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대표적인 남도의 항구도시입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항구도시가 대개 그렇듯 일제가 우리민족을 수탈하기 위한 개발과정을 통해 근현대적인 항구도시 면모를 갖춰왔습니다. 우리나라 백성들의 피땀으로 일군 농산물 등을 일본으로 가져가거나 전쟁물자로 실어나르기 위해 항구도시를 적극 개발했습니다.
이러한 일제의 만행과 과거의 아픈 역사를 생각하면 울분이 치솟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작가들은 일제의 만행과 가슴 아픈 역사를 문학속에 담아 생생하게 고발하고 표현했습니다. 시나 소설속에 이들에 항거하는 농민들의 모습이 많습니다. 이들 농민들은 비록 일제에 수탈을 당하지만 언젠가는 독립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갑니다.
아미산 전망대서 바라본 낙동강 남단 모래톱.
향토작가 요산 김정한 선생의 작품의 무대였던 낙동강과 을숙도
부산을 대표하는 작가 요산 김정한 선생도 그랬습니다. 선생의 작품속에는 항일정신과 비록 일제의 총칼앞에 수탈을 당하고 살아가지만 그래도 건강한 삶을 이어가는 농민들의 모습이 많이 나옵니다. 선생은 또한 대표적인 '낙동강 파수꾼'이었습니다.
선생은 낙동강 인근을 배경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의 삶과 항일 투쟁을 문학적 주제로 삼았습니다. '향진기' '기로' '낙일홍' 등은 대표적인 항일정신을 엿볼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또 단편 '모래톱 이야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소재를 통해 항일 정신과 농민들의 건강한 삶을 문학적으로 형상화 시켰습니다.
선생은 '선거족'에서 한 주인공의 말을 평생 좌우명으로 삼으셨죠. "사람답게 살아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하거나 굴복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이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요산선생 문학적 고향을 찾아가 봤더니
선생이 문학적 고향으로 생각하셨던 낙동강 남단을 찾아가봤습니다. 아픈 역사를 아는 지 모르는 지 낙동강 물길은 어제나 오늘이나 다름없이 유유히 흘러 내려옵니다.
먼저 아미산 전망대를 찾아갔습니다. 곧장 을숙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 멀리 명지대교의 건설현장이 들어옵니다. 한눈에 봐도 철새도래지를 절단낼 기세입니다. 저멀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까지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파트촌도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낙동강물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물색이 한눈에 봐도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얼마전 농민들이 오염으로 인해 농사짓기 힘들다며 관계기관에 수질오염 대책을 요구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낙동강물의 오염현상은 심각합니다.
모래톱과 낙동강은 자연이 빚은 환상적인 절경입니다. 하지만, 이 모래톱도 개발의 현장에 밀려 예전에 비해 모습이 많이 변모됐습니다.
모래톱과 을숙도는 뗄래야 뗄 수가 없습니다. 바로 인근에 있기 때문이죠. 새들의 먹이활동 주요 무대가 되기 때문이죠. 을숙도는 부산의 자랑거리죠. 20여년전, 아니 10여년 전만 해도 철새와 관련된 언론의 주요 멘트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 을숙도’란 표현이었습니다. 현재는 어떨까요.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언론은 없습니다.
아미산 전망대의 낙동강 하구 소개글.
아미산 전망대서 바라본 낙동강 남단. 저멀리 을숙도를 가로지르는 명지대교가 보인다.
을숙도를 가로지르는 명지대교 건설 현장. 환경단체들이 반대했지만 끝끝내 건설중이다.
점점 번지수가 줄어드는 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철새들이 유유이 날고 있다.
을숙도의 일몰.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어디서나 작품이 된다.
을숙도의 갈대. 낙조와 잘 어우러져 있다.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 을숙도 남단. 철새들이 저녁이면 이곳으로 모여든다.
아미산 전망대 낙동강 하구 철새들과 낙조 조망 장관
낙동강 남단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지난 10월 생겼습니다. 부산시에서 사하구 다대동 아미산에 낙동강 하구 철새들과 낙조(일몰)의 장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했습니다. 아미산 중턱의 몰운대성당, 롯데캐슬아파트 입구에 세운 전망대는 진입로와 의자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도요등과 대마등, 을숙도, 남해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도 탐조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요산 선생이 굽어봤던 낙동강 남단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곳 전망대가 아파트촌에 포위돼 있습니다. 비유로 하자면 아파트촌 발아래 설치돼 있습니다. 아미산 산허리까지 이미 아파트촌이 건설돼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을숙도에서 아미산을 바라보면 산의 모습 대신 아파트촌이 먼저 들어옵니다.
을숙도서 바라본 아미산 전망대.
을숙도를 병풍처럼 둘러싼 아파트촌.
개발로 야성을 잃어가는 서부산권…요산 선생이 보셨다면
부산이 개발의 축이 서부산권으로 확대되면서 선생이 작품 구상을 위해 굽어보고 걸어보셨을 그곳은 오늘날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개발이란 미명하에 야금야금 콘크리트가 땅을 갉아먹어 야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먼 훗날을 내다보지 못한 개발의 부메랑일까요. 급기야는 창원과 우포늪에서 얼마전 끝난 람사르 총회의 공식 방문지에서도 제외되는 수모아닌 수모도 겪었습니다.
제10차 람사르총회의 공식 방문지로 지정되고 총회에 참가한 많은 외국인 환경 전문가들이 탐방한 곳은 경남 창녕 우포늪과 창원 주남저수지, 전남 순천만 갯벌 3곳이었습니다.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생태 관광지로서 주목을 받은 곳은 을숙도가 빠진 우포늪과 주남저수지, 순천만 갯벌 3곳입니다.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란 명성이 무색해 보입니다.
오늘날 을숙도엔 명지대교 건설이 한창입니다. 명지대교는 을숙도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습지위를 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다리가 완공돼 차들이 다닌다면 을숙도의 습지 파괴와 새들의 먹이활동은 어떻게 될 지 상상이 안갑니다. 왜 환경지킴이들이 명지대교를 그토록 반대했는 지 알것 같습니다.
사람 우선 개발보다 자연과 더불어살 수 있는 지혜로운 개발을
을숙도가 람사르총회에서 사실상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만큼 야성을 잃었다고 해야합니까. 아니면 행정당국의 환경외교 혹은 환경행정이 문제가 있어서일까요.
을숙도 철새도래지를 가로지르는 명지대교, 철새들이 자유로운 먹이활동을 저해하는 낙동강 환경오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개발의 부작용을 현장에서 보게 됩니다. 행정당국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을숙도와 낙동강남단의 환경적 가치에 하루속히 눈을 뜨야 합니다. 먼 훗날을 내다보고 환경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그래야만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정이 될것입니다.
요산 선생의 작품 주무대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가슴 아프고 서글퍼집니다. 요산 선생이 보셨다면 우리들에게 뭐라고 하실 지 답답한 마음 가눌길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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