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 출석카드랑 가정통신문 00것이잖아.”
“???”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네."
"어디에 숨어 있는지 냉큼 나와라."
"정말 이렇게 찾기가 힘들어서야."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의 가방을 꺼내 숙제를 점검하려면 자주 다른 애의 것이 눈에 띕니다. 그런데 아이는 무슨 뜻인지 모릅니다.
그도 그럴것이 한 남자애의 사물함이 우리애 바로 옆인데 자주 바꿔넣습니다. 장난으로 그랬는 지 아니면 잘 몰라 그렇게 되었는 지 모릅니다.
우리 애는 매번 영문을 몰라 이상하다는 표정만 짓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바뀐 것이죠. 아이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다른 아이가 바꿔가면 바뀐채로 가방을 들고 옵니다. 그래도 참 사랑스럽니다. 비록 숙제를 못해가는 일이 생겨도 좋습니다.
반면에 아이를 보면서 군대시절의 아름답지 못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 참 씁쓰레 합니다.
물건이 없어지면 그대로 채워라?
“지급된 보급품이 모자라잖아.”
“일석점호시간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맞춰놔”
자고 일어나 일조 점호를 한후 개인 사물함을 열어보니 보급품 중 런닝의 개수가 부족합니다. 밤새 누군가 사물함을 손댄 것입니다.
하루는 자고 일어나 보니 수통이 없습니다. 밤새 누군가 수통을 가져간 것이죠. 이렇듯 보급품을 잃어 버리거나 부족하면 한바탕 홍역을 치러곤 합니다. 고참들에게 호되게 당합니다.
심지어는 점호시간에 얼차례 세례를 당합니다. 군대의 고참들은 누군가 물품을 가져가면 반대로 훔쳐서라도 그대로 채우라고 합니다. 아니면 심한 구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엔 군대에도 물품이 참 부족했습니다. 저녁 일석점호 시간때엔 으레 당직사령이 물품을 검사하곤 했습니다. 점호시간에 깨지지 않으려고 고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채우라고 합니다.
위치이동? 도둑? 절도? 그 기준은 뭘까?
군대시절 필자는 보급품 때문에 여러 번 홍역을 치렀습니다. 많이 없어진 것이죠. 아무리 표시를 해두고 이름을 적어놔도 없어집니다.
그래도 남의 것을 가져다가 숫자만 채워놓으라는 고참의 지시를 따를 순 없었습니다. ‘절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럴때마다 고참들은 벌컥 화를 내면서 구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중엔 ‘위치이동’이라고 가르치더군요. 군대에서는 위치이동만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소위 말하는 ‘위치이동’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이름을 적어 놓아도 가져가 버립니다. 숫자만 채워놓으면 된다는 그런 사고가 깔려 있었습니다.
위치이동? 절도?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숱한 사건사고 보도내용중 얼마전 어떤 분이 산의 나무를 뽑아 가정용 조경수로 팔다가 적발된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죄가 되는 줄 모르고 ‘위치이동’을 시켰다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란판매점의 비싼 난초를 가져다가 가정에서 키우다가 적발되었다고 합니다. 위치이동입니다. 그런데 엄연한 절도입니다.
사회의 위치이동은 엄연히 죄가 됩니다. 하지만 군대에서의 위치이동은 죄가 안되는 것일까요.
위치이동이 빈발하는 군대라는 사회는 필자에겐 참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보급품이 돌고도는 그런 사회였기 때문이죠. 위치이동이란 개념에 참 힘든 생활이었습니다.
제 위치에 있어야 제격
물건이 바뀌었든, 잃어버렸든, 누가 가져갔든 서로의 입장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가져간 사람은 잃어버린 사람을, 습득한 사람은 잃어버린 사람을….
또 제 물건은 제자리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 자리에 제 물건이 없다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군대시절 한참 고참이 표시를 해둔 남의 보급품을 입고 다니는 것을 수시로 봤습니다. 그래도 졸병으로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풍경이었죠.
최근 우리사회엔 제 위치에 있어야할 것들이 제 자리에 있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전 시위를 막으려 여러가지 시설을 배치시켜 놓은 것도 제자리가 아닙니다. 제 물건은 제 위치에 있을때 아름답습니다. 오늘알 우리 사회에 이런 것은 없을까요.
오늘의 나는 제자리에 제대로 있을까?
스스로 자문해 봅니다. 현재의 위치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 현재 서 있는 그 자리나 역할이 바뀐 것은 아닌지.
사회적으로도 제자리에 있고, 제역할을 하고 있는 지 곰곰 생각해 봅니다. 어떠세요. 제 자리에 서 있습니까. 혹시 위치가 이동된 것은 아니시겠죠. 필자는 반성해봅니다. 그리고 돌아봅니다. 제위치에 서 있는 것인지, 제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오늘은 앞과 뒤를 돌아보지 마시고 현재의 위치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그런 하루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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