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 사람 헤아리는 법 황당해 빵터졌다?

세미예 2011. 10. 19. 07:42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그런 말 사용하면 안돼요."
"한 개, 두 개, 세 개…"
"그런 말 사용하면 안돼요."
"친구들이 그런말 많이 사용해요."
"그래도, 그런 말 사용하면 안 되요."



요즘 세미예 가정에 어린이집 다니는 막내가 말을 한참 배워 말이 많습니다. 말을 자꾸만 하려는데 상황에 맞지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웃지못할 해프닝이 곧잘 발생합니다.

그런데도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부모의 심정은 참으로 안타깝고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막내가 도대체 어떤 상황에 닥쳐길래 웃지도 울지도 못할 해프닝을 연출하고 있을까요.

우리집 막내의 솜씨. 집안 곳곳에 벽화를 그려놓았습니다.



이쿠, 한 마리 두 마리가 뭐야?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가 탔다"

아침시간 어린이집에 가기위해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엘리베이트엔 다른 층의 이웃을 포함해서 모두 네 사람이 탔습니다. 그런데 막내가 엘리베이터 속 사람을 보고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라고 말합니다. 다른 층의 이웃이 있어서 부모의 입장으로서 화들짝 놀랍니다. 사람을 '마리'라고 하니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동화책 속에서 '마리'를 배운 것 같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이라고 가르쳤는데도 자꾸만 '마리'라고 합니다.

에궁, 한 개 두 개가 뭐야?
"한 개, 두 개, 세 개가 탔다"

또다른날 막내는 엘리베이터 속에 탄 사람을 보더니 이번엔 사람을 '개'라고 말합니다. 이웃이 있어서 또 화들짝 놀랐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사물을 세는 단위를 배운 것 같았습니다.


갈수록 태산, 한 펑 두 펑이 뭐야?
"한 펑, 두 펑, 세 펑, 네 펑, 다섯 펑이 탔다"

어느날 막내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막내가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을 '펑'이라고 말합니다. 무슨 말인지 가만가만 들어보니 어른들이 사용하는 '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다른날처럼 화들짝 놀라기보다 왜 막내가 '평'을 사용하는 지 궁금했습니다.

알고봤더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다가 한 마리, 두 마리라고 하니까 이웃집 어르신이 농담으로 '마리' 대신 '평'을 가르쳐 준 모양입니다. 그 '평'을 어눌한 발음으로 '펑'이라고 말합니다. 

"싫어 사람이라고 안할래"

"사람한테는 한 마리, 두 마리라고 하면 안되요"
"사람한테는 한 개, 두 개, 세 개라고 말하면 안되요"
"사람한테는 한 평, 두 평, 세 평이라고 말하면 안되요"

막내에게 사람의 세는 단위는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뭐야? 한 그릇, 두 그릇, 세 그릇이 뭐야?
"한 그릇, 두 그릇, 세 그릇, 네 그릇이 탔다"

하루는 막내가 어린이집을 가기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더니 엘리베이터속의 사람들을 헤아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릇'이라고 합니다. 갈수록 태산입니다. 아무리 가르쳐도 '사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려 하지 않습니다.

왜 막내가 그릇이란 말을 하게 되었는 지 궁금했습니다. 알아봤더니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간식을 먹이면서 그릇에 담아 나눠주면서 한 그릇, 두 그릇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다보니 막내가 그곳에서 배웠던 모양입니다.

아무리 가르쳐도 '한 사람, 두 사람'을 안하려는 막내 왜?
"사람은 한 마리도 아니고, 한 개도 아니고 한 평도 아니고, 한 그릇도 하니고, 한 사람이가고 하는 거야"

막내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줍니다. 동화를 통해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등등. 동화책속에 사람을 가리키며 교육을 시켜봅니다. 그런데도 막내는 사람에 대해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이라는 말을 안합니다.

아무리 가르쳐도 안되기에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궁금했습니다. 왜 아무리 가르쳐도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을 못하는 지. 그 답은 엉뚱한 곳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고 뻥터졌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을 안하는 이유 알고봤더니?
막내에게 사람을 헤아리는 말을 지도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 사실상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왜 '사람'이란 단어를 안하려는 지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 궁금증을 큰애가 풀어줍니다.

"엄마 아빠 ,사람은 왜 한 사람, 두 사람이라고 해?"
"무슨 말이야?"
"동생이 자꾸 묻잖아. 사람한테는 한 사람, 두 사람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해줘도 자꾸 물어서 귀찮아"

단어 반복이 거슬렸던 막내
막내가 사람한테 '한 사람, 두 사람'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사람을 한 사람, 두 사람'이라고 왜 해야되느냐는 지레짐작 때문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동물은 한 마리, 두 마리라고 말하고 여러가지 가재도구 등은 한 개, 두 개 라고 말하는데 사람을 한 사람, 두 사람이라고 하면 '사람을 사람?'이란  의문을 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한 사람, 두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 분, 두 분도 싫어?
막내에게 사람들의 존경심을 가르치고자 '한 사람, 두 사람…' 대신에 '한 분, 두 분…'을 가르쳤습니다. 막내가 '분'을 배웁니다. 그런데 또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동화책을 통해 시간 공부를 하다가 시계의 '분'과 또 헷갈리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시계를 보더니 갸웃뚱 합니다. 막내에게는 우리나라 단위가 참 어려운 모양입니다.




호기심 천국 막내 신경쓰이네!
아이의 예리한 관찰력을 알게 된후 정말 화들짝 놀랬습니다. 아니 저 어린 것이 벌써 동어반복의 의미에 관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만 했습니다.

마냥 어리다고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언어의 구조에 대해 눈을 뜨고 있다는 뜻이라 아이 지도에 신경이 더 쓰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교육방법을 달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육에 관해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래저래 세미예 가정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