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원 님의 '봄은 찾아온다'라는 시가 유독 생각나는 겨울입니다. 올 겨울은 여느해보다 동장군의 기세가 사나웠습니다. 어찌가 추위가 매섭던지 봄이 그리워 집니다. 하지만 윤서원 님의 시처럼 따뜻한 봄은 사나운 동장군을 뚫고 이내 찾아올 것입니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차가운 기운을 이내 녹여 버리고 따뜻한 기운을 불러올 기세입니다.
흔히 설날이 낀 음력 1월을 가리켜 맹춘(孟春)이라고 합니다. 맹춘(孟春)의 뜻을 풀어보면 한자어 맹(孟)은 맏, 첫, 처음 맏이를 뜻하는 말입니다. 또 춘(春)은 말 그대로 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맹춘(孟春)이란 말은 말 그대로 봅이 시작되는 초봄을 뜻합니다. 봄을 맞이하는 마음이 담겨진 글자가 바로 맹춘(孟春)이라고 할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봄을 기다리는 강렬한 열망이 있습니다. 더우면 시원한 곳을 찾게 되고 추우면 따뜻한 곳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사람의 근원적인 본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본성은 세시풍속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예축적 의미 세시풍속
이런 배경 때문에 봄철이면 한 해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예축적(豫祝的) 의미의 세시풍속이 유독 우리 민족에게는 많습니다. 1월(음력)의 대표적인 세시풍속은 바로 설날입니다.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은 역시 한가위와 설날입니다. 대표적인 명절이다보니 우리 민족의 애환과 정서가 가장 함축적으로 나타난 세시풍속도 바로 설날입니다.
설날은 추석과 더불어 부모를 찾아뵙기 위해 민족의 대이동이 벌어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 민족은 언제부터인가 설날을 고향에서 맞으려고 그토록 머나먼 고향길을 찾아갑니다. 이 처럼 우리민족에게서 설은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 명절입니다.
설날의 어원 어디서 유래됐을까
음력 1월1일을 설날이라고 부릅니다. 이 날은 우리 민족의 가장 명절입니다. 설날의 '설'은 새해의 첫머리를 뜻합니다. 설날은 한 해의 첫날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지키는 설날의 기원에 대해서는 대략 세 가지 정도의 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낯설다'라는 말의 어근인 '설'에서 그 어원을 찾습니다. 이런 어원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설날은 '한해가 시작되는 새해에 대한 낯설음'이라는 의미와 '아직 익숙하지 않는 날'이란 뜻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설날은 묵은 해를 보내고 아직 새로 시작하지 않은 새해가 익숙하지 않아 그런 날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설날의 또 다른 의미로는 '선날'에서 찾습니다. 개시라는 뜻의 '선다'라는 말에서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뜻으로 이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날'이 시간이 흐르면서 연음화 되어 설날로 와전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설날의 또 다른 기원설은 설날을 '삼가다' 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뜻의 옛말인 '섧다'에서 그 어원을 찾기도 합니다. 이는 설날을 한자어로 신일(愼日)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신일(愼日)은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란 뜻입니다.
새로운 한해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새로운 시간 질서에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언행을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생긴 말이란 뜻입니다. 설날의 한자어는 원일(元日), 원단(元旦), 정조(正朝), 세수(歲首), 세초(歲初), 세시(歲時), 연두(年頭), 연시(年始)등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순수한 우리말의 설날보다 아무래도 정감이 없습니다.
설날의 유래
우리 민족을 가리키는 말은 참으로 많습니다. 한(韓)민족 백의의 민족 배달의 민족 등등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설날을 최대의 명절로 여겨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설날을 명절로 삼기 위해서는 역법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역법이 나타난 시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삼국지를 보면 부여족이 역법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신라 문무왕 대에는 중국에서 역술을 익혀와 조력하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또 신라의 명절이라 할 수 있는 가위나 수릿날의 풍속이 있었다는 일련의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 민족이 고유한 역법을 가졌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근거로 대략 설날은 적어도 6세기 이전에 중국에서 태양태음력을 받아들인 이후 태양력을 기준으로 제정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고려시대에는 설과 정월 대보름, 삼짇날, 팔공회, 한식, 단오, 추석, 중구, 동지를 9대 명절로 삼았으며, 조선시대에는 설날과 한식, 단오, 추석을 4대 명절이라 한 점 등으로 미루어 이미 이 시대에는 설이 오늘날과 같이 우리 민족의 중요한 명절로 자리 잡고 알 수 있습니다.
설날의 세시풍속 차례
설날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고 무사안녕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여러가지 놀이나 세시풍속을 행합니다. 그 대표적인 게 차례, 세배, 설빔, 덕담, 문안비, 설 그림, 복조리걸기, 야광 귀 쫓기, 청 참, 윷놀이, 널뛰기, 머리카락 태우기 등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게 차례지내기와 성묘입니다. 설날 차례는 아침 일찍 가족과 친지들이 장손집에 모여 정성스럽게 마련한 음식과 술을 조상들에게 대접하는 의식을 행합니다. 또한 조상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향교나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설날 차례는 아침 일찍이 각 가정에서 대청마루나 큰 방에서 지내게 되는데, 제상 뒤에는 병풍을 둘러치고 제상에는 설음식을 올립니다. 조상의 신주, 곧 지방은 병풍에 붙이거나 위패일 경우에는 제상 위에 세워 놓고 차례를 지냅니다.
