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칼럼

세종대왕이 화들짝?…한글날 비웃는 지자체 구호들 "영어가 좋아요?"

세미예 2012. 10. 9. 08:43

"Dynamic Busan, Colourful DAEGU,Pride GyeongBuk, Ulsan For you, Fly Incheon…"

"무슨 말들이죠"
"글쎄요, 굉장히 많이 들어본 말들인데 뭐죠"
"영어같은데 영어 맞나요. 슬로건 같기도 하구요."
"모두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사용하는 슬로건이라네요."




Fly Incheon, Pride GyeongBuk, Lively Gangwon, It's Daejeon…. 이게 무슨 뜻일까요. 영어는 확실히 맞는 것 같은데 무슨 의미를 지닌 것인지 모르겠어요. 인천, 경북, 강원, 대전은 지자체 같은데 수식어의 정체는 뭘까요.

 
아마도 해당 지자체에 살고 있다면 숱하게 들어본 말일 것입니다. 바로 지자체의 구호들입니다. 영어식 표기인데도 불구하고 워낙 많이 듣다보니 이젠 우리말처럼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근본은 영어입니다.


무슨 사연이길래 지자체 구호들은 영어식 표기가 많을까요. 굳이 왜 영어를 사용해야할까요. 그것도 기업이나 개인의 가게가 아니라 관공서가 이런 표현을 사용해도 될까요. 한글날을 맞아 지자체의 구호들을 돌아봤습니다. 아마도 세종대왕이 보셨다면 대노할 일이겠죠.


지방자치-지방자치단체-슬로건-구호-광역시-특별시-시군구-자치단체장-시장-군수-한글-한글날-구호-슬로건-영어-한글지자체의 영어식 구호(슬로건)들.

 

한글날 보는 지자체 구호들 온통 영어식 표기 왜?
‘Fly Inchon, Dynamic Busan, Colourful DAEGU, Pride GyeongBuk, Ulsan For you.' 

우리가 살고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내세운 구호들입니다. 일종의 슬로건들인 셈입니다. 슬로건은 홈페이지나 광고, 홍보 등에 사용되는 문구를 일컫는 말입니다. 지자체 홈페이지 홍보문구인 구호들을 살펴봤더니 영어식 표기가 곳곳의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눈에 띕니다. 오늘이 한글날입니다. 세종대왕께서 이런 사실을 아셨다면 아마도 대노하셨겠죠.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문자로 채택해 우리 글의 자긍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데 반해 누구보다도 우리의 말과 글을 바로 알리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야 할 일선 지자체들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이 이 사실을 아셨다면 대노하지 않았을까요.  
 

지방자치-지방자치단체-슬로건-구호-광역시-특별시-시군구-자치단체장-시장-군수-한글-한글날-구호-슬로건-영어-한글한글로 슬로건을 만든 지방자치단체.

 

슬로건들만 놓고보면 외국의 지자체 연상?
우리나라의 제2의 도시라는 부산은 'Dynamic Busan'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구는 'Colourful DAEGU’, 인천은 'Fly Inchon', 경상북도는 ' Pride GyeongBuk'을 각각 사용하고 있습니다.


울산은 'Ulsan For you', 대전은 'It's Daejeon' 강원도는 'Lively Gangwon'를 각각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국 16개 광역시·도가 내세우는 홍보 구호(슬로건)를 살펴봤더니 유독 영어로 된 문구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광역시·도가 영어로 된 문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치 외국의 지자체 구호들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합니다. 





한글날 보는 구호들 꼭 영어식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전국 지자체의 상당수가 영어식 표기입니다. 하지만, 영어식이 아니라 우리나라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광역 지자체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전남의 경우 '녹색의 땅 전남', 전북의 경우  '천년의 비상 전라북도',  충북은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각각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글날 역행하는 국제화 시대에 대비한 영어식 슬로건?
지자체가 영어식으로 구호(슬로건)를 만든 이유를 한 공무원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합니다. 아마도 국제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일 것이라고 막연히 추정을 합니다.


