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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학교운동장 주차장 개방 한거야 안한거야?

세미예 2008. 9. 16. 09:00

명절이 되면 일선 관공서에서는 학교운동장을 주차장으로 개방합니다. 도심 주택가에선 주차난이 심각하기 때문이죠. 특히, 외지에서 명절을 지내기 위해 고향을 찾은 사람들에겐 학교운동장의 주차장 개방이 큰 도움이 됩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도시지역은 주차장 확보율이 턱없이 낮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차문제가 심각합니다.  


부산 연제구청을 볼까요. 연제구청은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지역 내 학교운동장을 임시주차장으로 개방했습니다. 관내의 초등학교 11개교와 대학 1개교 등 18개 학교 운동장을 개방해주차장으로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보기좋은 장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주차장으로 개방한다는 학교. 하지만, 교문은 굳게 닫혀있다.


하지만, 학교운동장 주차장 개방 관련 재밌는 곳이 있어 소개합니다. 부산의 주차장으로 개방한 한 학교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교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개방을 안하는 학교인 지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교문옆에 안내글이 붙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교문에 붙은 학교 주차장 이용안내문. 화이트로 지운 흔적이 뚜렷하다.


안내글을 봤더니 이상합니다. 화이트로 지운 흔적, 매직으로 다시 쓴 흔적이 뚜렷합니다. 구청장 명의의 공문서인데도 덕지덕지 군데군데 수정을 했습니다. 화이트로 지운 자리의 글자가  심히 궁금했습니다. 


화이트로 지운 제일 앞자가 'ㅇ'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 운동장이란 글자인 것 같습니다. 문맥상으로도 운동장이란 글자가 맞을듯 싶습니다.


화이트로 지우고 매직으로 쓴 글에는 '학교 뒷교문으로 차량출입하여 주차장 이용 바람'으로 되어 있습니다. 운동장을 개방한다는 것이 아니라 학교 뒷편을 주차장으로 개방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운동장이 아니라 학교뒷편이라고 했다면 공문서를 화이트로 지우고 다시 매직으로 쓸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학교 뒷편으로 가봤습니다. 학교직원용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를 그렇게 많이 주차할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넓다란 운동장을 제쳐두고 저렇게 좁은 공간을 개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개방은 했지만 어쩐지 찜찜했습니다.



학교 인근 주민들마다 이상하게 학교에서 붙인 안내글을 읽어 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명절날 학교를 개방한다고 하면 보통 학교운동장을 개방함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운동장을 개방하지 않았고, 안내글엔 구청장 명의로 된 공문서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을 수정했기 때문입니다.   



외지에서 찾아온 방문객들마다 정문으로 차를 몰았다가 이내 돌아가 버리곤 했습니다. 대신에 주변은 추석연휴 내내 주차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문제는 학교를 개방하려면 좀 더 넓은 운동장을 개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뒷편 좁은 공간을 개방했습니다. 


또, 학교와 구청간의 사전 협의가 있었다면 화이트로 지우고 매직으로 다시 쓰는 이상한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공문서를 임의로 수정해서 붙이는 게 보기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와 관공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학교운동장 개방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이트로 지운 부분에 대해선 인근 주민들조차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으로 누가 과연 화이트로 지웠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습니다. 학교와 구청이 협의해서 지웠던 아니면 누군가가 지원던 지워진 부분은 보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추석을 맞아 지역을 찾은 사람들에게 과연 좋은 인상이었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또다른 학교운동장. 주차장으로 개방, 차들이 가지런이 주차돼 있다.


조금 떨어진 다른학교의 운동장입니다. 교문이 활짝 열려있고 차들이 주차를 가지런히 해놓았습니다. 후문쪽 뒷편으로 주차를 하라는 안내문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학교운동장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