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칼럼

'바보 노무현'이 남긴 위대한 유산과 우리에게 남긴 과제

세미예 2009. 5. 26. 08:19

노무현 대통령님이 서거하셨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는 우리 국민을 망연자실케 했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우리나라의 정치문화가 대통령님에게 먼길을 떠나게 한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푸른집을 나온지 불과 15개월밖에 안되었는데.



노무현 대통령님은 그렇게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셨고, 막상 그렇게 돌아오셨는데, 무엇이 어디서 뭐가 잘못돼 우리곁에 돌아오자마자 다시는 못올 곳으로 가시려는 것일까요.

 

대통령님은 우리에게 엄청난 과제를 주셨습니다. 과제를 주셨건만 그 과제를 해결할 길이 없어 이렇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통령님이 우리에게 주신 그 과제를 생각해보면서 힘을 모아야하지 않을까요.


'사람사는 세상'의 참맛을 위해, 소통을 위해 평소 아끼셨던 홈페이지.


대통령님은 지역주의라는 높은 벽에 울었던 희생양

노무현 대통령님은 언제부터인가 ‘바보 노무현’이라 불렸습니다. 그렇게 불린 내력이 이땅의 두터운 장벽인 지역주의가 도사리고 있어 내심 씁쓰레합니다.


대통령님이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딛 것은 지난 1988년입니다. 대통령님이 정치권에 첫발을 들인 이후 이땅엔 망국병이자 우리 현실 정치의 두꺼운 장벽인 지역주의가 앞을 막고 있었습니다.


대통령님이 정치에 입문한 곳은 1988년 부산 동구 지역구입니다. 필자는 군대 말년에 부재자 투표로 대통령님과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곳에서 대통령님은 초선 의원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이내 그 지역주의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대통령님은 이를 정면으로 부딪쳤기에  ‘바보 노무현’은 일종의 '국민훈장'이었습니다. 이러한 역경과 고통을 극복할 힘은 수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고, 용기가 되었고, 대통령님을 사랑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에겐 엄청난 아픔이셨습니다. 개인이 극복하기 힘든 엄청난 장벽이었습니다.


소신을 지킨 대통령님, 큰 가르침 주셨네!

대통령님은 지난 1990년 3당 합당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3당 합당을 통한 거대한 여당에 들어가지 않는 일은 쉽지않은 길이었습니다.


국회의원 재선이라는 관록이 보장된 너무나도 쉬운 길을 스스로 뿌리치셨습니다. 소신대로 그 길을 뿌리치고 나와 국회의원 총선과 부산시장 선거 등에서 나섰습니다. 대통령님은 보기좋게 내리 세 차례 패배를 맛보았습니다.


대통령님을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게 한 또다른 소신은 1998년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당선됐지만 16대 총선에서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신 것입니다. 그 당시 그대로 서울 종로 지역구에 눌러앉아도 될 것을 대통령님은 이를 마다하고 험하디 험한 지역주의의 높은 벽속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제16대 총선 당시 부산에서 출마해 또다시 고배를 들었습니다. 잘 정비된 고속도로를 대통령님은 마다하시고 험하디 험한 가시밭길에 뛰어들었으니 '바보 노무현' 이셨습니다. 대통령님은 이런 분이셨습니다.





이땅의 지역주의 언제 해소될까

대통령님이 소신대로 뿌리친 3당 합당은 우리의 망국적 지역주의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3당 합당 이전에만 해도 이 땅엔 민주와 반민주 구도가 헤게모니였습니다. 하지만 3당 합당은 삽시간에 정치 지형도를 바꿔 버렸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망국병 같은 지역주의는 여전히 힘을 받고 있습니다. 특정 정당이 지역 정치권을 싹쓸이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정책이나 인물 보다는 그 후보가 속한 정당이 우선시됐습니다. 오죽했으면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비유가 생겼겠습니까.


대통령 재임기간에도 지역주의 없애려 노력하셨건만

대통령님은 재임기간 내내 고집스럽게 지역주의를 없애려 노력하셨습니다. 집권 여당의 분당과 연정제안도 하셨습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스스로의 집권 기반을 갉아먹었지만, 이것 없이는 우리 정치 선진화를 기약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대통령님은 편하고 쉬운 길보다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손익계산 없이 미련하다고 할 정도로 밀어붙이셨습니다. 지역주의가 기득권세력의 토양임을 '바보 노무현'은 간파한 것입니다.


보통사람의 시대로

누구나 성실히 일하고 그런 사람들이 잘 사는 보통사람의 시대. 이것이 대통령님의 평범한  바람이자 우리 모두의 소망은 아닐까요.


특권과 반칙, 사실은 보통사람들에겐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이런 단어들이 지역주의가 묘하게 포장돼 기득권이란 괴물을 견고하게 보호해주고 있지는 않습니까.


대통령님께서 그토록 지역주의를 없애려 노력한 점은 두고두고 높게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또 이것이 우리들에게 던져준 하나의 과제는 아닐까요. 앞으로도 '바보 노무현'의 가치가 묻혀선 절대 안 됩니다.





지역주의를 넘어 미래로 세계로

'바보 노무현'은 지역주의 높은 벽앞에 세 차례나 퇴짜를 맞았습니다. 역설적이지만 ‘바보 노무현’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만들었고, 대통령님은 그런 역설을 딛고 현실을 만들었기 때문에 대단합니다.


하지만, 역설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이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보'가 돼야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님이 그토록 노력하셨던 지역주의의 높은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이런 과제를 대통령님은 우리에게 주신 게 아닐까요. 또다시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요동친다면 이땅엔 희망이 없습니다. 지역주의를 넘어 이제는 미래로 세계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지역주의라는 괴물 이젠 없애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