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이것도 몰라?"…어린이집 다니는 막내의 한마디에 빵터졌다

세미예 2011. 9. 23. 08:40

"맘마먹고 어린이집 가야지."

"맘마 아냐."
"그래 맘마가 아니다. 밥먹고 어린이집 가야지."
"밥 아냐 아침밥이야."
"얘가 왜이래?"
"얘 아냐, oo이야."



올해 4살된 세미예 가정의 막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말을 조금씩 배워나가기 시작합니다. 말이 늦어 다소 걱정을 했었는데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언어 구사력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완전한 언어 구사력을 갖추기 못해 한번씩 웃지못할 해프닝을 연출합니다. 

말을 완전히 익히지 못하고 상황에 따른 구술능력이 아직은 부족해 곧잘 우스꽝스럽지만 나날이 언어 습득력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다른 성장의 과정을 엿보는 듯 합니다.

세미예 가정의 막내가 그린 벽화. 아이들은 벽화를 곧잘 그립니다.


맘마? 밥? 아침?
"맘마먹고 어린이집 가야지"
"맘마 아냐"
"그래 맘마 아니다. 밥먹고 어린이집 가야지"
"밥 아냐 아침밥이야"

세미예 가정의 막내를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어린이집에 가끔 가지 않으려고 하고 이래저래 엉뚱한 행동을 합니다. 

특히 아침 시간 잠에서 깨워서 아침밥을 먹여 보내는 게 여간 힘드는 게 아닙니다. 하루는 할머니가 깨웁니다. 아침밥을 먹여 어린이집 보내려고 했더니 이런 저런 말을 해댑니다. 아침에 먹는 밥은 아침밥이라고 합니다. 할머니가 '맘마'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우겨댑니다. 할머니가 이번엔 '밥'이라고 했더니 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아침밥'이라고 우겨댑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첫째가 맘마나 밥이나 아침밥이나 아침식사가 같은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막내는 아니라면서 결국엔 울음보를 터뜨립니다.


'안녕하십니까' 누구한테? 어디까지?
"안넝까"
"개야 안넝까"

어린이집에서 인삿말을 배운 것 같습니다. 아직 익숙하지 못한 발음으로 '안녕하십니까'를 '안넝까'라고 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사람을 만나면 '안넝까'라고 말합니다. 인사를 잘하니 흐뭇해집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이웃집의 개를 만나도 '안넝까'라고 합니다. 개미를 봐도 '안넝까'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꽃을 보고도 '안넝까'라고 합니다. 어른에게 인사할때 '안녕하십니까'라고 말하라고 해보지만 아니라고 합니다. 보다못한 엄마 세미예가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만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라고 가르칩니다.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지?
"안녕하세요"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지"

'안넝까'를 시도때도 없이 해대던 막내가 엄마세미예가 어른들에게만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라고 가르친후 인사를 안합니다. 어른을 봐도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합니다. 아무리 가르쳐도 인사를 안합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인사법을 가르쳐 달라고 다시한번 부탁을 해봅니다. 그런데도 막내는 인사를 안합니다.




인사잘하던 아이가 인사를 안하는 이유를 알고봤더니?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지"
"??????????"
 
그렇게 인사를 잘하던 막내가 갑자기 인사를 안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하루는 막내가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고 첫째가 살짝 막내에게 왜 인사를 안하는 지 물었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막내가 첫째에게 살짝 말합니다. 강아지에게 '안넝까'를 하고 싶었는데 엄마 아빠가 하지 말라고 해서 속이 상한 것 같았습니다. 

4세 아이의 '그것도 몰라?'
막내는 남자애답게 장난감을 갖고 놀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차종류를 좋아합니다. 그러다보니 집안의 장난감을 살펴봤더니 자동차가 많습니다.

"엄마 이(이것) 뭐야?"
"글쎄?"

하루는 장난감을 갖고놀던 막내가 차종류가 궁금해서 엄마 세미예한테 물어봅니다. 여자들이 보통 그러하듯 건설기계 종류의 차는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엄마 세미예는 공사장 차종류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이내 답이 없자 막내의 대답이 가관입니다.

"엄마, 이것도 몰라. 뽀로로 차야"




"아니. 이 녀석 봐라 돈을 싫어해?"
"자, 예쁘게 자라줬으니 선물을 해야지. 자, 돈을 받아라"
"두 손으로 돈을 받고 '고맙습니다'라고 해야지"
"싫어요. 이거 우리집에도 있어요"

지난 추석 일가 친척, 가족들이 모였습니다. 친척들을 만나니 아이가 귀엽게 자랐다면서 용돈을 줍니다. 설같으면 세뱃돈에 해당되는 돈입니다.

그런데 우리 막내는 '집에도 있다'면서 한사코 돈을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작은 아버지가 그래도 귀엽다면서 막내의 한복 주머니에 돈을 넣어줍니다. 하지만 막내는 한사코 받으려 하지 않으면서 결국엔 울음보를 터뜨리고 맙니다. 첫째가 '바보, 바보'라고 동생한테 말합니다.

"뺑덕엄마 어딨어?"
"뺑디엄마, 삥디엄마"

하루는 온가족이 할인점을 갔습니다. 막내는 남자아이라 아빠 세미예가 카트에 태우고 상품코너를 돌아다닙니다. 첫째는 엄마 세미예가 태우고 갑니다. 막내가 장난감 코너에서 열심히 이것 저것 만져보기도 하고 눈구경을 해댑니다. 그 사이 엄마 세미예와 첫째가 어디론가 가버리고 보이지 않습니다.

당황한 막내는 엄마를 찾습니다. 그런데 '뺑디엄마'라고 마구 불러댑니다. '뺑디엄마'라고 부르게 된 것은 평소 아빠 세미예가 엄마 세미예를 장난삼아 부를때 가끔 불렀던 것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막내는 할인점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뺑디엄마'라고 큰소리고 불러댑니다. 지나던 사람들이 키득키득 웃어댑니다. 어찌나 소리가 컸던지 저만치서 엄마세미예와 첫째가 달려옵니다. 그런데 엄마 세미예 표정이 화가 잔뜩나 있습니다. 그래서 세미예 가족은 부리나케 할인점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치판단력을 키워줘야
한참 말을 배우기 시작한 막내를 보면서 엄마 세미예는 많은 고민을 하게됩니다. 요즘 나날이 말이 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좋은 것만 배우는 게 아닙니다. 어느날은 욕을 배워왔습니다. 화들짝 놀라 누가 그런 말을 하더냐고 물었더니 아무런 말을 안합니다. 아마도 어린이집의 어떤 아이한테서 배워온 것 같았습니다.

아이는 욕이 욕인줄도 모릅니다. 언어에 대한 가치판단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미예 부부는 아이에게 가치 판단력을 키워주려 하고 있습니다.




독서로 가치판단력 키우기?
세미예 부부는 요즘 아이에게 어린이책을 많이 읽어줍니다. 세미예 가정엔 아이가 태어난 후 지금까지 텔레비전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는 책을 읽어주면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가치판단력을 길러주기 좋은 책을 골라 이것 저것 읽어줍니다.

막내는 엄마 아빠가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면 참 좋아합니다. 더불어 책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 지 배우게 됩니다. 가치 판단력이 조금씩 배양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가치 판단력이 길러지면 우리집 막내의 웃지못할 해프닝은 한때의 추억거리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