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경제

'촛불문화제' 아름다운 부산시민…이래도 '폭력'적이라 하겠습니까

세미예 2008. 6. 7. 10:28

‘촛불문화제’를 두고 반대카페가 등장했다는 글을 엊그제 올렸습니다. 이 글을 올린후 아마도 촛불문화제를 반대하는 분으로 추정되는 네티즌한테 메일과 댓글을 받았습니다. 


그 사람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촛불집회가 친북/좌파의 개입으로 폭력성으로 변질됐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폭력 촛불집회는 추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세진씨를 지지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촛불문화제에 4살바기 아이를 데리고 참가해 봤습니다. 오늘은 일을 떠나 순수한 시민의 자격으로 촛불문화제를 참가했고 반대카페를 의식, '폭력성 유무'와 '친북/좌파 개입이 있는 지'를 살펴봤습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죠. 적어도 대한민국 촛불문화제엔 폭력성도 친북/좌파의 개입도 없었습니다.

촛불문화제 반대카페 회원님들, 이렇게 말하면 또 편향된 시각이라 하겠습니까. 6일 현충일이자 휴일을 맞아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는 더 활활 타올랐습니다. 저녁 6시 부산시청 광장앞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마음은 하나였습니다.

특히, 눈을 끈 것은 유모차를 끌고온 주부들이었습니다. 아이랑 신문을 깔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최측의 순서에 따라 행사가 차례대로 진행됐습니다. 부산시청앞 광장은 금세 촛불문화제 참가자로 꽉 찼습니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 사람, 캠코더로 촬영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였습니다.

아이가 어려 저는 사진을 찍거나 이곳 저곳 돌아다닐 엄두를 못낸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날의 순서의 백미는 ‘부산맘’ 카페 회원 어머니라고 밝힌 분의 자유발언이었습니다. 카메라와 캠코더의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발언하는 모습이 ‘당신은 역시 이땅의 어머니이십니다’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어 거리 가두행진이 이어졌습니다. '부산맘' 카페 회원들의 유모차 부대가 앞장을 서 행진 했습니다. 행진이 이어질 수록 인파는 늘어났습니다. 뒤늦게 합류한 사람들, 집으로 돌아가다가 합류한 사람, 버스를 기다리다가 아예 귀가를 포기하고 합류한 사람 등등 인파는 수없이 늘어만 갔습니다. 다시 ‘폭력성’에 관해 말씀드리죠. 보수언론과 소위 공권력과 반대카페에서 주장하는 ‘폭력’은 결단코 없었습니다.

촛불문화제 참가자가 외친 구호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은 '비폭력'이라는 세 글자였습니다. 또 이날 일부 취객이 합류하면서 조그만 소동이 있었습니다. 그 취객이 술김에 욕설을 내뱉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더군요. 시민들은 경찰과 안부닥뜨리려고 "비폭력, 비폭력"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이었을까요. 일부 과격 시위자들의 무리한 행동과 흥분한 경찰의 과잉대응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전경들을 만날때는 "전경들~ 쉬게 해줘라"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경찰 역시 가두행진에 나선 촛불문화제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지나는 차들도 교통체증으로 인한 원망 대신 박수를 치거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해요’ ‘우리국민 사랑해요’라고 차창밖으로 외치더군요. 우리 아이를 걸리다가 힘들어 하기에 업고 걸었더니 피곤한 지 아이가 자꾸 보채더군요.

그런데 한 경찰관이 아이 먹으라면서 사탕을 주더군요. 유모차를 몰고가는 엄마들을 보니 가두행진 물결을 끝까지 따라가고 싶었지만 4살바기 아이 때문에 끝까지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꽤나 걸은 셈입니다. 이래도 이번 촛불문화제가 폭력적이라고 하겠습니까. 친북/좌파의 개입은 없었습니다. 과격 폭력성도 없었습니다. 경찰과 시민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는 그런 성숙한 시위문화를 지켜 봤습니다. 정말 보기좋은 모습이었습니다.

부산시민 여러분,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다시 http://nodemo.gg.gg/ 촛불문화제 반대 카페를 들러봤습니다. 이제 대문도 바꿨더군요. 사진들도 부정적인 모습만 모아놓았더군요. 어디서 저런 사진을 모았는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카페 주인장님, 저런 폭력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더군요. 필요하다면 저랑 함께 현장을 걸어보시지 않으실래요. 주인장님, 이래도 촛불문화제 반대 카페를 계속 운영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