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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전쟁'에 시민들만 골탕?…'버스전쟁' 왜? 언제까지?

세미예 2011. 7. 13. 07:43

"행정구역 통폐합이 절실한 곳은?"

"부산과 거제, 부산과 진해."
"왜죠?"
"지자체간 갈등이 이미 도를 넘어 행정구역 통합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봐요."
"그러게요. 참 답답해지네요."

업무차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신문을 읽던 중년 남자 두 분의 이야기를 살짝 엿들었더니 대뜸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분들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진지하고 의미심장한 것이기에 한편으론 회의감이 들면서도 또다른 한편으론 수긍을 하고 맙니다.

지자체간의 현안문제 갈등, 또 이로인한 시민들의 불편. 왜, 언제부터, 어디까지 진행된 것일까요.


거가대로는 부산과 거제시민 모두가 편리?
부산과 거제를 육지로 연결시켜준 거가대로가 지난해 12월14일 역사적인 개통을 했습니다. 거가대로의 개통으로 부산과 거제지역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왕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오늘의 현 주소는 어떨까요?

부산과 경남 거가대로 버스협상 왜?
부산시가 지난해 12월14일 거가대교 개통에 맞춰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부산~거제 간 버스 한정노선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경남도와의 의견 충돌로 무산됐습니다.  당시 부산시가 제안한 한정노선은 부산역~거가대교~거제도, 김해공항~거가대교~장승포로 이어지는 두 가지입니다. 시·도민이 거가대교를 이용해 최단거리로 KTX와 항공기를 탈 수 있도록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는 게 부산시의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경남도는 '노선 운송사업자가 운행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정면허(노선)를 허가할 수 있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들어 부정적 견해를 보였습니다. 경남~부산 간 기존 시외버스 운송사업자들이 부산역이나 김해공항 쪽으로 노선을 변경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 한정노선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법 규정에 따라 광역시인 부산은 시외버스 노선을 운영할 수가 없습니다.


거가대로 시외버스가 어렵자 시내버스 협상은?
경남도의 반대로 부산~거제 간 시외버스 한정노선이 불발로 끝나자 부산시는 거가대로를 경유하는 부산역~거제 간 시내버스 운행을 추진했습니다. 부산시가 시내버스 운행을 추진한 것은 이 구간 직행버스(한정노선) 운행이 경남도의 반대로 무산되자 부산시가 독자적인 해법을 찾아 나선 것이었습니다. 

경남도의 동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렇게라도 해서 주민 불편을 덜어주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거제시도 적극 협조한다고 해서 진전을 보일 것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경남도가 시내버스 운행까지 반대한다지만 명분이 약했기 때문입니다.

부산역~거제 직행버스 이어 시내버스도 무산  
거가대로를 경유하는 부산역~거제 간 직행버스에 이어 광역시내버스 운행도 무산됐습니다. 부산시와 거제시가 직접 협상에 나서 시내버스 운행을 추진했지만 이번에도 경남도의 반대에 발목이 잡힌 것입니다.

거제시는 '시·도에 걸치는 시내버스는 부산시와 경남도가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국토해양부의 유권 해석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불가' 방침을 부산시에 통보했습니다. 거제 시민은 버스 운행을 원하는데 정작 광역자치단체가 가로막고 있으니 모양새가 참으로 우습습니다. 

부산시-거제시 시내버스 협의는 처음부터 어불성설?
경남도는 애초 부산시와 거제시가 부산~거제 시내버스 운행을 협의할 때부터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 이번 결과는 경남도가 의도한 대로 됐지만 경남도가 좋아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부산역~거제 노선을 원하는 거제 시민의 불편에 눈감으면서 부산시와 자존심 대결에서 이겼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시외버스 업자들 두둔하는 것도 금도가 있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6개월간 협상 감정싸움으로 허비? 
이번 결과를 두고볼때 부산시도 마땅히 반성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거가대로 운행 버스와 관련 6개월간 협상을 하면서 경남도에만 책임을 떠넘긴 채 감정싸움으로 세월을 허비한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주민을 먼저 생각하고 협상하라
부산시와 경남도가 "더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태도입니다. 협상은 부산과 거제 양쪽 주민들 편의를 위해 하는 것이지 공무원들의 자존심 다툼이나 힘겨루기하라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즉각 협상을 재개해 해법을 도출해야 합니다.

광역지자체장 직접 나서라
이번 일은 양측의 간부까지 나섰지만 한 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식의 협상은 하나 마나입니다. 이제는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가 만나는 방법뿐입니다. 두 사람이 흉금을 터놓으면 길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직행이든 시내버스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배차 문제는 조금씩 양보하면 합의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끝내 얼굴을 감춘다면 두고두고 시민들의 원망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속히 현명한 결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