세배
세배도 설날의 대표적인 의례 중 하나입니다. 온 가족이 모여 설날 차례를 지낸 뒤 윗어른들에게 절을 하면서 새해 인사를 올리며, 가족끼리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절을 합니다. 이를 세배(歲拜)라고 합니다. 가족들은 세배가 끝나면 차례를 지낸 설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합니다. 식사 후에는 일가 친척과 이웃 어른들을 찾아 세배를 드립니다. 그런데 세배를하러 온 사람이 어른일 때에는 술과 음식을 내어놓는 것이 관례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인 경우 술을 주지 않고 세뱃돈과 떡, 과일 등을 줍니다. 세배를 할 때는 오른손이 왼손 위에 놓아서 큰절을 합니다.
설빔
설날 당일 입기 위해 준비한 옷을 '설빔(세장:歲粧)'이라고 불렀습니다. 설날에는 세배를 하기 위해 새 옷으로 갈아 입게 되는데 이를 '설빔' 또는 '세장(歲粧)'이라고 합니다. 우리 민족은 설빔을 입고 온 가족들이 고향에 모여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차례를 지내는 것을 가장 큰 후손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우리 민족의 풍속으로는 설빔은 차례를 지낸 뒤 대보름까지 갈아입지 않기도 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은 설날 색동저고리를 입는데 이것을 '까치저고리'라고도 합니다. 열양세시기 원일조에는 "남녀 노소가 새옷을 입는 것을 '세비음(歲庇陰)(설빔)'이라 한다"라고 기록할 정도로 설빔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덕담
설날 행해지는 여러가지 의례 중 세배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게 덕담입니다. 덕담(德談)은 설날 일가 친척들과 친구 등을 만났을 때 "안녕 하셨습니까?",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에는 아들 낳기를 빕니다" 등과 같이 그 사람의 위치나 또는 장유(長幼)의 차이에 따라 각자가 처한 위치에 합당한 소원하는 일로 서로를 축하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열양세시기 원일조에도 설날부터 사흘 동안 시내의 모든 남자들이 왕래하느라고 떠들썩하고, 울긋불긋한 옷차림이 길거리에 빛나며,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웃으면서 "새해에 안녕하시오"하고 좋은 일을 들추어 하례를 한다. 예컨대 아들을 낳으시라든지, 승진하시라든지, 병환이 꼭 나으시라든지. 돈을 많이 벌라는 말을 하는데 이를 덕담이라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설날 아침 조상과 웃어른에게 세배를 하면 '덕담(德談)'을 나눠 줍니다. 덕담은 한마디로 웃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맞는 말로 축원하는 일종의 언어주술 행위를 말합니다.
설날의 세시풍속 복조리
설날이 다가오면 섣달 그믐날 자정이 지나자마자 복조리장사들이 복조리를 한 짐 메고 골목을 다니면서 복조리를 사라고 외칩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1년 동안 필요한 수량만큼의 복조리를 사는데, 이를 일찍 구매하면 할수록 좋으며 집안에 걸어두면 복이 담긴다고 우리 조상들은 믿었습니다. 또한 정초에 복조리를 사는데 이는 쌀을 이는 도구인 조리가 그 해의 복을 쌀알과 같이 일어 담는다는 뜻입니다.
설날과 관계깊은 설빔 청참 세찬 세주 음복 세배가 뭐길래?
우리 조상들은 설날 새벽에는 거리에 나가 처음 듣는 소리로 한 해 운수를 점치는 청참(聽讖)을 행하기도 했습니다. 설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미리 마련해둔 새 옷인 설빔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아침에는 가족 및 친척들이 모여들어 정초의 차례를 지냅니다. 차례가 끝나면 어른들께 순서를 따져 세배를 올립니다. 떡국으로 마련한 세찬(歲饌)을 먹고 어른들은 세주(歲酒)를 마십니다. 세찬이 끝난 후에는 차례상에서 물린 여러 명절음식들을 나누어 먹는 음복(飮福)을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세뱃돈을 주며 덕담을 나누고 한해 운수대통을 축원해줍니다. 이웃 및 친인척을 찾아서 세배를 다니는 일도 중요한 풍습입니다.
세배와 절하는 공수법(拱手法)
새해 아침이 되면 차례를 지내고 마을의 어른들을 찾아뵙고 새해의 복을 빌며 덕담을 나누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세배도 절하는 법이 따로 있습니다. 우선 손은 공손하게 맞잡아야 합니다. 손끝은 상대를 향하게 하지 말아야 하고 누워있는 어른에게는 절대 절하지 않습니다. 흔히 어른에게 '앉으세요', '절 받으세요'라고 하는데 이는 명령조이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것이 좋습니다. 세배를 하면서 흔히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등의 말을 하는데 이것은 예절에 맞지 않습니다. 절을 하는 사람이 아래사람이라도 성년이면 그를 존중하는 대접의 표시로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좋습니다.
