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에게 엿을 먹으라고 할까요?"
"엿이 뭐기에 먹으면 좋을까요?"
"엿 먹으라는 말은 왜 욕설로 되었을까요?"
"글쎄요, 그게 참 궁금했어요. 왜 욕설처럼 들리죠?"
"엿에 관해 좋은 것도 많은데 이상하게 변했네요."
"엿이 얼마나 좋은 식품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맞아요. 엿은 좋은 식품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아요."
시험을 치르면 사람들은 엿을 선물합니다. 엿처럼 철썩 붙으라고 합니다. 이 보다 좋은 말은 없습니다. 시험이 있는 날 미역국을 안 먹는 것과 엿을 먹는 것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험생들에게 왜 엿을 줄까요? 엿은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시험을 앞두고 먹는 엿에 관해 재밌는 것들이 있습니다. 시험과 엿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면 또다른 재미있습니다.
한때 대학교 교문에 덕지덕지 도배된 엿?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관문인 수능일을 맞아 사람들은 어떤 선물을 해야할지 또 어떤 격려의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입니다. 예로부터 수험생들에게는 엿을 선물하는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그만큼 엿을 합격을 바라는 마음들이 절절이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대학 본고사 시절에는 대학교 교문이 엿으로 덕지덕지 도배가 될 정도였습니다. 엿을 녹여 문에 붙이며 원하는 학교에 철썩 붙길 바라는 부모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이런 행동은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엿을 합격의 부적으로 여긴 것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풍습이기도 합니다.
엿은 브레인 푸드이자 긴장과 스트레스 완화 효능 지녀?
수험생에게 엿을 선물하거나 먹이는 데 왜 그럴가요. 단순히 끈끈하게 달라붙는 성질 때문일까요? 우리의 전통엿이 뇌에 필요한 영양을 가장 빠르게 공급하는 브레인푸드이자 시험으로 인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능을 지닌 식품이라고 합니다.
‘과거공부하는 집에서는 엿 고는 단내가 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엿이 합격의 부적으로만 쓰였다고 알기 쉽지만 몸에 좋고 뇌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기능도 지녔습니다.
왕의 브레인푸드 엿
예로부터 왕은 한 나라를 책임지고 다스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렇게 귀중한 왕을 위해 왕실에서는 음식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몸에도 좋고 뇌에도 좋은 음식을 엄선해 상에 올렸습니다.
특히, 조선시대의 왕들은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이부자리 안에서 조청(물엿) 두 숟가락을 먹고난 뒤 학습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는 엿의 당분으로 잠든 뇌를 활성화시키는 과학적인 방법입니다. 인간의 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뇌의 무게는 우리 몸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20%에 육박할 정도라고 합니다. 이는 근육 전체가 사용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엿의 맥아당 설탕보다 포도당 배나 공급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근원은 포도당입니다. 엿을 먹으면 단 맛을 내는 맥아당은 포도당 두 개가 결합된 것으로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설탕보다 포도당을 두 배나 공급한다고 합니다. 체내 흡수 속도가 빨라 먹는 즉시 두뇌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에너지원이 됩니다.
조선시대 <영조실록>엔 과거 시험을 치르는 유생들이 저마다 엿을 하나씩 입에 물고 시험장에 들어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는 시험 시간 동안 당분을 섭취해 집중력과 뇌 활성화를 높이려는 선조들의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긴장으로 인한 복통엔 엿이 특효약
수험생들은 긴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갖게 마련입니다. 스트레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기는 위장입니다. 지나친 긴장이 위장을 압박하면 밥맛을 잃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속이 답답하고 꽉 막히는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시험 당일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갑자기 배가 아픈 것으로 한의학에서는 이를 ‘이급(裏急)’이라 하는데 ‘속이 급하게 고통을 호소한다’는 뜻입니다. 엿의 효능은 이런 배앓이 증상을 가라앉히는 것입니다. 중국의 약물총서인 <중약대사전>엔 ‘엿이 비위의 기를 완화하고 원기를 회복하며, 진액을 생성하고 속을 촉촉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고 합니다.
엿에 포함된 맥아당과 덱스트린 피로와 복통회복에 좋아
엿에 포함된 맥아당과 덱스트린 등의 성분은 정신적인 피로와 복통의 회복에 좋아 한의학에서는 엿을 ‘소건중탕’이라는 처방에도 썼다고 합니다. 이는 만성피로와 복통에 주로 처방하는 것으로 엿이 소화장애와 배탈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입증된 사실입니다.
