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사투리 뭐라카노?… 요즘 서울말이 어딨고 사투리가 어딨능교? 사투리가 뭐길래?

세미예 2008. 8. 29. 08:33

“안녕하세요. 애기 접종하러 왔는데요.” 

“주소가 서울이시네요.” 

“친정이 부산이라서요.” 

“뭐라고요? 그럼 원래 부산분이셨네요.” 

"예, 요즘 사투리를 사용 안하니 지역색을 찾을 수가 없네요."



얼마전 아이의 예방접종차 보건소를 방문했다가 20대 후반의 젊은 애기엄마와 보건소 직원의 대화를 우연히 살짝 엿듣게 되었는데 필자는 그만 폭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사연인즉 애기엄마가 어설픈 서울사투리(서울말. 표준어?)를 사용하다가 보건소 직원이 아무래도 부산출신 인 듯 해서 은근슬쩍 비꼬는 대화를 듣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쏟아졌습니다. 



지역 사투리 대신 어울린 사투리가 확산? 

필자는 이 일을 계기로 사투리에 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필자는 언어학자가 아니므로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입니다.) 현대에 들어서도 각 지역의 사투리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제는 예전의 방언 개념이 아닌 각 지역의 말이 서로 어울린 사투리만이 존재하는 것은 혹 아닐까요. 


가령 부산의 사투리를 일례로 들어 봅시다. 부산 사투리는 이미 많이 희석되었습니다. "니 뭐라켔노?" 부산을 나타내는 사투리로 방송이나 언론에서 곧잘 등장시킵니다. 하지만, 부산지역 사람들 조차 이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말 외에도 방송에서 탤런트들이 부산사투리를 흉내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지역 사람들은 그 어설픔에 웃고맙니다. 


왜냐하면 탤런트들이 쓰는 그런 말은 지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죠. 부산사람들 역시 자신이 사용하는 말이 사투리라고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물론 다른 지역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그렇다면 사투리가 없다고 봐야하나요. 그런데도 현재 부산사람들이 사용하는 부산말을 서울사람들은 사투리라고 생각하더군요. 




현대들어 지역사투리는 희석 

그럼, 사투리가 왜 그렇게 많이 희석되었을까요. 부산은 바다를 끼고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외지인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언어의 유동성이 강한 지역입니다. 또 한국전쟁과 산업화를 겪으면서 많은 타 지역민들이 새로이 이주해 정착한 도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교통이 편리해지고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언어도 많이 희석된 셈이죠. 이런 현상은 서울말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겠죠. 서울은 더 많은 지역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이니 그런 현상은 더 심하겠죠. 미국이 인종의 멜팅 포트라고 했나요. 서울도 미국 못지않게 우리나라 지역민들의 멜팅 포트적 성격을 지녔다고 해야할 듯 싶네요. 


방송매체 영향 서울말 선호 현상 뚜렷 

단지, 서울말은 표준어를 삼고 있기 때문에 지역(지방의 개념이지만 지방은 봉건적 성격이 강해 지역으로 대체함)출신 사람들은 출신을 애써 감추려(?) 서울말을 배우려 노력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서울말을 쓰는 인구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고 봐야할 듯 싶습니다. 


특히 방송매체가 대중화된 현대에 들어서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자기 지역 고유의 사투리가 점점 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특이하게도 사투리 억양 방송이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락 프로그램 진행자들도 당당하게 지역 사투리로 진행하는 분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예를들면 한 오락 프로그램 진행자 모 씨의 경우 경상도 사투리로 진행합니다. 이 분의 경우 초창기 방송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색하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지금은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투리 때문에 더 호감이 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방송 드라마속 배우의 어설픈 사투리 

드라마를 뜯어보면 현대가 아닌 예전을 배경을 한 것들은 어김없이 사투리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자면, 방송이나 영화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이들은 완전한 사투리가 아니라 억양만 사투리입니다. 그들의 발음이나 음의 장단 등은 표준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그 지역의 사투리를 완전히 익히기 어렵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부산을 떠나 서울서 생활한 사람을 다시 몇 년이 지나 만나보면 어느새 서울말로 변해있는 것을 곧잘 보게 됩니다. 반대로 서울서 부산으로 이사와 생활하시는 분들은 부산말로 잘 바뀌지 않더군요. 이는 아무래도 스스로의 의지와 서울말에 대한 호감때문인 듯 싶습니다. 


그 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고 적극적으로 지역 억양을 따라가려고 의식을 하고 있다면 금방 그 지역 말로 바뀐다는 것이겠죠. 필자는 보건소일을 계기로 사투리에 관해 두서없이 나열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현대에 들어 지역말의 의미에 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것과 어색한 다른 지역말을 따라하기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방송에서는 표준어라 해서 지나치게 서울말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진행자들에게도 지역말을 적극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덧붙여 드라마에서도 어색한 지역말로 시대상을 나타낼 것이 아니라 좀 더 연구해 방송을 보는 지역민들이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말은 고상, 사투리는 촌스럽다'는 생각은 잘못 

마지막으로, 혹시 서울말은 고상하다고 느낀다거나 지역말은 촌스럽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사투리도 희석되었으니까요. 희석된 언어만큼이나 서울과 지역간의 경제력 차이도 극복되어 우리나라 국민이 격차 없이 골고루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어는 그 나라 국민을 하나로 묶는 소중한 보이지 않는 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