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아파트를 경계친 생나무 울타리 사이로 조그만 개구멍이 보입니다. 개구멍으로 연결된 아파트와 통하는 길은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다녔는 지 잔디는 죽고 길이 반질반질 합니다. 개구멍은 사람들이 편리하지만 함부로 다녀서는 안 되는 길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길을 많이 다닙니다. 편한 게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개구멍이 생겨나게 됩니다.
쇠울타리가 쳐졌는데도 사람들은 이를 넘어 다닙니다. 개구멍이 뭘까요. 개구멍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개구멍에 얽힌 추억들 하나씩은 갖고 계시겠죠. 그런 개구멍의 추억속으로 함께 떠나보시죠.
개구멍에 추억이 새롭습니다. 아파트 사이로 아이들이 낸 개구멍.
개구멍이 뭘까 개구멍 사전속 의미는?
개구멍이 뭘까요. 혹시 개구멍이란 단어를 아세요. 개구멍의 정확한 의미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뒤져봤습니다. 국어사전 속 개구멍이란 담이나 울타리 또는 대문의 밑에 개가 드나들도록 터놓은 작은 구멍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집안에 개를 키울때 바깥나들이를 자유롭게 하도록 배려한 것이 유래된 듯 합니다. 아니면, 그런 배려에서 개구멍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런 개구멍이 현대에 내려오면서 폭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개구멍이란 말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구멍의 추억 개구멍을 보니? 군대시절 개구멍?
살아오면서 겪은 개구멍 에피소드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먼저, 개구멍하면 군대 개구멍이 제일 생각납니다.
필자가 복무하던 시절엔 물자보급이 넉넉지 않아 군인들은 항상 배가 고팠습니다. 그 배고픔을 잊으려 탄약고 근무를 서게되면 근무중 살짝 개구멍을 통해 민가로 나갑니다. 민가로 나가는 탄약고 울타리가 개구멍은 아니었지만 하도 많이 다녀서 개구멍이 된 것이죠.
민가지역으로 들어가 라면을 끓여 달라고 주문하고 돈을 지불하면 원하는 라면이 탄약고 울타리 개구멍으로 들어옵니다. 근무를 서는 게 아니라 사실상 라면을 먹죠. 외부 침입자를 감시하는 것보다 이때 만큼은 군대 순찰자를 감시해가면서 라면을 먹습니다.
물론, 고참이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졸병은 항상 불안합니다. 라면을 주문하러 가는 길도 불안하고, 라면을 먹으면서 순찰자를 감시하는 것도 불안합니다. 한번은 라면을 먹다가 순찰자에게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고참이 딱 걸린것이죠. 전 졸병시절이라 대충 먹고 근무 서고 있는데 순찰자가 탄약고 뒤편으로 들어온 것이죠. 그 다음날 군기교육을 단단히 받았습니다.
그래도 또 다음번 근무면 그 고참은 또 그일을 시키더군요. 그래서 졸병시절 탄약고 근무는 불안과 동시에 배를 채워주는 간식인 셈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불안하면서도 먹을 게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건 일종의 아이러니였지만 그래도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서커스단 몰래 들어가는 개구멍
다음으로 또다른 추억은 어린 시절 동네 인근 큰 공터엔 서커스단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서커스단이 동네에 들어오면 그날은 마치 잔칫날 같았습니다. 동네꼬마들은 모처럼 만난 축제인양 피에로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곤 했습니다. 그 당시 시골에서의 서커스는 마을의 사실상 유일한 ‘문화공연’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데려가면 그만이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라 개구쟁이 아이들은 천막 뒤편 개구멍을 비집다고 덜어가려다 덜미를 잡혀 벌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두 손을 들고 벌을 서던 그 힘든 과정이 끝나면 공짜입장이 허락되기도 했습니다.
학교 개구멍? 학교밖 잠시 나왔다가 개구멍으로 들어가려다?
