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가 했는데…"
달궈질대로 달궈진 태양이 쏟아내는 열기는 지상의 만물들을 금방이라도 익혀버릴듯 합니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마저도 뜨거운 열기가 무색함을 느끼게 합니다. 한 조각의 커다란 먹장구름이 하늘 한켠을 딱 차지해버리더니 이내 어둑어둑해져옵니다. 그런데 언제그랬냐는 듯 금방 태양이 먹장구름을 걷어내고 다시 열기를 뿜어냅니다.
주말 이주여성들의 삶터를 찾아갔습니다. 입구에 잠시 머문사이 먹장구름이 오락가락 숨바꼭질을 해댑니다. 먹장구름의 장난은 이들 여성들이 그려낸 삶의 자화상이었습니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부산 글로벌빌리지내에 위치한 다문화 레스토랑 '레인보우 스푼' 전경.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데?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엔 영어마을인 부산 글로벌빌리지가 있습니다. 영어마을답게 잉글리쉬 레스토랑도 있습니다. 잉글리쉬 레스토랑은 다문화 레스토랑인 '레인보우 스푼'입니다. 이곳엔 다문화 가정주부 8명이 있습니다. 때마침 점심시간입니다. 점심을 준비하는 이들 주부들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순간 영어마을 입구에서 갑자기 나타났던 먹장구름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실감합니다.
다문화 가정주부들의 어두운 표정속엔?
영어마을 레스토랑인 '레인보우 스푼'. 이곳엔 다문화 가정주부 8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만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합니다. 건물 운영권을 갖고있는 부산 글로벌빌리자 측이 식당을 비워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시부모 모시고 희망을 키웠는데…
'레인보우 스푼'에서 만난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미쉘 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행여라도 일자리를 잃게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에 온 지 3년차로 현재 '레인보우 스푼'에서 일하면서 시부모를 모시고 어렵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달 월급을 받으면 생활비로 거의 다 나가지만 가끔 고국인 필리핀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친정부모에게 용돈을 보내기도 한답니다. 미쉘 뿐만아니라 '레인보우 스푼'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결혼이주여성들도 요즘 남모를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주부들의 롤모델 그러나….
'레인보우 스푼'은 필리핀·베트남·몽골·인도네시아 등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 8명이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2009년 7월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정식 개업은 2009년 9월 부산 글로벌빌리지 주변 아이온시티 지하 1층에서였습니다. 그곳에서 1년 정도 운영하다가 지난해 9월 현재의 부산 글로벌빌리지로 옮겼습니다.
개업 초기엔 매출이 적어 다소 고전했지만 각고의 노력끝에 지금은 초기보다도 두배 정도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레인보우 스푼'의 베트남 쌀국수
'레인보우'에 가면 눈과 입이 즐거워요
이곳엔 인도네시아 볶음밥인 '나시고랭', 베트남 쌀국수 '퍼싸오', 몽골 덮밥요리 '몽골리안 비프' 등 10여종의 푸짐한 메뉴가 맛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푸짐한 밥상을 차진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 이주여성들로 이들 고국의 음식들을 정성스레 만들어 내놓습니다. 레스토랑 안에서는 영어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회화를 익히려는 초등학생을 둔 가족들이 단골로 찾습니다. 또한 외국의 음식을 맛보려는 미식가들도 즐겨찾곤 합니다.
특급 요리 실력과 특급 서비스
다문화 가정 주부들은 요리에 관심이 있고 평소 고국의 음식에 식견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아 이제는 상당한 요리 실력을 갖췄습니다. 실력이 늘자 무료급식 행사에 참여하며 사랑을 실천하기도 합니다.
행안부 장관 표창까지 받은 사회적기업
'레인보우 스푼'을 운영하는 삼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는 지난해 7월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일자리 만드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산을 대표하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행정안전부장관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내친김에 올해는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데…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레인보우 스푼'에 먹장구름이 덮친건 글로벌빌리지 측이 석 달 전 1년 임대계약이 끝나면 비워 달라는 통보를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옮길 곳을 찾지 못해 고심하다 레스토랑을 비워주기로 하고 현재 정상적으로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다문화 레스토랑 '레인보우 스푼' 실내.
세파가 몰아쳐도 꿋꿋하게 이겨낸다?
막상 이전하기로 했지만 이전이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반 상가건물로 이전하려면 수천만원에 이르는 실내 인테리어 비용에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레인보우 스푼'을 지원하는 김서경 삼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 상임이사는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도 그는 모처럼 다문화 가정주부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롤모델을 지속시키기 위해 발로 뛰고 있습니다.
김 상임이사의 헌신적인 노력에 다문화 가정주부들은 보다 좋은 요리와 친절한 서비스로 화답합니다.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현재 닥친 어려움이 결코 좌절의 대상이거나 낙심거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어마을 입구에서 만난 먹장구름이 잠시 끼었다 이내 사라졌던 것처럼 이들에게 드리워진 현재의 어려움을 가뿐하게 극복하고 승승장구하리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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