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칼럼

11월11일 빼빼로데이, 천만에?…이렇게 많은 의미있는 날들이?

세미예 2011. 11. 9. 07:45

"엄마아빠 11월11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글쎄, 11월11일은 금요일."
"에이, 재미없어. 빼빼로 안 사주려고 모른척 하는 것 다 알고 있어요."
"아냐, 정말 모르는데?"

"11월 11일 참 많은 날들이 있었네요."





유치원에 다니는 딸애가 '1000년에 한번 밖에 없는 빼빼로데이'라며 빼빼로를 사달라고 합니다. 세미예 부부는 황당한 요구에 아연실색하고 말았습니다. 국적불명의 11월11일 기념일이 엉뚱하게 자꾸만 왜곡되는 것같아 기분이 묘했습니다. 특정 회사의 상술에 유치원 아이까지 상술에 녹아든 것같아 유쾌한 기분이 아닙니다.

유치원 아이들까지 알 정도라면 제과회사의 상술 정말 대단합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아이들 교육상 여간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11월11일을 다시금 돌아봤습니다.

 


11월11일은 무슨 날이기에?
"밀레니엄 빼빼로데이에 어떤 빼빼로를 주고 받을래?"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의 최근 화두는 단연 빼빼로데이입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근거도 없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로 치부돼 사람들이 여간 요란스럽지가 않습니다.

11월11일은 과연 무슨 날일까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빼빼로 데이'라고 말합니다. 어느듯 기업의 마케팅 상술에 의해 한 해에 수십 개의 ‘00데이’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날이 바로 ‘빼빼로 데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연, 11월11일이 뺴빼로 데이일까요. 


빼빼로 데이 전후 빼빼로 잘 팔리네
과자를 만드는 모 회사의 빼빼로 매출은 이 날을 전후해서 잘 팔린다고 합니다. 빼빼로의 연간 매출액이 대략 500억원대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 중 400억 이상이 빼빼로 데이가 있는 11월을 전후해서 팔린다고 합니다. 그 만큼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고 잘 알려진 날인 것 같습니다.


빼빼로는 지난 83년 처음 출시된 이후 매출이 매년 15% 이상씩 꾸준히 성장해온 장수제품입니다. 올해는 빼빼로 매출을 지난해보다 20%정도 신장된 700억원대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단일 과자제품이 700억원대의 매출이라면 제과업계에서는 꽤 큰 규모로 평가됩니다. 잘 알려진 과자 브랜드인 농심 새우깡의 매출을 넘어서는 까닭입니다. 이쯤되면 이 회사의 마케팅은 그야말로 대박을 넘어서 왕대박이라 할만합니다. 마케팅 솜씨에 섬뜩한 공포마저 느끼게 합니다.


빼빼로 데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11월 11일은 모 회사의 상품인 '빼빼로' 과자를 주고 받는 '빼빼로 데이'라고 합니다. 숫자 '1'을 닮은 가늘고 길쭉한 모양의 과자 '빼빼로'처럼 날씬해져라는 의미에서 친구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 받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유래가 되었는 지 정확한 근거나 확인된 이야기는 없습니다. 단지 '빼빼로 데이' 풍습의 정설은 1994년 부산 지역의 여중생과 여고생들 사이에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는 뜻에서 친구들끼리 과자 빼빼로를 주고받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합니다. 당시 부산지역 여러가지 보도나 전국적인 언론보도를 봐도 이 이야기가 정설이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빼빼로 데이’가 과자 제품 모양과 비슷한 11월11일을 기해 지켜지고 있는 셈입니다. 혹자들은 모 제과회사가 과자를 많이 팔기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인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소문일 뿐입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빼빼로 데이가 부산 지역 청소년들이 빼빼로를 보고 자연스럽게 만들었던 것을 모 제과회사가 마케팅에 활용해 대박을 터뜨린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11월11일은 가래떡 데이?
사람들에게 11월11일이 '가래떡 데이'인데 가래떡 데이를 아느냐고 물었봤습니다. 그런데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11월 11일은 ‘가래떡 데이’입니다.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국적불명의 '빼빼로 데이'가 결코 아닙니다.


