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칼럼

영어가 그렇게 좋아요?…지자체 구호 영어식 표기 일색 왜?

세미예 2009. 10. 19. 08:10

"지자체들은 캐치프레이즈로 영어를 좋아할까요."

"그러게요. 가만보니 영어일색이네요."

"영어가 그렇게 좋을까요. 영어가 아니면 슬로건을 만들지 못하나봐요."

"아무리 국제화시대라지만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어설픈 영어는 오히려 안 쓰니만 못하잖아요."

"맞아요, 우리말도 참 좋은데."




‘Hi 서울’ 'Dynamic 부산‘ Colourful 대구’ ‘ Pride 경북, ’ 울산 For you' 무슨 단어일까요.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내세운 구호들입니다. 일종의 슬로건입니다. 구호는 선전에 쓰이는 작은 문구를 일컫는 말입니다.  지자체 선전문구인 구호들을 살펴봤더니 영어로 마구 뒤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한글날이 엊그제였습 니다.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의 문자로 채택돼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누구보다 우리 말과 글을 바로 알리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야 할 일선 지자체들은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일선 자치단체들의 구호들. 영어표기 일색이다.


각 지자체 슬로건을 살펴봤더니

'Hi 서울' 'Dynamic 부산' 'Colourful 대구' ' Pride 경북' '울산 For you'  ‘Pride 경북' Clean 광주' 'It's 대전' 'Fly 인천' 'Feel 경남'.


전국 16개 광역시·도가 내세우는 선전 표어(슬로건)를 살펴봤더니 영어로 된 문구를 쓰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상당수의 광역시·도가 영어로 된 문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마치 외국의 구호들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합니다. 


16개 광역시·도 중에 한글로 된 문구를 쓰는 전남·북과 따로 표어를 두고 있지 않은 강원도를 제외하고 13곳이 영문 표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이(Hi) 서울’, ‘다이내믹(Dynamic) 부산’, 컬러풀(Colourful) 대구’, ‘프라이드(Pride) 경북’, ‘울산 포유(For you)’ 등이 영어로 된 표기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영어표기를 내세우다 보니 구호가 비슷해져버린 지자체 표기.



어, 표어가 중복되잖아

위에서 살펴보듯 영문으로 단순 명료한 표어를 경쟁이라도 하듯 만들다 보니 지자체 간 표어가 중복되기도 합니다. 울산과 경남의 김해는 ‘울산 포유(For You)’, ‘김해 포유(For you)’라는 비슷한 표어를 쓰고 있습니다. 


차별성과 상징성도 없어 보입니다. 독창성도 없어 보이고 지역을 어떻게  알리라는 것인지도 멷확하지도 않아 보입니다. 




왜 영어로 표기할까?

일선 지자체들이 왜 영어식 표기를 즐겨 사용할까요? 아마도 지역을 알리는 슬로건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든다는 의미도 있어 영어를 사용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세계속에 지역을 알리고자 사용한 것 같습니다. 


마치 뉴욕의 ‘I♡NY’처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슬로건을 만들어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영어 사대주의?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중요합니다. 일선 지자체를 그렇게 만들겠다는 의지는 참으로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굳이 영어표기를 사횽해야만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너무 쉽게 생각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지자체의 구호에 영어를 쓰는 건 일종의 영어 사대주의는 아닐까요.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해서 구호를 만들어도 되는데 굳이 영어로 이를 포장하려다 보니 오히려 전달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영어식 표기가 잘 와닿습니까? 무슨 뜻인지 금방 와 닿습니까. 외국인들이 영어로 표기한다고 해서 잘 알아볼 수 있을까요. 저렇게 단순한 구호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수 있을까요.



우리말로 만들어도 멋진 구호

‘천년의 비상, 전북'


전북의 구호입니다. 어떠세요. 우리식으로 표현해도 멋진 구호가 됩니다. 전북의 예를 들어보면 일선 지자체가 굳이 영어를 사용해야만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다는 말엔 설득력이 떨어 보입니다.


우리말만으로도 멋진 구호를 만들어낸 지자체도 있습니다. 전북도 심사숙고해서 만들었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브랜드와 세계속에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입니다. 세계인들에게 전달을 고려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말로 만들었습니다. 어떠세요 멋지지 않습니까. 굳이 외국어로 포장하지 않아도 전달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좋은 우리말을 이용해 홍보하는 게 진정한 국제화

일선 지자체의 구호에 영어를 쓰는 게 국제화가 아니라 좋은 우리말을 이용해 표어를 만들고 외국인들에게 홍보를 하면 어떨까요. 우리말로 된 표어를 쓰고 영어로 함께 기록해주면 그것이 진정한 국제화가 아닐까요. 


생활속에 자꾸 밀리는 우리말을 일선 지자체가 앞장서서 영어로 표기하는 것을 세종대왕님이 보셨다면 뭐라고 하셨을까요. 일선 지자체의 국적없는 표어나 구호 범정부 차원에서 지적하고 바로잡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떠세요. 의식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