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처음으로 커피 마신날 밤새 잠못 아루고 해프닝이 밀물처럼…

세미예 2008. 12. 24. 09:18

한잔의 잘 익은 커피를 보고 있노라니 커피를 처음으로 마시게 된 날의 아찔한 경험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지금이야 커피가 익숙한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지만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그날은 이런 저런 장난끼를 발동시켰다가 밤새 고생한 아찔한 날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첫경험은 좋은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더군요. 그래서 첫 경험이 더 생각나는 지 모릅니다. 어쨌든 필자의 커피에 대한 첫 경험은 우습기도 하고 다소 엉뚱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고 또 어떨때는 우습고 어이없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럼, 커피를 처음으로 마신날 어떤 일이 있었는 지 그날로 잠시 돌아가볼까 합니다. 



커피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던 호기심이 빚은 웃지못할 해프닝

커피를 처음으로 마신 날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고등학교 막바지 대학 합격을 확인하고 나니 이제 대학생이 된다는 야릇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 이제 어른들이 그동안 못마시게 한 커피를 마음놓고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야릇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동안 어른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우리들에겐 절대로 못마시게 했으니까요. '도대체 어떤 맛이기에 커피를 마시면서 흐믓한 표정을 지을까'라는 생각을 평소 품어오던 터러 그 맛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대학입학까지는 다소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졌기에 단짝친구를 집으로 불렀습니다. 둘다 대학생이 된다는 야릇한 기분과 대학 입학하면 커피를 멋있게 마시는 연습을 미리 해둬야 한다는 다소 엉뚱하고 멍청(?)한 생각을 한 것이죠.




호기심에 처음으로 마신 커피 황당해

이날은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친구랑 커피를 탔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조금 많이 탄다고 한 것이 큰 그릇으로 한 사발 가득 커피를 탔습니다. 프림을 조금씩 넣어서 넣다보니 처음 마시는 커피맛이 별로였습니다. 생각다못해 설탕을 커피에 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단맛을 보면서 설탕을 넣기 시작하다보니 설탕이 꽤나 들어갔습니다.  


평소 부모님이 병안에 든 설탕을 아껴서 먹었는데 커피를 타고보니 설탕이 바닥나 버렸습니다. 설탕이 없어지고 나니 덜컥 겁이났습니다. 부모님의 야단이 무서웠던 거죠. 생각다못해 병안에 남은 설탕 찌꺼기를 마루와 방에 조금씩 뿌렸습니다. 그리고선 부모님께는 설탕물을 타먹다가 바닥에 흘려서 버렸다고 나중에 얘기했습니다.


커피 멋있게 마시기 별의별 시험 아닌 시험

어쨌든 친구와 함께 이왕 탄 커피 이런 표정 저런 표정, 이런 포즈, 저런 포즈를 취해가면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필자의 집은 부산 초량동 산복도로에 있었습니다. 창문을 열면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죠. 


친구랑 영화의 한 장면마냥 커피잔을 들고 부산항을 굽어보면서 멋진 포즈를 만들어가면서 마셨습니다. 영화속 주인공이 마시듯 커피를 마셔봤습니다. 또 영화속 김이 모락모락나는 커피가 생각나 커피를 다시 끓여 마시기도 했습니다. 영화속엔 주인공이 당황하면 후루룩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흉내내서 후루룩 마셔보기도 했습니다. 


커피를 이 잔 저 잔 바꿔가며 마셔보기도 했습니다.  커피에 '에이스'란 과자를 곁들여 먹어도 봤습니다. 커피를 냉장실에 넣었다가 차갑게 마셔보기도 했습니다. 또 커피에 우유를 타서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커피에 밥을 말아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커피에 사과를 곁들여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분위기를 잡는다고 클래식 음악을 켜놓고 마시기도 해봤고, 시를 낭송해가며 분위기를 만들어 커피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모처럼 주어진 커피타임을 필자와 친구는 커피실험으로 마음껏 보냈습니다. 다양한 실험이 재밌고 평소 품어왔던 호기심을 한꺼번에 풀어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습니다. 호기심을 실험해보니 참으로 허무했습니다. 왜 커피를 어른들이 마시는 지도 더 알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밤새 잠못 이뤄 뒤척뒤척

저녁이 되어 부모님이 돌아오셨습니다. 설탕가루가 마루에 떨어져 있고, 설탕이 없어졌다고 하시더군요. 설탕물이 먹고싶어 타먹다가 실수로 그만 병을 쏟아서 설탕을 버렸다고 적당히 둘러댔습니다.


그날밤 잠을 이루려는데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밤새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해도 잠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도 잠이 안와서 아직 바깥이 차가운 겨울인데 옥상에 올라가 부산항을 내려다보기도 했습니다. 바깥에 나가 운동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선 다시 들어와 잠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잠이 오질 않는 것입니다. 밤새 불을 켰다가 껐다가 이리 뒤척 저리 뒤척했더니 부모님이 필자의 방으로 들어오시더군요. 무슨 고민이 있느냐고 물으시더군요. 고민없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그래도 잠이 들지 않는 것입니다.


하다못해 재미없는 영어책을 꺼내들고 읽으려 했습니다. 책을 보면 혹시 잠이 오려나 싶어서 그렇게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잠이 들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뒤척이다가 새벽녘 간신히 잠을 이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잠이 오지 않았는 지 모릅니다. 아마도 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평소 품었던 커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서 홀가분한 기분 때문이었을까요.


한때 커피 안마시기 운동에 나서다

이렇게 시작된 커피는 많이 마실땐 하루 5잔 이상도 마셨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엔가 커피가 몸에 안좋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졸음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커피 대용품으로 한동안은 녹차를 마셨습니다. 녹차를 꾸준하게 마시니 커피를 대신할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보도를 보니 녹차에 농약성분이 검출됐다는 기사가 나오더군요. 더군다나 녹차값이 제법 비싸더군요. 티백이 아닌 녹차잎을 말린 것은 가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커피로 돌아왔습니다.


커피나무 언제 키워 커피콩 수확해서 마시지!

필자는 언제부턴가 원두커피를 마시곤 합니다. 깊고 그윽한 향과 맛이 커피의 진수를 맛보게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원두커피는 가격이 다소 비싸고 커피를 끓이는 방식도 조금 귀찮아 커피의 색다른 맛을 느껴보려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왕이면 커피나무를 길러보자는 것이었죠. 평소 식물 기르기를 즐겨하던 터라 이왕이면 커피나무를 키워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지인으로부터 커피콩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커피콩을 파종했습니다. 커피콩이 발아해 지금은 3년생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아마도 2년 정도 키우면 제법 커피나무의 골격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커피 마시면서 커피나무 키우니 색다른 감흥이?

커피를 마시는 것 못지않게 커피나무를 키우는 재미도 색다른 맛을 선사합니다. 커피나무를 보면서 마시는 커피는 맛이 다릅니다. 마치 생생한 커피를 키워내 그 수확을 맛보는 농부의 심정이 되고 맙니다. 커피에 대해 색다른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커피나무를 함께 키워보는 것도 색다른 맛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