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장애인한테 이렇게 홀대할줄 몰랐어요"
"부산국제영화제 못봤나요?"
"영화를 보고싶어도 도대체 볼수가 없었어요."
"그들만의 영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영화제는 그늘만의 축제가 되어서는 결코 안되는데 답답하네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막을 내렸습니다. 부산을 영화의 바다로 이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규모와 내용면에서 지난해 보다 한층 성장했다고 매스컴에선 보도합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겐 여전히 접근하기 힘든 ‘그들만의 영화제(?)’ 였던 것 같습니다. 화와 영상에 관심이 있는 장애인들과 함께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직접 찾아갔다가 실망만 안은채 돌아와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장애인을 배려나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시민을 위한 영화제 맞는지 아니면 영화인들만의 영화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나고 한참 지난 후 그 장애인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도 그날 즐거웠다고 말입니다. 좋은 추억이었다고 합니다. 그 전화를 받고 순간 얼굴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장애인들에게 안좋은 장면만 보여줬는데 뭐가 그렇게 줄거웠을까요. 안좋은 장면이 추억이 되었을까요.
그래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냉정히 말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제반 여건이 아직은 적어도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답답합니다.
먼저 국내외 스타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오픈토크가 열리는 해운대 백사장엔 장애인들이 접근할 엄두도 못냈습니다. '놈놈놈'의 오픈토크가 열린 지난 4일 저녁, 해운대 백사장 야외무대 주변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습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곳엔 갈 수도, 갈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장애인과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일반인들도 접근하기 어려운데 장애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장애인들은 '놈놈놈' 관심이 없습니까. 장애인들도 '놈놈놈' 궁금합니다. 하지만, 먼발치에서조차 구경할 수도 없는 형국이었습니다.
오픈토크가 열리지 않는 시간대에 그 장애인과 해운대 백사장에 마련된 피프빌리지를 구경하고자 또 갔습니다. 그런데 피프빌리지를 내려가려고 했더니 경사로가 전혀 없었습니다. 피프빌리지는 적어도 장애인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다른 젊은이들은 사진도 찍고 이곳 저곳 다니면서 영화열기에 마음껏 취하건만 장애인들에겐 ‘그들만의 영화제’일 뿐입니다.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가 들어갈 수도 없고, 설령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백사장이라 휠체어가 제대로 다닐수도 없었습니다. 함께 동반한 장애인과 포기하고 이번에도 저만치서 해운대바닷바람만 쐬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이번엔 상영관으로 가봤습니다.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는 설치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영관의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의 진입로가 아예 막혀 있었습니다. 가까스로 상영관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번엔 상영관 내부에 장애인들을 위한 좌석이 전혀 마련돼지 않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맨 앞줄에 앉아 위로 쳐다보면서 영화를 봐야만 했습니다. 가까이서 영화를 본다는 게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 지 경험하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잘 모르실 것입니다.
또 있습니다. 오픈토크를 비롯한 여러 행사엔 수화통역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없었습니다. 세계의 여러나라 행사를 보더라도 수화통역은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내년에 열린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선 피프빌리지의 경사로 마련과 오픈토크의 장애인 배려, 상영관의 장애인들을 위한 좌석마련 등이 개선돼야 진정한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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