세배를 한 뒤 일어서서 고개를 잠간 숙인 다음 제자리에 앉는게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세배를 받은 사람이 먼저 덕담을 들려준 후 이에 화답하는 뜻으로 겸손하게 얘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덕담은 덕스럽고 희망적인 얘기만 하는게 좋으며 지난해 있었던 나쁜 일이나 부담스러워할 말은 굳이 꺼내지 않는게 미덕입니다.
공수법이란 어른 앞에서나 의식행사에 참석했을 때 공손하게 손을 맞잡는 방법을 말합니다. 공수의 기본동작은 두 손의 손가락을 가지런히 편 다음 앞으로 모아 포갭니다. 그리곤 엄지손가락은 엇갈려 깍지 끼고 집게손가락부터 네 손가락은 포갭니다. 또한 평상시에는 남자는 왼손이 우로 가도록 하고 녀자는 오른손이 우로 가게 합니다. 사람이 죽었을 때의 손잡는 법은 남녀 모두 평상시와 반대로 합니다.
설날 먹는 떡국의 의미는
설날 먹는 세시음식으로 여러가지가 있지만 빼놓지 않고 반드시 먹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떡국입니다. 메 대신 떡국차례를 올리고 집안 사람들이 모여 떡국을 먹음으로 나이를 더하는 것으로 여깁니다다. 보통 떡국의 떡은 돈모양으로 동그랗게 썰어 넣어 먹는데 돈이 많이 벌리라는 뜻입니다. 설날에 쓰는 술을 '세주(歲酒)'라 하는데, 세주는 데우지 않고 차게 마셨는데 이는 봄을 맞이한다는 뜻을 포함합니다.
떡국은 가래떡을 뽑아 납작납작하게 썰어서 육수에 끓인 설날 음식입니다. 떡국은 설날이 천지만물이 새로 시작되는 날인만큼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뜻으로 깨끗한 흰떡을 끓여 먹은 데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이날 먹는 떡국은 첨세병(添歲餠)이라 하여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동국세시(東國歲時記)'에는 "떡국에는 ‘백탕(白湯)’ 혹은 ‘병탕(餠湯)’이라 적고 있는데, 즉, 겉모양이 희다고 하여 ‘백탕’이라 했으며, 떡을 넣고 끓인 탕이라 하여 ‘병탕’이라고 했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설날 마시는 술의 의미는
설날에는 술을 마시는데 '세주불온(설술은 데우지 않는다)'이라고 하여 찬술을 한잔씩 마셨다. 이것은 옛사람들이 정초부터 봄이 든다고 보았기 때문에 봄을 맞으며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에서 생긴 풍습이라고 합니다.
설에 마시는 술에는 도소주도 있다. 이 술은 오랜 옛날부터 전하여 오는 술로 육계(5~6년 이상 자란 계수나무의 두꺼운 껍질로 한약재로 쓰인다), 산초, 흰삽주뿌리(한약재 백출을 만드는 풀), 도라지, 방풍(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뿌리를 한약재로 쓴다) 등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술을 마시면 모든 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전해집니다.
설날 차례상 차리기
차례는 설날에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입니다. 매달 초하루와 보름·명절·조상의 생일 등에 간단히 지내는데 '차사' 또는 '다례'라고 합니다. 또한 설차례는 설날 아침 조상에 대한 세배로서, 이를 정조다례라고 하고 떡국을 올렸다 하여 설차례를 떡국차례라고도 합니다.
설날에 즐기는 전통놀이
설날 아침 차례와 성묘를 지낸 다음 친척과 마을사람들끼리 모여 여러 가지 놀이를 즐겼는데 이 놀이들은 설날부터 시작하여 설 명절의 마지막인 정월 대보름날까지 즐겼습니다. 대표적인 놀이로는 윷놀이와 널뛰기, 연날리기, 썰매타기, 팽이치기, 바람개비놀이, 쥐불놓이(쥐불놀이) 등이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하는 놀이로는 풍물굿이 어느 지방에서나 행해졌으며 지신밟기, 석전(石戰), 동채싸움(차전놀이), 나무쇠싸움, 홰불싸움, 달불놀이, 달집사르기, 고싸움놀이, 도깨비놀이, 별신굿, 거북놀이, 북청사자놀음, 광대놀이, 처용놀이와 계명(鷄鳴)점, 보리싹 점, 부름깨기, 액연태우기 등이 있습니다.
널뛰기
큰 명절에 성행한 여자들의 대표적인 놀이입니다. 조선조 양반사회에서는 여자들이 자연스러운 몸놀림을 억제해 왔지만 서림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널뛰기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복조리 달기
조리장수가 설날 전날 밤부터 복조리 사라고 외치며 돌아다닙니다. 각 가정에서는 밤에 자다 말고 일어나서 1년 동안 쓸수 있는 량의 복조리를 사는데 밤에 미처 사지 못한 사람은 이른 아침에 삽니다. 일찍 살수록 좋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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