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가 싫어서 4자를 표기 잘 안하는데요."
"병원에도 4층을 다르게 표기하던데요.""4층 호실을 5층으로 다르게 표기하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4층 호실을 500대 단위로 표기하면 어떻게 될까요. 문제가 될까요 안될까요? 한 지인을 만났습니다. 법무사가 직업인 관계로 여러가지 법률이야기를 합니다.
최근 한 손님이 임대차 관계로 법률적 자문을 요청해오길래 '화들짝' 놀랬다고 합니다. 층수와 호실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인의 뇌리에 남아있는 '4자' 기피 현상 때문에 재밌는 일들이 곧잘 발생합니다.
'4자'가 싫어서 4층을 500호로 표기했다면?
법무사 지인에게 법률적 자문을 요청한 사람의 사연인즉 원룸에 전세계약을 하려는데 4층인데도 한결같이 500대 단위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4층 첫번째 원룸은 500호, 두번째 원룸은 502호…. 이런식으로 4층부터 원룸호실이 달랐다고 합니다.
4층이 싫어서 호실 표기조차 바꿔?
한국인에게 흔히 '4자' 기피 현상이 남아있습니다. '죽을 사(死)'자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4자' 기피현상이 일어납니다. 병원은 그래서 '4자' 달린 병실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원룸 호실도 4층이라고 해서 500대 호실로 바꾼듯 합니다.
전세계약서에 현관문 호수대로 기재했다면?
법무사 지인에게 법률 자문을 요청한 사람의 요지는 4층 원룸 호실을 현관문 호수대로 500호로 기재했을 경우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등기부 등본엔 4층으로 정상 기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판결이 얼마전 법원에서 있었습니다. 법원 판결은 냉정했습니다. 등기부 등본상의 호실만 법률적 효력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4자 기피' 관습때문에 보증금 떼인 사연?
지난해 법원에서 숫자 4를 꺼려 4층 주택을 500대 호수로 표기하는 관습 때문에 임차인들이 떼인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분의 사연인즉 이분은 모 빌라 4층에 입주했다고 합니다. 4층짜리 건물의 등기부상 402호에 입주한 이 분은 보증금 1천3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계약서에는 현관문에 적힌 호수대로 502호로 기재했다고 합니다. 이 분은 이대로 전입신고를 해 주민등록상 주소도 바꾸고 계약서에 확정일자도 받았다고 합니다.
건물 주인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자 문제 발생?
평소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건물주가 금융기관에 빌린 돈을 갚지 않아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발생했습니다.
이 분은 경매절차가 진행되자 임차인으로서 권리를 주장했지만 낙찰금 배당에서 제외됐습니다. 등기와 주민등록상 호수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권리 무시되자 경매 배당 소송을 냈지만?
이 분은 현관문, 우편함에 502호라고 적혀 이대로 전입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고, 호수에 4라는 숫자가 들어가면 좋지 않다는 동양적 미신 때문에 400단위 호수를 생략하기도 한다고 배당이의 소송을 냈습니다. 이 소송에는 2천100만원, 1천400만원의 보증금을 각각 날린 503호, 505호 이웃도 참여했습니다.
등기부와 주민등록 호수 다른 경우 법원의 판결은?
입주민들은 현관문, 우편함에 502호라고 적혀 이대로 전입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고, 호수에 4라는 숫자가 들어가면 좋지 않다는 동양적 미신 때문에 400단위 호수를 생략하기도 한다고 배당이의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랐습니다. 법원은 공동주택에서 주민등록상 동ㆍ호수가 등기부와 다르게 기재된 경우 그 주민등록은 공시방법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등기부상 호수와 일치하지 않는 원고들의 주민등록은 공시방법으로 유효하지 않아 주택임대차 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지 못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대차 계약땐 반드시 등기부상 호수와 실제호수 일치 확인해야?
법무사 지인의 설명을 듣고난 의뢰인은 그제서야 문제점을 파악하고 계약과 관련 요모조모를 따져봐야겠다고 했답니다. 혹시 이런 경우가 주변엔 없는지요.
4층에 살고있다면 등기부상 호수와 현관문과 우편함 호수가 일치하는지 반드시 살펴보는 게 어떨까요. 평소 살펴둬야 만일의 경우 법정 다툼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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