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데모야”
엊그제 전국언론노조 7대악법 저지 부산집회에 한 70대 어르신이 불쑥던진 말입니다. 이 어르신께서는 언론노조 노조원들의 집회 한가운데로 뛰어들려다가 노조원과 인근 경찰의 제지를 받고 물러났습니다.
어르신은 경제난국에 데모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시위도 때를 가려서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필자는 홍보유인물을 나눠주다가 이 어르신과 맞딱뜨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경제가 자꾸 어려워지는 게 사회 곳곳에서 데모를 자꾸 하다보니 사회가 혼란해져서 대통령도 경제를 제대로 살릴 기회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기자들과 방송국 PD도 시위한다고?
이 어르신이 자꾸만 집회 한가운데로 뛰어들라고 하셔서 정중히 모시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서 집회의 성격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설명이 시작되자 마자 어르신께서는 “그럼, 기자들도 데모한다 이 말이가? 아이구, 이 나라가 어찌될라꼬 이 모양이고!”라고 하시면서 한숨을 지으셨습니다.
하지만, 차근차근 설명이 이어지자 고개를 끄덕이시며 언론노조의 총파업 취지를 이해하셨습니다.
이 어르신은 왜 언론노조가 총파업 일선에 나섰는 지, 풍찬노숙의 한가운데로 설 수 밖에 없었는 지 처음엔 잘 모르셨습니다. 그 만큼 언론관계법 개정에 관해 시민들은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점과 대국민 홍보전이 아직은 미약했다는 뜻도 될 것 입니다.
언론관계법 개정 추진이 경제살리기인가?
대통령은 연말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방송·통신 분야는 일자리 창출분야이므로 경제논리로 접근해야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신문·방송 겸영 및 대기업의 방송 진출 등을 허용하는 언론관계법 개정에 항의해 전국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당일입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미 여야 합의안을 뒤집고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 133억 원을 삭감한 전력이 있습니다. 또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자동폐기 등 지역신문을 고사시킬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대기업과 일부 메이저신문이 장악하는 방송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같은 언론환경에서 다양한 여론형성이나 소수의 목소리, 지방민의 이익이 대변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언론을 경제논리로만 재단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그 논리의 실효성조차 의심스럽습니다. 대기업과 일부 신문은 뉴스를 제외한 드라마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거의 모든 방송사업에 이미 진출해 있습니다.
지금이 어느 때입니까? 언론사 시론 등 각종 칼럼,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 입에서 수시로 나오는 말들이 힘을 모아 경제난국을 극복하자고 합니다. 힘을 모으려면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경제난국에 언론관계법을 들고나와 경제살리기 운운합니다. 언론관계법 개정과 경제살리기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진정 경제살리기에 국민들 총의를 모으고 힘을 모으려면 서민들 곁으로 다가가는 경제정책과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제를 살려나가기 위한 정책 마련에도 시간이 부족할텐데 언론인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은 경제살리기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정부 여당은 다시한번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았는 지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르신도 공감한 경제살리기와 언론관계법 개정의 넌센스
어르신께서는 설명을 들으시고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아울러 경제살리기와 언론관계법 개정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경제살리기에 열중해야 할 정부 여당이 곱씹어 봐야할 대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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