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간크게 무임승차를 하네요."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무임승차를 하는 것 같아요"
"정말 간이 큰 사람임에 틀림없네요."
'정말 그런 사람이 다 있었네요."
"왜, 철도공사에서 이를 잡지 못할가요."
"그나저나 그 사람 참 간 크네요."
서울서 부산까지 KTX열차로 여행하면서 요금을 안내고 내려올 수 있을까요.(이 글은 시민의식 함양을 고취시키기 위해 쓴 글임을 먼저 밝혀 둡니다.) 물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엔 이전보다 무임승차가 쉬워졌습니다.
예전에는 기차표를 일일이 점검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최근 회사일로 대전을 다녀왔습니다. 몇달만의 열차여행이라 구포역을 출발할때는 개표를 안한다는 점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 안했습니다. 왜냐하면 종착역에선 표를 개찰구에 넣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차가 대구에 이르자 잠시 정차를 했습니다. 새로운 승객들이 내리고 탔습니다. 이윽고 기차는 출발을 했습니다. 오랜만의 기차여행은 색다른 맛을 선사했습니다. 그런데 앞쪽에서 시끄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조용히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모처럼의 여행을 즐기려던 기분을 일시에 달아나게 했습니다.
그 소리는 한 연세드신 할머니와 중년의 아저씨가 자리를 두고 다투는 소리였습니다. 한 자리를 두고 두분이서 서로 자기 자리라고 우기는 것이었습니다. 귀동냥을 해보니 열차번호와 좌석표는 두 분다 같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시끄런 소리가 이어지자 참다못한 주변의 한 남자분이 두분의 표를 자세히 훑어 보더니만 할머니의 표가 이상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들어봤더니 이 할머니가 이미 출발한 앞시간대 열차의 좌석권을 들고 중년 아저씨가 잠시 화장실 다녀온 사이 자리에 앉았던 것이죠. 말하자면 기차를 잘못탄 것이죠. 그런데 이 할머니는 열차시간을 착각한 줄 모르고 열차번호와 열차좌석만 보고 자기 자리로 우긴 것이죠. 중재에 나선 분이 자세하게 할머니께 자초지종을 해줬더니 이제사 할머니는 수긍을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어찌해야 몰라 안절부절 하시더군요.
할머니가 참 딱하게 됐습니다. 기차를 잘못탔고 졸지에 가까운 역에서 내려서 다시 표를 끊게 생겼으니까요. 연세 드신 분이라 기차표를 다시 산다는 게 쉽지않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조금전 다리다툼을 하던 아저씨가 “요즘엔 표검사 안하니까 그냥 서울까지 앉아 가세요. 서울까지 가는 동안 제가 조금 불편해도 빈자리 찾아서 앉을께요.”라고 말하더군요.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간혹 표를 검사한다는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일일이 검사 안해요. 또 검사한다고 말하면 자는 척하면 그냥 지나갑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역무원 부르면 다음역에서 내려야 할지도 모르고 계산도 복잡해지고 금전적인 손해도 크니까 그냥 모른 척하고 올라가세요”라고 덧붙이더군요.
사실일까. 서울까지 잘못된 표로 올라갈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일이지만 지켜본다는 것이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목적지인 대전까지 도착하는 동안 실제로 한번도 표를 검사하지 않았습니다.
내릴때도 대전역에서도 표를 검사하지 않았습니다. 개찰구에 표를 넣는 일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 할머니는 무사히 서울역까지 도착했을 것입니다. 무사히 도착여부는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아마 추측컨대 별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예전같았으면 꿈도 못꿀 이야기입니다. 출발역에서 개표방송이 연이어 나오고 줄지어 개표를 기다려야 하고 개표를 한참동안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기차표를 거듭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엔 기차를 타더라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들어가서 열차안에 곧장 앉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니 그 할머니처럼 잘못된 기차를 탈 우려마저 있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기차표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보다 편리해졌습니다.
그래도 예전과 달리 잘못알고 탄 기차표로 얼마든지 서울까지 갈 수 있겠더군요. 마음만 먹는다면 무임승차도 가능하겠더군요. 실제로 구포역에서 대전까지 올라가는 동안 개표도 없었고 중간에 표검사도 없었고 대전역에 내려서조차 표를 내는 곳이 없었습니다. 표가 사실상 필요 없을 정도로 편리했습니다. 내려올때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참으로 편리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승객의 편리를 위해 만든 제도가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멍들고 있습니다. 그 할머니야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기차를 잘못탔지만, 실제로는 의도적으로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저는 개표를 안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지만, 이미 7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경비 절감 등의 이유로 철도역 내 자동개집표를 전격 중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늘어나는 무임승차객과 절도 범죄 줄이기에 고심 중이라고 합니다. 코레일의 경우 자동개집표 운영 중단으로 연간 경비가 줄어들고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편하다는 반응이지만 열차내 무단진입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긴 것이죠.
무임승차객의 경우 지난해 주간 평균 1천526명이었으나 자동개집표를 중단한 올 7월 이후 2천390명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무임승차객 단속은 코레일 직원이 열차에 타거나 열차개집표구에서 불시로 점검을 통해 단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7년엔 무임승차객수는 1천526명이었고 올 1~6월까지는 2천131명이었으나 올 7월과 8월 두달간은 2천390명이었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무임승차객이 많이 늘었다고 할 수 있겠죠.
문제는 이들 일부 무임승차객들 때문에 다수의 승객을 위해 마련된 좋은 제도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30년전 가난했던 시절 학교통학을 하면서 무임승차한 요금을 뒤늦게 변상한 한 어르신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 기사를 생각해보니 일부 무임승차객들의 양심이 씁쓰레해집니다.
자동개집표기기는 철도역마다 출입구에 설치돼 승객이 승차권을 넣어야 출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인데 지난 2004년 KTX 운행과 함께 운영돼 왔습니다. 코레일이 무임승차를 감수하면서도 자동개집표 중단에 나선 이유는 경비절감 때이었다고 합니다. 자동개집표기기의 연한은 5년이어서 고장이 자주 발생하고 유지 보수에도 비용이 만만치 않아 운영 중단이 불가피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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