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환경

새들의 천국 낙동강하단 을숙도의 현실?…을숙도 새들의 천국 맞아?

세미예 2008. 11. 13. 09:28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 어디죠?"

"당연히 을숙도가 아니네요. 예전 이야기군요."

"을숙도의 위상이 어느순간부터 완전히 바뀌었군요."

"인간의 발길이 무섭기는 무섭군요."

"그나저나 철새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그러게요, 철새가 살 수 없다면 인간도 살 수 없다는 뜻인데."




부산의 자랑거리인 을숙도를 아시나요. 혹시 을숙도를 가보셨나요. 20여년전, 아니 10여년 전만 해도 철새와 관련된 언론의 주요 멘트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 을숙도’란 표현이었습니다. 현재는 어떨까요.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언론은 없습니다. 


오늘날의 을숙도 모습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을숙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한번 볼까요. 을숙도를 돌아봤습니다.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였던 곳

한국에서 열린 람사르 총회의 공식 방문지는 어딜까요. 낙동강 하단인 을숙도가 들어 있을까요. 아닙니다. 제10차 람사르총회의 공식 방문지로 지정되고 총회에 참가한 많은 외국인 환경 전문가들이 탐방한 곳은 경남 창녕 우포늪과 창원 주남저수지, 전남 순천만 갯벌 3곳이었습니다.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생태 관광지로서 주목을 받은 곳은 을숙도가 빠진 우포늪과 주남저수지, 순천만 갯벌 3곳입니다.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란 명성이 무색케 합니다.









람사르총회 공식 방문지 3곳은 우포늪, 주남저수지, 순천만

람사르 총회기간 우포늪의 위상을 볼까요. 1998년 3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국내 최대 내륙습지인 우포늪은 총회가 개막된 지난달 28일 이후 연일 국내외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이 기간 평일의 경우 하루 평균 6천500여명이 찾았다고 합니다. 특히, 주말과 휴일인 지난 1일과 2일에는 4만여명이 찾아 평소 주말과 휴일 5천여명에 비해 8배로 크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웃 경남에서 열린 람사르 총회와 새들의 천국이라는 을숙도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사실은 아무런 연관이 없었습니다. 을숙도는 이웃 경남에서 열린 람사르총회의 수혜를 전혀 못본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을숙도의 위상이 람사르 총회 기간 사실상 구경만 하고만 형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웃지역인 경남은 축제열기에 휩싸였지만 이를 바라만 보아야만 했습니다. 을숙도의 위상이 이 정도밖엔 안되는 것일까요. 부산시의 환경외교, 환경행정에 문제점은 없었을까요.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람사르 총회가 열린 지난주 을숙도를 찾아봤습니다.


을숙도는 천연기념물 제179호…3곳으로 나눠 관리

먼저, 을숙도철새공원을 살펴볼까요. 낙동강하류 철새도래지인 이곳은 문화재 지정구역(천연기념물 제 179호)으로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1212번지 일원 1,907,000㎡ 규모입니다.


이곳은 ABC 세 개의 지구로 나눠져 있습니다. A지구의 경우 교육․이용지구로, B지구는 완충지구로, C지구는 핵심보전지구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핵심지구의 경우 연구 조사 관리 목적외에는 출입이 제한되는 구간입니다.  


물억새, 갈대, 새들의 비행, 습지가 어우러진 한폭의 그림같은 풍광

올해는 가을 가뭄이 심한편이라 습지가 메말라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철새들이 자유롭게 습지를 돌아다니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갈대와 물억새가 장관입니다. 이 사이를 거닐고 있노라면 하늘에서 한 무리의 고니떼가 날라 갑니다. 동화속 나라같습니다.


새들의 천국 훼방꾼은 명지대교, 비행기 이착륙?

그런데 남단으로 들어서니 거대한 인공구조물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명지대교입니다. 을숙도 새들의 천국을 딱 가로막고 버티는 훼방꾼 같습니다. 아직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이 다리가 완공되고 차들이 다니기 시작한다면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섭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김해공항 활주로를 향해 한대의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합니다. 고도를 낮추는 동안 새들과 딱 마주하기 십상입니다. 고도가 새들과 비슷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현장을 둘러보는 사이 하루해가 뉘엿뉘엿 넘어갑니다. 검붉은 해가 땅으로 내려 앉습니다. 황홀한 일몰의 장관이 펼쳐집니다. 갈대와 어우러진 낙조는 한폭의 그림같습니다. 이 시간 이곳을 찾은 사람이라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댈 수 밖에 없습니다. 적당히 아무렇게 눌러도 그림이 되고 작품이 됩니다. 그런데 명지대교가 카메라속에 들어옵니다. 이리 저리 피해서 사진을 찍으려 해도 카메라속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작품은 졸작이 되고 맙니다.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새들의 천국

시간은 흘러 새들이 낮에 위쪽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밤시간대 남단으로 이동합니다. 남단 갯벌주변엔 새들의 무리로 장관을 이룹니다. 저 만치 떨어져 있어도 새들은 사람을 알아봅니다. 후다닥 날아갑니다. 숨어서 간신히 촬영합니다. 어둠과 거리로 인해 희미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닉하게도 인간의 발길이 멀리 떨어져야만 새들의 천국은 더 안전합니다. 




람사르 기간 을숙도 찾은 각국 대표들 " 람사르 습지로 지정 보존해야"

을숙도는 람사르총회에 빠져서는 안될 곳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람사르 총회에서는 변방에 불과했습니다. 


단지, 지난 2일 람사르 관련 당사국 대표들로 구성된 탐조대가 을숙도 남단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낙동강 하구 같은 습지는 보기 드물다. 놀랍다. 낙동강 하구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느냐. 낙동강하구처럼 습지가 발달돼 있고 철새들이 많은 곳은 하루빨리 람사르 습지로 지정해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내에는 현재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 용늪 등 11곳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 있지만 낙동강 하구는 아직 등록돼 있지 않습니다. 이쯤되면 부산시의 환경행정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한번 점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