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고 날씨가 추운데 벌써 입춘이라고요?"
"입춘이라면 봄이라는 뜻인데 진짜 봄이 오긴 오나요."
"봄을 시샘하듯 동장군의 기세가 아직도 장난이 아닌데요."
"요즘 봄은 정말 언제 시작되는 지 궁금합니다."
"3월이 봄이 시작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아닌가요."
"아니죠? 2월 입춘이 봄의 시작 아닌가요."
2월 4일에는 세워(立) 봅니다 찬란한 봄(春)을. 봄을 세워 살포시 아래를 봅니다. 연하디 연한 생명들이 아래에서 움트고 있습니다. 살며시 아래를 봅니다. 봄은 많이 보라고 봄인가요? 이곳 저곳을 둘러봅니다. 둘러볼 게 참 많은 세상입니다. 겨우내 얼었던 땅밑에선 풀과 싹이 흙을 부수고 고개를 내밉니다. 흙이 간지럽다고 자꾸만 움찔거립니다. 바야흐로 부스스 봄이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켭니다. 기지개를 켠 봄은 두리번두리번 이곳 저곳을 둘러봅니다.
하지만, 봄은 참으로 잔인한 것 같습니다. 씨앗속에 몰래 숨은 어린 싹이 뚫고 올라오긴엔 겨우내 언땅이 너무 두텁습니다.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졌습니다. 동장군의 기세가 이토록 센데 벌써 봄소식인가요.
입춘에 더 새롭게 다가오는 봄을 알리는 버들개지.
동장군의 기세가 거세도 봄은 오고있다는데…
봄(春) 이란 한자가 참으로 재밌습니다. '풀(艸)+진(屯)+햇볕(日)'이 모여서 된 글자라고 합니다. . 풀이 흙을 뚫고 지상에 나오려고 하는데 동(冬)장군의 기세에 웅크린 모습입니다. 나무의 움들도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황지우님의 시가 절로 떠오릅니다. 시심이 살포시 입가에 번집니다.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온몸이 으스러지도록/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황지우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중).
입춘오신반(立春五辛盤). 오늘이 입춘입니다. 바야흐로 봄입니다. 경제가 안좋은 가운데 어김없이 올해도 봄은 찾아왔습니다. 입춘과 관련, 재밌는 것들을 모아봤습니다.
봄에는 모든 게 새롭습니다. 커피나무의 새순도 불쑥불쑥 자랍니다.
입춘이 뭐야?
입춘은 우리나라 24절기의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24절기는 태양의 운동에 근거합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춘분점으로 부터 태양이 움직이는 길인 황도를 따라 동쪽으로 15도 간격으로 나누어, 태양이 지나는 시기를 말한다고 합니다. 음력은 계절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태양의 움직임으로 계산한 절기를 두어 계절을 일치시키려 했던 것입니다.
이를테면 동지는 태양의 황도가 270도, 입춘은 315도를 지나는 날입니다. 춘분은 0도, 하지 90도, 추분 180도, 동지 270도입니다. 입춘은 태양황경이 315도 일때입니다.
입춘의 절입시간은?
입춘하면 절입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절입시간은 지구 중심에서 볼때 태양의 중심이 각 점을 지나는 순간으로 정해지는데 24절기는 춘분점으로부터 태양이 움직이는 길인 황도를 따라 동쪽으로 15도 간격으로 나누어 24점을 정했을때 태양이 각 점을 지나는 시기를 말합니다. 절입시간의 오차범위는 ±1~20분 정도라고 합니다.
2013년의 입춘은 양력 2월4일이며 절입시간은 새벽 01시01분입니다. 2012년 입춘은 양력 2월4일이며 절입시간은 19시12분이었습니다.