국제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영어식으로 구호를 만든다면 과연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 의미를 우리의 의도대로 알아줄리 만무합니다. 영어권 사람들에겐 아주 평범하다 못해 평소 너무나 자주 접하는 단어라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어식 표기를 사용하지 않는 일부 지자체는 국제화 시대를 몰라서 한글식 구호를 만든 것일까요. 한글로 구호를 만들어도 전혀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약속이나 한듯 전국의 자자체들이 구호를 영어식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지방자치단체-슬로건-구호-광역시-특별시-시군구-자치단체장-시장-군수-한글-한글날-구호-슬로건-영어-한글영어식 표기를 내세우다 보니 구호가 비슷해져버린 지자체 구호들.

 

☞ 어, 영어식 구호가 비슷하잖아?
일선 지자체들이 영어식으로 구호를 만들다보니 비슷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울산시와 김해시는 ‘Ulsan for you’와 ‘Gimhae for you’라는 비슷한 구호를 쓰고 있습니다. 지역명만 바뀌었지 영어식 표현은 비슷합니다. 


울산시와 김해시의 경우 구호의 차별성과 상징성도 없어 보입니다. 독창성도 없어 보이고 지역을 어떻게  알리려고 하는 것인지도 명확하지도 않아 보입니다. 디자인만 달라 보였지 지역을 나타내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차라리 김해의 경우 가야라는 상징적인 테마가 있는데 굳이 영어식으로 표현해야 했을까요. 울산의 경우도 고래라는 상징적인 콘텐츠가  있는데 구호에서는 이런 냄새가 전혀 풍기지 않습니다.

지방자치-지방자치단체-슬로건-구호-광역시-특별시-시군구-자치단체장-시장-군수-한글-한글날-구호-슬로건-영어-한글서울시 홈페이지 개편전(왼쪽)과 개편후의 구호.

 

한글날 다시보니, 영어식 구호에서 한글 구호로로 바꾸는 지자체는?
서울시의 경우 홈페이지 개편전에는 'Hi Seoul'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홈페이지 개편과 더불어 '함께 만드는 서울, 함께 누리는 서울'로 바꿨습니다. 바람직한 현상이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의 심장부이자 대표선수라 할만합니다.


지자체 왜 영어식 구호 선호할까?
일선 지자체들이 왜 영어식 표기를 즐겨 사용할까요? 아마도 지역을 알리는 구호(슬로건)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영어를 사용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뉴욕의 ‘I♡NY’처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구호를 만들어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사용한 것 같습니다.


한글날 세종대왕이 분노할 영어 사대주의?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중요합니다. 일선 지자체들이 그렇게 만들겠다는 의지는 참으로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굳이 영어표기를 사용해야만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어디서 비롯된 발상일까요.


지자체의 구호에 영어를 쓰는 건 혹시 일종의 영어 사대주의는 아닐까요.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해서 구호를 만들어도 되는데 굳이 영어로 이를 포장하려다 보니 오히려 전달력이 떨어지고 진부해 보입니다. 영어식 표기가 잘 와닿습니까? 무슨 뜻인지 금방 와 닿습니까?

외국인들이 영어로 표기한다고 해서 잘 알아볼 수 있을까요?. 저렇게 단순한 구호만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수 있을까요?


단순한 구호보다도 그 구호에 담긴 지역의 콘텐츠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지역의 킬러 콘텐츠를 제대로 알리고 상징적으로 내세우는 게 오히려 구호(슬로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한글날 의미 알고 좋은 우리말을 이용해 홍보하는 게 진정한 국제화
일선 지자체의 구호에 영어를 쓰는 게 국제화가 아니라 좋은 우리말을 이용해 슬로건을 만들고 외국인들에게 홍보를 하면 어떨까요. 우리말로 된 구호를 쓰고 그 뜻을 영어로 함께 기록해주면 그것이 진정한 국제화가 아닐까요.


안그래도 온통 영어가 생활속 깊숙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이때에 우리말을 가꾸고 보호해야할 일선 지자체가 앞장서서 영어식 구호를 만드는 것을 세종대왕님이 보셨다면 뭐라고 하셨을까요.


일선 지자체의 국적없는 표어나 구호 범정부 차원에서 지적하고 바로잡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떠세요. 지자체의 의식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