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시상식장 갈 수 없어 대타를 보낸 사연 알고보니…

세미예 2009. 12. 11. 12:00

올 한해 혹시 상을 받아보셨나요. 상장과 트로피 혹은 부상이 주어지는 상은 주어서 즐겁고 받아서 즐겁습니다. 지금 한참 한해를 결산한다고 각종 단체들은 분주합니다. 결산을 하면 으례 유공자를 포상합니다. 그 유공자를 포상하는 자리는 언제나 축하가 넘쳐납니다. 꽃다발이 주어지고 이를 기념하려는 꽃다발과 사진이 연이어 플래시가 터집니다.





상은 즐겁고 축하의 자리이기 때문에 시상식장은 즐겁고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최근엔 여러 포털에서도 블로그들을 대상으로 시상을 하고 있더군요. 남편이 잇따라 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상을 즐겁게 받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오랜만에 남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상장-시상-다큐멘터리시상식장 갈수 없어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내는 안타까운 일이 생겼습니다.


큰 상을 거푸 받은 남편

남편이 연말에 갑자기 상복이 터졌습니다. 남편은 몇해전부터 주말마다 쉬는 날을 이용해서 열심히 다큐멘터리 공부를 했습니다. 아내와 가정이 있는데도 틈틈이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선 시민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그 다큐멘터리가 여러번 방송도 탔습니다. 올해도 방송 전파를 탔습니다.


그런 공로로 남편이 다큐멘터리 시민 대상과 시민영상제 대상을 거푸 안았습니다. 그동안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고 눈치를 많이 주었는데 괜히 미안해집니다.





시상식장에 갈 수 없는 딱한 사연

남편은 큰 상을 받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에 갈 수가 없어 저번달부터 내내 고민하더군요. 상을 받아도 내색조차 않더군요.


그러더니 어느날 제 부츠가 낡았다면서 갑자기 사주겠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꼬치꼬치 캐물었더니 상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왜 알리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회사 형편이 빠듯해 시상식장에 갈 사정이 아니라고 합니다. 시간을 내서 시상식장에 참석할 형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남편회사는 경제가 어려워져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시상식장 잇단 대타를 보내는 심정 어떨까

남편은 시민들과 어울려 다큐멘터리를 제작합니다. 스탭이 꾸려져 있습니다. 시상식엔 공동명의로 올렸다고 합니다. 상을 줄때는 공동 명의가 모두 호명된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어서 남편은 다른 사람을 시상식장에 보냈다고 합니다. 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고 언론에 보도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인데 숨죽인 채 묵묵히 지켜만 보아야만 하는 남편의 심정이 참 측은해 보였습니다. 





상을 받은 시민저널리즘은?

남편은 현재 다양한 시민단체 회원으로 몸소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시민들과 더불어 영상시민제작단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시민들과 더불어 팀블로그도 만들었습니다.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상을 받은 주제와 콘셉트가 뭐냐구요. 남편은 웹 3.0시대는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도 이젠 시민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표현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이러한 시민들의 의견 표현을 시민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에 담았다고 합니다. 이론적 뒷받침과 문제점, 대안까지 담아 여러 사람들에게 호평을 얻었다고 합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멋진 남편을 응원하며

남편은 여러 곳의 활동을 하면서도 모든 곳에서 참 열성적으로 임합니다. 만나본 분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러한 열성과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아마도 상을 준 것 같습니다. 많이 많이 축하해주세요.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얼큰한 된장찌개라도 올려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