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칼럼

'밀레니엄' 빼빼로데이?…상술의 함정에 빠진 숫자놀음?

세미예 2011. 11. 7. 09:35

"2011년 11월 11일이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 라는데 이벤트 없어요?"

"글쎄 뭘해야 할까요?"
"멋지게 마련하고 싶어요."
"그런데 어떻게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그런 날로 해석하고 보내세요."




최근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엔 이런 대화들이 골잘 오고갑니다. 국적불명이자 상술에 근거한 빼빼로데이가 올해는 '밀레니엄 빼뺴로데이'라고 합니다. 1000년에 한번 돌아오는 기념일이라고 제과업계, 금융권, 유통업계 등에서 다양한 마케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밀레니엄 빼빼로데이'가  맞을까요. 또 업계 상술에 마냥 따라가야만 할까요. 

마케팅으로 곧잘 등장하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에 관해 생각해 봤습니다.


 11이 즐거워 마냥 함박웃음 짓는 업계
제과와 유통업계가 '빼빼로 데이'가 다가오면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올해 빼빼로 데이는 2011년 11월11일로 숫자 '11'이 세 번 들어가 천 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이른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로 불려 빼빼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富의 상징 금융권도 빠질쏘냐
11은 富를 상징하는 숫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은행·증권사들은 행운 마케팅에 한참입니다.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로 불리는 2011년 11월11일을 겨냥해 요즘 금융회사들이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 은행은 대규모 프라이빗뱅킹(PB)센터 개설을 정확히 이 시간에 맞춰 센터의 테이프를 끊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은행이 자산가들을 겨냥한 PB센터를 이때 열려는 이유는 '11'이 여러 번 반복되는 이 시간이 부(富)를 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011년 11월11일 11시11분은 11이 5번 반복됩니다. 숫자 11은 젓가락이 놓여 있는 모양으로 먹을 것이 많은 모습을 나타낸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1등'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합니다.


또다른 은행은 1111명의 임직원이 전국 11개 지역에서 11개국 출신의 다문화 가정을 초대해 11월11일 오전 11시 본점에서 김장 담그기 행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날 임직원들은 배추 1만1111포기를 담가 적십자사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 증권사는 11일 온라인 증권거래 서비스 계좌를 개설한 고객에게 빼빼로 선물세트를 배송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 과연 맞아?…'1'이 여섯번 겹치는 날 여럿 있는데?
11월11일이 오려면 앞으로도 몇일 더 남았습니다. 그런데도 유통업계와 제과업계, 금융권 등 업계에서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가 옳은 표현일까요. 일반적으로 '밀레니엄'이라면 1000년에 한번 오는 행사를 의미합니다.


'1'이 7번 겹치는 날도 있는데?

1일 여섯번 겹치는 날이 천년에 한번 온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밀레니엄 뺴빼로데이'. 하지만, 1이 여섯번 겹치는 날은 2111년1월11일, 2111년11월1일이 있습니다. 6번뿐만 아니라 7번 겹치는 날도 있습니다. 2111년11월11일입니다. 그렇다면 1000년에 1이 6번 겹친다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는 설득력이 다소 떨어져 보입니다.

2011년11월11일과 3011년11월11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참 엇갈립니다. 왜 밀레니엄 빼뺴로데이인지 말입니다. 

올해와 비슷한 날들이 많은데 웬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1000년에 한번 돌아온다고 지금도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고 온통 아우성입니다. 언론조차도 이를 고스란히 인용해서 마케팅에 동조합니다.

하지만, 진짜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맞나요? 이런 날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2211년 11월11일, 2311년 11월11일, 2411년 11월11일, 2511년11월11일 등 1백년에 비슷한 날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1일 여섯번 겹치는 날이 천년에 한번 온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밀레니엄 뺴빼로데이'. 하지만, 1이 여섯번 겹치는 날은 2111년1월11일, 2111년11월1일이 있습니다. 6번뿐만 아니라 7번 겹치는 날도 있습니다. 2111년11월11일입니다.  어떠세요? 진짜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맞나요?



빼빼로데이는 자생적 '~데이' 마케팅?
 빼빼로데이는 흔치 않은 자생적 '데이(기념일)'입니다. 빼빼로데이의 유래는 1990년대 중반 부산지역 여중생들이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11월11일을 기념해 숫자 1과 모양이 비슷한 '빼빼로'를 선물했다는 데서 생겼다는 것이 정설인듯 합니다.

'발렌타인데이''화이트데이' 같은 외국산 '데이'에 기죽지 않고 숫자 1이 네번 겹친다는 단순한 재미와 숫자 1의 외양과 빼빼로를 연결해 우리 고유의 '데이'를 만들어낸 여중생들의 호기심과 순수함이 인상적입니다.




11월11일은 가래떡 데이를 아세요
사람들에게 11월11일이 '가래떡 데이'인데 가래떡 데이를 아느냐고 물었봤습니다. 그런데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11월 11일은 ‘가래떡 데이’입니다.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국적불명의 '빼빼로 데이'가 결코 아닙니다.

'가래떡 데이'는 농림부가 지난 2006년부터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쌀 소비를 촉진하고 건강한 생활문화를 만들기 위해 매년 11월 11일을 '가래떡 데이'로 정해 지켜지고 있습니다.


농림식품부가 긴 가래떡 모양이 1자를 닮았다해서 지난 2006년부터 지켜오고 있는 날입니다. 일년에 수십가지의 '00데이'가 있지만 모두들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만든 날이지만 정부 기관에서 제정한 날은 '가래떡 데이'가 유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