입춘의 황도좌표는 태양의 황경이 315도일때 입니다. 24절기는 양력으로도 따지지만 주로 음력으로 따져서 행사를 치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농업을 주 업으로 하는 농업국가이므로 이 24절기를 따지고 절기에 따라 농경을 해왔으며 지금도 이 절기에 따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 절기의 순환 이용은 농경에서만 쓰는 것은 아닙니다. 어업과 그 밖의 곤혼상제에도 절기를 따져서 사용했습니다. 입춘은 봄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정해 입춘이라 했습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동양에서는 해마다 2월 4일에서 5일이 되면 긴 겨울이 끝나고 새봄이 시작 된다는 입춘(立春)이라 하여 크게 반기며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등의 입춘축(立春祝)을 써서 대문 등에 붙이는 풍습이 있습니다. 동양에서 입춘을 이렇게 크게 생각하는 이유는 입춘이 24절기 중 새해가 시작되는 첫 절기이기 때문입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은 '봄이 왔으니 크게 길하고 따뜻한 기운이 감도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있으라'는 일종의 축원문입니다. 이러한 입춘축은 입춘첩(立春帖)이라고도 하며 입춘이 시작되는 당일 절입(節入)시간에 붙여야 그 효험이 있다고 하여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도 입춘 당일 시간에 맞춰 붙이기도 합니다. 옛날에 문관들이 정월초하루를 축하하여 임금님에게 지어 올린 글 중 잘 지어진 글을 골라 대궐에 붙였는데 이것이 민가의 풍습으로 전래 된 것이라 합니다.
봄에는 희망도 새로운 계획도 용솟음칩니다. 커피나무의 발아 모습.
입춘 추위속 움트는 봄의 소리는?
입춘날부터 봄이라고는 하지만 추위는 아직도 강합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입춘 추위속에 움트는 봄의 소리를 세가지 움직임으로 설명했다고 합니다. 첫째는 동풍이 불어 언땅을 녹이고, 둘째 동면하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며, 셋째 물고기가 얼음밑을 돌아다닌다고 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에서는 입춘은 농사준지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입춘을 기준으로 88일째 되는 날, 밭에 씨를 뿌리고 210일째에는 농작품과 태풍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입춘은 양력절기?
2월4일은 입춘입니다. 입춘은 양력으로 대개 2월4일입니다. 하지만, 입춘도 항상 양력 2월 4일에 드는 것은 아니며 하루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양력 2월 4일이 아닌 입춘을 찾아봤더니 1976년엔 2월5일, 1980년엔 2월5일, 1984년도 2월5일이었습니다. 또한 2021년엔 2월3일, 2025년엔 2월3일, 2033년도에도 2월3일이 됩니다.
입춘을 기점으로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입춘은 양력으로 정해집니다. 그런데, 음력에서는 약 3년에 한번씩 윤달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음력에서는 윤달이 있으면, 일년이 약 354일+30일 = 384일입니다. 이때 양력과, 음력의 일년의 양 끝자락 가까이의 입춘이 우연히 겹치면, 양력의 일년안에 입춘이 두 번 들 수도 있다고 합니다.(한국천문연구원 지식게시판)
우리의 조상들은 이날에 맵고 쓰고 쏘는 생채 요리를 만들어 새봄의 미각을 돋게 했습니다. 오신채는 다섯가지 싱싱한 나물을 겨자 등 양념에 무친 음식인데요, 지방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파, 마늘, 달래, 부추, 무릇, 미나리 새순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노란색의 싹을 한복판에 무쳐 놓고 동서남북에 청·적·흑·백의 색깔있는 나물을 배치하는데, 여기에는 임금을 중심으로 사색당쟁을 초월한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합니다.
일반 백성들은 이를 통해 가족의 화목과 인·의·예·지·신을 배우고, 오신채를 먹음으로써 인생의 다섯가지 고통을 참는다는 처세의 교훈도 담겨 있다고 한다고 합니다.
산적, 죽순 나물, 죽순찜, 냉이나물, 달래나물, 산갓, 김치 등도 입춘 전후에 많이 먹던 음식들입니다. 장 담그는 것도 입춘날 전후입니다. 장은 추위가 덜 풀린 이른 봄에 담가야 소금이 덜 들어 삼삼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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