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호금조가 알낳으려고 호금조 집을 꾸미는 것 같아요."
"그래, 호금조가 알을 낳고 아가야들 낳으면 멋지겠는데?"
"호금조가 알 낳았어요. 이제 포란만 하면 되겠네요."
"어, 참 이상한 새네. 스스로 포란과 자육, 육추를 못하는 새래요."
"헐, 이걸 어떡해?"
"그러게요, 참 알 수 없는 존재네요."
아이가 할인점 새를 팔기도 하는 미니 동물원에 갔다오더니 당장 새를 살달라고 아우성입니다. 할인점이 떠나갈 정도로 고집을 부립니다. 야단을 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유치원에도 있어서 잘 키울 자신이 있다고 사달라고 합니다. 세미예 부부는 고심끝에 새를 사주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고른 새가 호금조입니다. 척 보기에도 잘 빠졌고 색이 화려합니다. 멋진 새라고 생각하고 새를 삽니다. 새장과 먹이 새집, 새 가격까지 만만치 않습니다. 아이는 차에 싣고 오는 동안에도 계속 새를 들여다 봅니다.
호금조 부부. 입술이 빨간 게 숫컷입니다.
호금조 새끼를 빨리 보고 싶다는 막내의 바람 이뤄질까?
"아빠, 잔디 말린걸 넣어 주세요. 새가 둥지를 자꾸 꾸미는 것 같아요."
아이는 새가 알을 낳고 포란을 통해 새끼로 태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관찰할 예정입니다. 어린 호금조가 태어나면 함께 놀 심산인 것 같았습니다. 어느날 둥지를 살짝 들여다보니 알을 낳았습니다. 알을 낳으니 신기해 보입니다. 호금조가 과연 앞으로 어떻게 포란을 하고 육추를 할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자기 알을 낳아놓고 왜 무관심할까?
포란을 하지 않습니다. 알만 덩그라니 낳고 무관심합니다. 알을 더 낳으려고 그러는지 진득하게 기다립니다. 그런데 더 이상 알도 낳지 않습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
몇일만에 호금조 둥지를 살짝 호금조의 눈치를 봐가며 들여다봤습니다. 알 3개가 저만치서 보입니다. 더 이상 알을 낳지는 낳고 포란을 시작합니다. 이제 호금조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사로잡힙니다. 아이들도 몇일 기다리면 태어나는냐고 자꾸 물어봅니다. 아이에게 둥지 가까이 가지말고 한달 기다리면 새끼가 태어날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아이가 한달을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 3개를 낳아두고 호금조가 이상합니다. 둥지 안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포란을 하지 않습니다. 알만 덩그라니 낳고 무관심합니다. 알을 더 낳으려고 그러는지 진득하게 기다립니다. 그런데 더 이상 알도 낳지 않습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
호금조에 가모가 필요하다니?
인터넷을 뒤져보니 호금조는 드물게 스스로 포란을 하고 새끼를 키운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스스로 아이들을 키우지 않는 새가 된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할인점 새 동물원에 전화를 넣었습니다. 호금조 가모로 사용할 좋은 십자매를 한쌍 주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호금조 때문에 십자매가 집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십자매가 어려인지 전혀 알을 낳을 생각을 안합니다. 호금조 알이 아까워 살짝 넣어줬더니 거들떠도 보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1개는 십자매 둥지에 넣어두고 2개는 호금조 둥지에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그런데 호금조도 십자매도 전혀 포란을 할 생각을 안합니다. 이렇게 세월을 흘러가고 결국 호금조 알은 호금조 스스로 깨 버리고 십자매 둥지에 들어간 알도 십자매가 스스로 깨 버렸습니다.
왜 호금조 아이들을 볼수 없냐는 막내의 아우성?
"엄마 아빠 왜 호금조는 자기가 낳은 알을 품지 않아요?"
"글쎄다. 그참 이상하다. 알 수가 없네."
"엄마 아빠가 저를 낳아놓고 돌보니 않는 것과 같은 거네요."
내년에 초등생이 될 우리집 막내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남의 알도 아닌 자신의 알을 품지도 않고 거들떠 보지도 않고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그럴 것이면 왜 알은 낳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호금조를 위해 들여온 십자매 부부. 둥지를 자주 들락거리는데 좋은 소식이 없습니다.
호금조가 어떤 새길래?
호금조는 우리나라가 원산지가 아닌 호주가 고향입니다. 납부리새과 핀치류의 대표적인 사육조로서 원산지는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와 북부라고 합니다. 크기는 참새만합니다. 머리는 진한 빨강, 등은 녹색, 가슴은 자줏빛, 배는 노란색이고 암컷은 빛깔이 탁한 편입니다.
머리가 붉은색인 품종은 적호금조 또는 쇠호금조라 부르고 검정은 흑호금조, 진노랑은 황금호금조라고 부릅니다. 알을 낳기는 해도 잘 품지 않으므로 십자매에게 품게 한다고 합니다.
호금조의 아프고도 슬픈 운명?
호금조가 어떻게 해서 자신이 낳은 알을 품지 않게 된 것일까요. 그 사연을 알고보니 참 아프고도 슬픔이 밀려옵니다. 바로 인간의 탐욕때문입니다. 호주 원산지에서는 호금조가 스스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애완조들은 알을 낳고 새끼를 드물게 기르지만 보통은 자육은 않는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바로 인간의 탐욕 때문입니다. 호금조가 소리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지만 그 생김새가 예뻐다보니 즐겨 기르게 되었고 그렇다 보니 인간들이 더 많은 호금조를 번식 시키기 위해 알만 낳으면 가모를 사용해 번식을 시키기 위해 알을 빼버리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호금조는 포란을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렸고, 결국엔 그 후손들은 슬프게도 스스로 새끼를 기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특히, 가모를 통해 태어난 후손들은 스스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기법을 잃어버리고 그 상태로 대대로 습성이 유전되어 세월이 흘러 버렸다고 합니다.
배 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호금조 기르기 어떡해?
막내가 사달라고 아우성이라 호금조를 기르기 시작했지만 알고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형국입니다. 새값도 제법 비싼데다가 유지비(사료값, 새장, 영양제 등)와 여러가지 손길이 갑니다. 새끼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모도 필요합니다. 어쩔수 없이 그 다음주 가모를 사러 갔습니다.
알낳는 주기까지 맞춰야하는 까다로운 번식 어떡해?
호금조를 집안에 들이고 가모까지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호금조가 알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십자매가 전혀 알을 낳을 생각을 안합니다. 알 낳는 주기가 맞아야 제대로 포란을 하고 새끼를 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금조의 아이들을 보는 일은 아무래도 당분간 접어야 할듯 싶습니다. 참 세상엔 희안한 일도 다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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