공서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합니다.
다른 장애인들에게 맏형으로서 귀감이 되고자 더 열심히 뜁니다. 하지만, 그도 개인적으론 참으로 기구한 운명을 겪었습니다.
한참 인생의 참맛을 알기 시작했을때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됩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 장애인의 삶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휠체어에 의지해 지난날 아픈 사연을 뒤로한 채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잘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가지 어렵습니다. 가장으로서 가정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윤한민 감독의 사연을 듣게 된 그날 참 가슴이 아파 잠을 뒤척인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영상제작단에 힘찬 격려의 박수를!
영상작업은 쉽지않은 작업입니다. 현대가 영상시대라고 하지만, 아직도 영상 장비가 고가입니다. 편집시설도 갖춰진 곳이 별로 없습니다.
기획과 섭외, 촬영과 편집 그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오늘도 '제2의 워낭소리'를 꿈꾸며 열심히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장애라는 말이 단순한 단어에 불과합니다.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 어떨까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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