'가래떡 데이'는 농림식품부가 지난 2006년부터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쌀 소비를 촉진하고 건강한 생활문화를 만들기 위해 매년 11월 11일을 '가래떡 데이'로 정해 지켜지고 있습니다.


농림식품부가 긴 가래떡 모양이 1자를 닮았다해서 지난 2006년부터 지켜오고 있는 날입니다. 일년에 수십가지의 '00데이'가 있지만 모두들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만든 날이지만 정부 기관에서 제정한 날은 '가래떡 데이'가 유일합니다.


빼빼로 데이에 묻힌 농업인의 날
원래 이날은 농업인의 날이었습니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며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기념일입니다.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한 것은 한 해의 농사, 특히 농업의 근간인 쌀농사 추수를 마치는 시기로서 수확의 기쁨을 온 국민이 함께 나누는 국민의 축제일로 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11월 11일은 한자로 土月土日로 농업과 관련이 깊은 흙(土)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990년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의 사기를 진작하고, 발전하는 농업기술을 전파하기 위해 제정되었고, 1996년부터 매년 11월 11일을 농림부 주관으로 기념식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의미깊고 좋은 날이 상업적이고 국적불명의 빼빼로 데이에 묻혀 제정 취지가 퇴색되었습니다.


의미있는 가래떡 데이
빼빼로 데이에 묻힌 농업인의 날을 농림식품부가 지난 2006년 부터 쌀 소비를 촉진하고, 젊은이들에게 전통음식을 알리기위해 '가래떡 데이'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매년 11월 11일을 전후해서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농업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아직은 젊은이들 사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11월 11월은 보행자의 날?
11월11일은 보행자의 날이기도 합니다. 11이란 숫자가 마치 사람이 걷는 모습과 흡사해 그렇게 정한 것 같습니다.


보행자의 날은 마산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난 2002년 만들어 매년 11월11일에 지켜오고 있습니다. 이런 시민단체들의 뜻을 이어 2004년부터는 마산시가 ‘두발로 데이’로 정하고 에너지 절약과 건강을 위해 모두 걷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국적불명이고 상업적인 빼빼로 데이보다도 훨씬 의미가 있고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11월11일은 '젓가락 데이' 
매년 11월 11일을 '젓가락 데이'라고 합니다. '젓가락 데이'라고 이름붙인 것은 비영리 단체 '올바른 젓가락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붙인 것입니다. 지난 2005년 젓가락사용을 권장하는 이 단체가 설립된 뒤 그릇된 상혼에서 빚어낸 '빼빼로 데이'를 추방하자며 그해 11월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지정하기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젓가락 사용 능력이 비정상적이라고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학생들의 경우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 단체는 젓가락질을 하면 의학적으로 64개의 근육과 30여개의 관절을 동시에 사용하게 돼 두뇌 계발에도 좋고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합니다. 단체는 또한 우리나라 성인의 63%가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 하고 어린이들은 포크사용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합니다.




11월11일은 '11/11/11'
11월11일은 또다른 날이 있습니다. 세계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날입니다. 우리나라는 '빼빼로 데이'가 일반화 되어 있지만 외국에서는 11/11/11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로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의 별칭입니다.


1918년 11월11일11시에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제는 '빼빼로 데이'는 그만…'가래떡 데이'로 부르자!
어떠세요. 11월11일이 의미있는 날이 참 많죠. 국적불명이자 상업적인 ‘빼빼로 데이’보다 '가래떡 데이'를 애용하면 어떨까요.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수고와 농업의 중요성을 생각하면서 올해는 ‘빼빼로 데이’가 아니라 ‘가래떡 데이’를 기념하고 보행자의 날을 생각하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