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칼럼

"백년 같았던 백일, 이명박 정부는 언론장악 망상을 버려야 한다"

세미예 2008. 6. 3. 20:17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일 '백년 같았던 백일, 이명박 정부는 언론장악 망상을 버려야 한다'라는 논평을 내고 "이명박 정부는 KBS, YTN 등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언론사 사장을 갈아치워 정책선전 도구로 삼겠다는 의도를 확연히 드러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소유 규정을 10조원 미만으로 확대한 것은 누가 봐도 KBS2와 MBC를 민영화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하겠다는 것 역시 지상파의 공익성을 제거하고 여론 다양성을 파괴하려는 획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노조는 "정치와 자본 권력에서 독립해 방송의 공익성을 구현하도록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방송을 이들 권력에 굴복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전국언론노조 논평.

[ 논 평 ] 백년 같았던 백일, 이명박 정부는 언론장악 망상을 버려야 한다 - 백일 이후를 기약하려면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언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백일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백일을 맞은 전국은 온통 촛불 천지이다. 추앙받는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한 촛불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으련만 안타깝게도 정권 퇴진과 탄핵의 외침만 가득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백일 간 “자본의 편리와 탐욕을 대변하고 민주주의의 근본원리인 여론 다양성을 말살”하는 언론정책을 펴왔다고 평가한다. 이는 곧 이명박 정부가 언론 장악과 통제, 탄압을 통해 비판여론을 잠재우려 한 측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KBS, YTN, 아리랑 국제방송,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교체가 가시화되고 있다.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언론사 사장을 갈아치워 정책선전 도구로 삼겠다는 의도를 확연히 드러냈다. 이같은 추론은 새 기관장으로 내정되거나 거론되는 인물들이 모두 대선시기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이란 점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또한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소유 규정을 10조원 미만으로 확대한 것은 누가 봐도 KBS2와 MBC를 민영화하기 위한 수순이다.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하겠다는 것 역시 지상파의 공익성을 제거하고 여론 다양성을 파괴하려는 획책에 불과하다. 결국 자본에게 언론을 팔아넘겨 제기능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와 자본 권력에서 독립해 방송의 공익성을 구현하도록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방송을 이들 권력에 굴복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장악과 함께 나온 것은 언론 통제였다.

청와대 대변인의 막무가내식 엠바고 요청, 국민일보에 대한 이동관 대변인의 기사삭제 압력, 박미석 전청와대 수석의 논문표절 의혹 기사 누락 압력, YTN 돌발영상 삭제 압력, 인터넷 포털의 대통령 비판 댓글 삭제 요청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정권초기부터 득의양양해 모든 비판과 진실 보도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 했던 것이다.

이쯤되면 여론을 통제하고 호도해 1%만의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무모한 행태는 결국 언론계와 시민사회 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이른바 ‘본전’도 찾지 못했다. 언론 장악과 통제 압력 속에서 들불처럼 번진 촛불집회는 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사건이다. 소명을 느낀 언론인들이 촛불집회의 진실을 알리려고 현장 가까이 파고들자 단박에 기자들을 폭행하며 자유로운 취재를 압박하고 있다. 폭력 진압과 무자비한 민중 탄압이라는 진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기자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방패를 휘두르며 위협하고 있다. ‘현장’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정부 발표를 받아쓰면 된다는 식이다. 국민의 알권리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현장’에서 시민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기자까지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언론에 대한 불만을 현장 기자들을 향해 퍼붓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쥔 집단은 항상 비판 목소리를 잠재우고 싶은 유혹을 받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 백일을 맞아 백일상을 받는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길 바란다.

백일상을 건강하게 받을 정도면 앞으로 인생을 잘 꾸려나갈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하지 못하면 그나마 가늘게 이어온 백일도 사치이고 남은 삶도 보장할 수 없다. 언론 장악 망상을 접고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는 것만이 그나마 백일 이후를 약속받는 길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이제 철이 들 때도 됐다. 끝. 2008년 6월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