또다른 추억은 중고교 시절입니다. 특히 중학교 시절엔 점심 시간에 개구멍을 통해 학교 뒷산을 넘어 자유를 갈망하여 잠시 일탈해던 적이 있습니다. 학교 뒷산에서 봄날 잠시 친구랑 누웠는데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일어나보니 이미 수업시간이 한참 지났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개구멍을 통해 불안한 마음으로 들어가다가 그만 교감선생님한테 딱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 벌로 화장실 청소당번을 1주일동안 도맡아야 했습니다.
과수원 사과 서리 하려 개구멍으로 들어갔다가?
또다른 추억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 한 장난끼 많은 친구가 과수원의 사과를 탐을 냈습니다. 그 친구가 하도 조르는 바람에 여러 친구들이 그 친구의 안내대로 과수원을 개구멍을 통해 들어갔습니다.
작은 개구멍을 통해 들어가 사과를 몇 개씩 서리했습니다. 이제 다시 개구멍을 통해 빠져 나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죠.
그런데 한 친구가 욕심을 내 어린아이가 감당못할 정도로 제법 사과를 너무 많이 땄습니다. 주머니마다 과일이 들어있어 개구멍을 통해 나오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빠져나오려다가 그만 그 친구의 바지가 철조망 울타리 가시에 걸린 것입니다.
이런 낭패가 어딨습니까. 그 친구는 나오지도 못하고 다시 들어가지도 못하고 혼자 낑낑대다가 과수원 주인한테 그만 들켜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과수원 주인은 그냥 지켜만 보고 있더군요. 그 친구는 겁에 질려 가시가 옷에 걸린채로 한참을 낑낑대다가 그만 옷이 찢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의 이마에선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고, 겁에 질린 표정이 멀리서 지켜보는 우리들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 친구는 옷이 찢어지자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나머지 친구들도 겁도 나고 가슴이 아파, 우르르 다시 과수원으로 몰려갔습니다.
과수원 주인한테 잘못했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과수원 주인이 사과랑 배를 몇 개씩 주시면서 다시는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손이 작아서 과일을 들 수 없어 윗옷을 벗어 싸서 집에 들고 왔습니다.
아파트 개구멍은? 아이들이 이용하는 아파트 개구멍?
아파트 울타리 주변엔 개구멍들이 하나 씩 둘 씩 보입니다. 둘러가지 않고 곧장 갈 수 있는 지금길로 사용될 경우 개구멍들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아파트 울타리 개구멍은 아이들이 넘어 다닐때마다 불안해집니다. 아이들은 개구멍을 통과할때마다 누가 볼까봐 빨리 달아납니다.
아파트를 구분하는 울타리가 과연 필요한 지 의문이 한번씩 들면서 개구멍으로 다니는 사람들을 볼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름답지 못한 사라져야 할 개구멍은?
추억으로 남은 개구멍은 그래도 웃을 수 있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개구멍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구멍은 개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담이나 대문에 터놓은 구멍으로 개들에 대한 주인의 배려를 엿볼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의 개구멍은 '담이나 울타리 또는 대문짝 밑에 개가 드나들도록 터놓은 작은 구멍'이라는 뜻보다는 ‘인간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하는 편법이나 통로' 정도의 뜻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개구멍에 관해 어떤 추억을 간직하고 계신가요. 좋은 추억의 순수한 개구멍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름답지 못한 개구멍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출세하기 위해 개구멍을 들락거리고, 개구멍을 통해 각종 로비를 하고, 개구멍을 통해 당리당략에 집착하는 위정자들까지. 아름답지 못한 개구멍은 오늘날 우리사회 곳곳에 존재합니다.
개구멍은 개들이 들락거리는 곳, 사람이 들락거려서야?
개구멍은 개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그곳을 통해 돈이 들락거리고 청탁이 들락거리고, 당리당략의 술수가 들락거리는 곳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 사회엔 어쩌면 진짜 사라져야할 '개구멍'이 오늘도 독버섯처럼 자라 답답함을 주지 않던가요.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개구멍의 존재는 뭘까요.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개구멍은 언제 없어질수 있을까요. 사회적 개구멍을 생각하면 답답해집니다. 진짜 사라져야할 우리사회의 ‘그릇된 개구멍’, 오늘은 그 개구멍들이 사라져간다는 그런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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