기력을 보충하고 기침을 멈추는 엿
수능의 듣기 평가 시간에 기침을 멈추지 못해 콜록거리기라도 한다면 다른 수험생들의 ‘공공의 적’이 되고 말 것입니다. 엿은 보리의 싹을 틔운 다음 이를 말린 엿기름(맥아)을 거른 물을 밥에 부어 당화시켜 오랜시간 고아 굳혀 만든 것입니다.
엿기름에는 빈혈과 당뇨 등 성인병에 좋은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하며, 비타민B, 철분, 엽산 등 30여 가지의 효소와 시금치나 우유보다 몇 배나 많은 칼륨과 칼슘이 들어 있습니다.
엿의 단맛 내는 맥아당 기침과 가래에 효과
엿의 단 맛을 내는 맥아당에는 이 같은 곡류의 다양한 영양 성분이 녹아 있으며, 특히 기력이 없고 허약해 나오는 기침과 가래에 효과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선조들은 폐 기능이 약해져 기침을 많이 할 때면 배를 갈라 엿을 넣고 고아 먹는 민간요법을 쓰기도 했습니다.병을 앓는 환자에게 단 음식을 권하는 것도 당분에 기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철썩 붙는 엿은 합격의 상징
왜 수많은 음식 중에 엿이 합격의 상징이 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예로부터 '복'과 '기쁨'을 뜻하는 음식이 엿이었습니다. 따라서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를 주고 받았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다음으로 '철썩' 달라붙는 엿의 끈끈한 성질을 합격 여부에 비유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옛 생원들은 부인들이 밤을 새워가며 만든 엿을 수십일 동안 허리춤에 차고 한양까지 과거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주막집에 모인 유생들이 각자 부인이 고아준 엿을 꺼내 그 빛깔을 견줘 아내를 평가하는 습속도 있었다고 합니다. 엿을 켜는 횟수가 많을수록 엿의 빛깔이 희어지므로 그 정성을 비교했던 것입니다.
수험생 선물, 엿과 찹쌀떡의 차이는?
수험생들에게 선물로 뭘 줄까요. 대표적으로 엿과 찹쌀떡입니다. 그런데 찹쌀떡을 선물하는 풍습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찹쌀떡은 우리 고유의 전통 떡이 아니라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일본말로는 '다이후쿠모찌'라 합니다. 이를 한자로 바꾸면 '대복병(大福餠)'이라 하여 큰 복을 받으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합니다.
끈끈하고 찰진 성질로 합격을 기원하는 것이 엿과 비슷하지만 그 기원은 엄연히 다릅니다. 선조들의 지혜와 소망이 담긴 우리 고유의 수험생 선물은 찹쌀떡이 아닌 엿이었습니다.
“엿 먹어라”가 욕이 된 이유는?
엿은 그 고유의 단 맛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또한 복을 부르고 만복이 쩍쩍 달라붙어 살림이 늘어난다는 긍정의 의미가 강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부정적인 의미가 더 강합니다. 바로 "엿 먹어라"라는 욕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왜 욕으로 되었을까요. 엿이 욕설로 사용되었다는 설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엿’이 조선시대 광대 집단인 남사당패가 쓰던 은어였다는 설입니ㄷ. 여성의 성기나 남성의 성기를 가리켜 이를 엿이라는 속어로 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엿먹으라"는 말은 곧 타인, 특히 남녀관에 관계를 맺거나 남녀관의 관계를 맺어 봉변을 당하라는 욕이었다고 합니다.
'엿 먹어라'가 시험문제 출제 논란에서 비롯?
또 다른 설은 시험과 관계된 것입니다. 1964년 12월 7일 1965년도 서울지역 전기 중학교 입학 시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자연 시험의 공동출제 선다형 문제 가운데 '엿기름 대신 넣어서 엿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정답은 '다이스타아제'였으나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무즙'도 정답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 항의가 받아들여지지않자 학부모들은 직접 무즙으로 만든 엿을 솥째 만들어 문교부나 교육청 등의 기관 앞으로 들고 가 "엿 먹어라! 이게 무즙으로 쑨 엿이야! 엿 먹어라!"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이 사건으로 서울시 교육감 등은 사표를 냈고, 무즙을 답으로 써서 떨어진 학생들은 경기중학교 등에 입학시키면서 간신히 수습됐다고 합니다. 바로 이 엿 사건이 사람들에게 회자되다가 결국 욕설이 되어 남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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