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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길'?…'오길'?…거리이름의 영어표기 잘 이해되십니까

세미예 2008. 10. 8. 07:35

"도로 이름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외국인들이 어떻게 찾으라구요"

"그러게요, 과연 저 이정표보고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까요."

"그러게요, 외국인들에게 너무나도 낯선 표정이겠네요."




‘il-gil’, ‘i-gil’, ‘sam-gil’, ‘sa-gil’, ‘o-gil’ 이게 뭘까요. 발음기호 같기도 하고 무슨 단어같기도 하죠. 도로이름입니다. 그럼, 한글날을 맞아 지금부터 다소 이상한(?) 도로이름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글을 소개하는 목적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잘못되었다면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해하기 힘든 거리이름 로마자맞춤법 표기 

거리이름이나 도로이름인 1길, 2길, 3길, 4길, 5길은 로마자맞춤법 표기로 어떻게 표기할까요. 부산지역에서는 위에서 보셨다시피 il-gil, i-gil, sam-gil, sa-gil, o-gil로 표현합니다. ▲1길→il-gil, ▲2길→i-gil, ▲3길→sam-gil, ▲4길→sa-gil, ▲5길→o-gil입니다.



1길은 1-gil로 하거나 1-road, 1-street로 하면 될 것을 il-gil로 표기했습니다.  아니면 one-gil, one-road, one-street로 표기했다면 쉽게 이해가 될것 입니다. 물론, road나 street가 영어기 때문에 우리나라말을 적는다는 의미에서 gil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명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1을 굳이 il로 적어야 했을까요. 외국에서도 1은 아라비아숫자로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차라리 괄호안의 il을 표기하지 않았더라면 더 쉽게 이해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도로 이름이 표기 때문에 제대로 전달이 안됩니다.


'아이길' '오길'로 읽히면 어쩌지

2길을 살펴보겠습니다. 2길은 i-gil로 표기했습니다. 소리나는데로 표기했다고요? 그런데 소리나는데로 하면 ‘아이길’로 읽힙니다. 누가 ‘2길’로 읽겠습니까. 발음대로 했다면 '이'의 영어표기는 'e'가 차라리 더 가깝지 않을까요. 로마자맞춤법 통일안을 뒤져봤습니다. 모음 '이'는 i로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i-gil을 2길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겠느냐는 점입니다.  





이번엔 5길을 볼까요. o-gil이네요. 아라비아숫자 ‘0’으로 읽기 십상이겠죠. 누가 5길로 알아보겠습니까. '영길'로 읽힐 수 있겠죠.  발음 그대로 읽어 볼까요. '오길'입니다. 외국인들에게 '오길'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까요. 아니면 '영길'로 읽히겠죠. 차라리, 괄호안을 없앴더라면 어땠을까요.





위에서 살펴본 1길에서 5길의 영어표기는 아라비아 숫자만 표기해도 됩니다. 괄호안의 표기를 넣어 외국인에게 상세하게 소개한다고 한 의도는 높이사고 싶습니다만 괄호안에 지나치게 로마자표기법을 따르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입니다. 물론, 로마자표기법을 따른 것은 잘한 일이죠. 





외국인도 읽고 이해하기 힘든 표기

실제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취재중인 외국 기자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습니다. 물어본 결과 외국기자들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물론, 시민들조차도 ‘il-gil’, ‘i-gil’, ‘sam-gil’, ‘sa-gil’, ‘o-gil’만 보여주고 물었더니 무슨 뜻인지 잘 몰랐습니다.


이것이 부산지역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산시내 곳곳의 거리이름이 이렇게 내걸려 있습니다. 과연, 오해의 소지가 없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부산의 거리명은 지난 99년부터 구축된 새주소사업으로 만들어진 거리명의 영어표기입니다.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큰 사업입니다. 거리명의 영어표기는 물론, 부산시와 일선 지자체에서 철저하게 검증을 거쳐 제작된 것입니다. 


로(路)는 'no'야 'ro'야?…똑같은 글자인데 표기가 제각각

부산시와 각 지자체에서 검증을 거쳤는데도 다음 사례는 검증을 거쳤다고 도저히 믿기 어렵습니다. '길(路)을 뜻하는 ‘00로’의 영어표기가 이곳 저곳에 따라 제각각 입니다. ‘00no'를 표기한 곳도 있고 또 어떤 곳은 '00ro'로 적어 놓았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검증을 거쳤다고 믿기지 않습니다.







우리글을 빛내는 길은 제대로 된 표기로 외국인에 알려줄때

거리명 표기를 우리나라 이름을 소리나는데로 쓴 것 같은데 이를 외국인들에게 이해하라고 한다면 이해가 제대로 될까 의문이 듭니다. 영어표기는 외국인들에게도 쉽게 길을 찾고 이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면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요.





한글을 살리고 외국인들에게 길을 제대로 안내해야

내일이 한글날입니다. 한글을 빛내는 길은 우리나라 고유의 말을 잘 지키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을 쉽고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거리 간판의 경우 그 지역을 나타내는 얼굴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고 금방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일은 한글날이지만, 공휴일이 아닙니다. 점점 외래어에 가려 우리말이 설 자리가 좁아져만 갑니다.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