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칼럼

'음력영화제'가 뭘까?…부산국제영화제의 말못할 사연

세미예 2009. 10. 9. 06:00

‘음력영화제’란 말을 들어 보셨나요. 음력영화제가 뭘까요. 음력영화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됐으니 PIFF부터 이야기 하겠습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시작은 미약했지만 비약적인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제로 우뚝 섰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화려한 이면엔 말못할 고충과 아직도 풀어야할 과제들도 수두룩 합니다. 이쯤되면 눈치빠른 분들은 음력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그럼, 왜 부산국제영화제가 일명 ‘음력영화제'가 되었는 지, 풀어야 할 과제들은 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부산국제영화제 개최시기가 참 들쭉날쭉하네

부산국제영화제는 개최시기가 참으로 들쭉날쭉합니다. 개최시기를 한번 살펴볼까요.


제1회 1996년 9월13일~21일(추석 9월27일)

제2회 1997년 10월10일~10월18일(추석 9월16일)

제3회 1998년 9월24일~10월1일(추석 9월25일)

제4회 1999년 10월14일~10월23일(추석 9월24일)

제5회 2000년 10월6일~10월14일(추석 9월12일)

제6회 2001년 11월9일~11월17일(추석 10월1일)

제7회 2002년 11월14일~11월23일(추석 9월21일)

제8회 2003년 10월2일~10월10일(추석 9월11일)

제9회 2004년 10월7일~10월15일(추석 9월28일)

제10회 2005년 10월6일~10월14일(추석 9월18일)

제11회 2006년 10월12일~10월20일(추석 10월6일)

제12회 2007년 10월4일~10월12일(추석 9월25일)

제13회 2008년 10월2일~10월10일(추석 9월14일)

제14회 2009년 10월8일~10월16일(추석 10월3일)


14회 기간동안 9월~11월까지 들쭉날쭉합니다. 개막이 가장 빠른 시기는 제1회때인 9월13일입니다.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의 초입입니다. 반면에 가장 늦게 개막한 시기는 7회때인 11월14일입니다. 늦가을과 겨울의 초입이라 할 만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들쭉날쭉하게 된 것은 어떤 연유 일까요.


개최시기 추석과 기타 여건에 좌우 

제1회(1996년 9월13일~21일) 때는 추석(9월27일)보다 앞서 개최했습니다. 그러다가 2회때는 추석이후 개최합니다. 제3회때는 추석 전 개막합니다. 그러다가 4회 이후로 추석이후로 개최시기가 고정됩니다.


그러다보니 추석에 따라 개최 날짜가 이리저리 들쭉날쭉하게 바뀝니다. 이런 연유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일명 ‘음력영화제’로 부릅니다.


한편, 제6회(2001년 11월9일~11월17일)는 많이 늦어졌습니다. 추석(10월 1일)이 예년보다도 늦은데다가 10월 말 개막하는 도쿄영화제와 겹치는 것을 피해 초겨울인 11월 중순에 잔치를 열게 됩니다. 추석이 예년보다 늦은데다가  도쿄영화제와 겹치는 것을 피해 초겨울인 11월 중순에 잔치를 열게 된 것이죠.


이렇게 되다보니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의 개·폐막식과 야외상영도 부산전시ㆍ컨벤션센터(BEXCO) 상영으로 대체돼 대관 비용이 크게 늘어났고 해변 영화제라는 특유의 흥취도 사라져버렸습니다.


또 제7회(2002년 11월14일~11월23일)은 제6회에 이어 다시 11월에 개최됩니다. 추석(9월 21일)에 이어 그 해 가을에 아시안게임, 세계합창올림픽대회 등 유난히 큰 행사가 많았던 탓에 일정이 뒤로 밀린 것입니다. 제7회때는 이렇게 추워진 날씨탓에 개막식, 폐막식은 다시 실내로 옮길 수 밖에 없었고,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시민회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내로 대체된 개·폐막식과 야외상영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개최 시기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남포동 극장가의영화관을 대관해 초청작들을 상영하다보니 추석 대목을 피해 9월에서 11월까지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더욱이 제6회 때는 추석이 예년보다 늦은데다가 10월 말 개막하는 도쿄영화제와 겹치는 것을 피해 초겨울인 11월 중순에 잔치를 열게 됐습니다.


따라서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의 개-폐막식과 야외상영도 부산전시ㆍ컨벤션센터(BEXCO) 상영으로 대체돼 대관 비용이 크게 늘어났고 해변 영화제라는 특유의 흥취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전용관 확보 절실

전용관이 없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추석 이후 개최됩니다. 시기도 이것 저것 따져야 합니다. 전용관이 없기 때문이죠. 


외국의 유수의 영화제와 달리 부산만 유독 개최 시기가 음력에 맞춰 조정돼 유명 감독들의 신작 유치와 게스트 초청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습니다.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이 부산영화제를 '게릴라 영화제'라고 일컫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연장을 겸한 전용관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국고 지원 인색

세계적으로 전용관 하나 없는 영화제는 PIFF가 거의 유일합니다. 부산영상센터 ‘두레라움’이 아름답게 설계됐지만 정부가 내년도 예산 중 상당부분을 깎았습니다. 영화제에 대한 국고지원이 참으로 인색합니다. 칸과 베를린 영화제는 예산이 200억원이 넘고 그 절반이 정부 지원금입니다.


PIFF는 22억원의 예산으로 출발해 올해 80여 억원으로 늘었지만 칸의 3분의1밖에 되지 않습니다. 국고 지원이 15억 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부산시 지원액 46억원에 비해서도 국비가 3분의1이 채 안됩니다. 


도쿄, 홍콩, 상하이, 방콕 영화제와 유럽 각국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정부가 뒷짐만 지고 인색한 지원만 한다면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과 앞날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문화를 생각하는 정부라면 곰곰이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세계적인 영화제의 위상에 걸맞는 국비 지원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