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사건 때문에 전국이 떠들썩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새로운 논란거리가 생겼습니다. 범죄 피의자 얼굴공개를 하는 게 옳을까? 아니면 공개하지 않는 게 옳을까?라는 해묵은 논쟁입니다.
이 피의자가 검거되면서 논란이 분분하게 된 것은 그가 혐의를 받고 있는 내용이 흉악해 언론들과 경찰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얼굴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이른바 법감정과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명분으로 신문과 방송을 포함한 언론조차도 그의 얼굴을 생생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 피의자의 검거로 최근 우리 사회는 해묵은 논쟁거리인 사형제 존폐와 흉악범의 얼굴 등 신상공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을 넘어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해묵은 논쟁은 사회를 들끓게 하는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재연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사회는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피의자 초상권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얼굴 공개 인권침해?
이번 사건의 피의자를 검거한 직후 경찰은 이례적으로 얼굴을 공개했습니다. 반면 몇해전의 대표적으로 사회를 들끓게 했던 피의자들은 마스크나 모자, 옷 등으로 얼굴을 숨겼습니다.
얼굴을 숨길 당시에도 왜 공개를 하지 않느냐는 공개를 둘러싸고 논란거리로 부상되곤 했습니다. 공익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흉악범의 얼굴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아직 법적인 근거가 없고 인권침해 여지가 많으며 피의자의 다른 가족이 2차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붙잡힌 피의자들이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커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피의자 검거땐 언론에 공개하면서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약간 덮었을 뿐 예전처럼 마스크나 모자를 착용하거나 옷을 뒤집어 쓰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경찰이 피의자의 초상권 등 인권보호 보다는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을 더 중시하는 게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왜 피의자 얼굴 공개했을까?
경찰은 국회에 계류 중인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 개정안의 요건을 참작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이 같은 흉악범 얼굴 공개 방침이 '인권 침해' 라는 목소리도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피의자에게 감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인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죠.
이번 사건 피의자 얼굴을 공개한 것은 아마도 국민의 법감정과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경찰의 이런 방침에 따라 신문·TV를 포함한 우리나라 언론들도 피의자 얼굴을 생생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법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피의자 얼굴공개에 관한 법안이 국회에 현재 제출되어 있지만, 이 문제에 관하여 지침을 줄만한 명시적인 법령은 유감스럽게도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경찰은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이라는 경찰청 훈령을 만들어 “경찰관은 경찰관서 안에서 피의자,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의 신원을 추정할 있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이 규칙 제85조).
유명인사 법정출두 초상권 침해일까?
유명 인사들의 법정출두 사진이 초상권 침해일까요? 어느 누구도 유명 인사들의 법정 출두사진을 두고 초상권 침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 개인이 자신의 얼굴을 대외에 공개할 것인지의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에 속합니다. 하지만, 유명 인사의 경우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공인이기 때문에 초상권 침해했다고 운운하지는 않습니다. 이 점에서 개인과 구분됩니다.
사회논란 유발 피의자 초상권 주장 가능할까?
사회적으로 떠들썩한 사건의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과연 해당 피의자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일까요? 아니면 이 피의자는 자신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이미 사회적 관심을 끄는 유명인사(?)가 되었기 때문에 초상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일까요?
이 논쟁은 우리 사회에 세상을 떠들썩한 사건의 피의자가 검거될 때마다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흉악범의 얼굴공개에 반대하면 마치 흉악범을 두둔하는 파렴치범으로 치부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일종의 합의나 법적인 잣대나 규정이 조속히 필요한 대목입니다.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얼굴공개는?
이번 사건의 피의자의 경우, 이미 공개수배를 통해 얼굴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요. 자연스레 경찰과 언론에서는 얼굴을 마구 공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굴공개에 관하여 명시적인 법령상의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채 섣부른 공개는 또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익적인 목적으로 범죄혐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법적인 규정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가령 대표적인 예가 지명수배 또는 공개수배를 위한 얼굴공개입니다. 이러한 경우도 법적 테두리내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자연스레 이뤄져야 합니다.
흉악범 얼굴 공개 위헌 소지?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이미 공개수배를 통해 얼굴이 공개되었기 때문에 경찰이 체포된 이후에 다시 얼굴을 공개한다고 새삼스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이미 비를 한번 맞았는데 두 번 맞는다고 별거냐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비를 맞았다고 하더라도 다시 비를 맞을지의 여부는 비를 맞을 사람이 결정해야 합니다.
논란이 많은 흉악범의 얼굴공개는 헌법이 흉악범에게도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 및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매우 높습니다. 이 문제는 설사 흉악범의 얼굴공개에 관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헌법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될 것 같습니다. 얼굴공개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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