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짐 뜻,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마주 앉힌 파전 한 장

“찌짐 하나 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젓가락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습니다.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제 표정을 살피지 못한 채 메뉴판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친구가 소개해준 사람이었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먼저 도착해 있었고, 제가 젖은 우산을 접는 동안 휴지를 뽑아 테이블 끝에 놓아주던 사람이었습니다. 말투도 다정했고, 옷차림도 단정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습니다.

“비도 오는데 찌짐 먹을까요? 이런 날엔 부침개가 좋잖아요.”

찌짐.

그 말 하나에 저는 여섯 해를 건너가고 말았습니다.

대학 앞 좁은 골목, 비 오는 저녁, 기름 냄새가 배어 있던 분식점, 낡은 테이블 위에 놓인 파전 한 장. 그리고 늘 제 앞접시에 가장 바삭한 가장자리를 먼저 찢어주던 사람.

그 사람과 헤어진 지는 벌써 여섯 달이 지나 있었습니다.

찌짐 뜻, 전이나 부침개를 가리키는 경상도 말입니다

찌짐 뜻은 간단히 말하면 전이나 부침개입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김치전, 부추전, 파전 같은 부침개를 두고 ‘찌짐’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김치찌짐 부치자”는 “김치전 부치자”라는 뜻이고, “정구지 찌짐 해 묵자”는 “부추전 해 먹자”는 뜻입니다. 여기서 정구지는 부추를 가리키는 경상도 말입니다. 어떤 지역이나 집에서는 부추를 소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전국적으로는 전, 부침개라는 표현이 더 익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상도 어른들이 “찌짐 한 장 묵고 가라”고 말하면, 그 말은 단순히 음식을 권하는 말처럼만 들리지 않습니다. 조금 더 앉아 있으라는 말, 그냥 보내기 아쉬운 마음, 말로 하기 어려운 정을 접시에 담아 내는 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찌짐 뜻 요약
찌짐은 경상도에서 전이나 부침개를 가리키는 생활어입니다. 김치찌짐은 김치전, 정구지 찌짐은 부추전, 소풀 찌짐도 부추전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찌짐 부치자”는 “부침개 부치자”라는 뜻입니다.
비 오는 밤 고급 한국 음식점에서 파전과 반찬을 앞에 두고 서로 바라보는 남녀
소개로 만난 남자가 “찌짐 먹을까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녀는 오래전 헤어진 연인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6년을 만난 캠퍼스 커플이었습니다

그 사람과 저는 대학 1학년 봄에 만났습니다.

처음부터 연인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교양 수업을 들었고, 같은 조별 과제를 했고, 시험 기간이면 도서관 같은 층에 앉았습니다. 저는 늘 형광펜을 너무 많이 썼고, 그는 늘 필기를 작게 했습니다.

처음 같이 밥을 먹은 곳은 학교 정문 아래 작은 분식점이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둘 다 돈이 없었습니다. 점심값을 아끼려고 학생식당을 자주 갔고, 비가 오는 날이면 둘이 천 원씩 더 보태 김치찌짐이나 파전을 시켰습니다.

“돈 생기면 스테이크 먹으러 가자.”

제가 장난처럼 말하면, 그는 젓가락으로 파전 가장자리를 찢어 제 앞접시에 올려주며 말했습니다.

“스테이크보다 이게 더 맛있다.”
“거짓말.”
“진짜야. 너랑 먹으니까.”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민망해서 고개를 숙였고, 그는 제 귀가 빨개진 걸 보고 웃었습니다. 분식점 창문에는 빗물이 흘렀고, 기름 냄새는 옷에 배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시간이 좋았습니다.

그는 항상 제가 좋아하는 바삭한 가장자리를 먼저 내밀었습니다.

“너 이 부분 좋아하잖아.”
“내가 언제?”
“매번 여기만 먼저 먹는데?”

제가 젓가락으로 그의 손등을 툭 치면, 그는 아픈 척을 했습니다. 그러다 제 손가락을 잠깐 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분식점 아주머니가 음식을 내려놓으러 올 때면 우리는 동시에 손을 뺐고, 아주머니는 모른 척 웃었습니다.

별것 아닌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래 남는 건 이상하게 그런 장면입니다. 비싼 식당도 아니고, 멋진 여행도 아니고, 낡은 테이블 위에 놓인 찌짐 한 장과 그 사람이 조심스럽게 잡던 손.

그렇게 우리는 6년을 만났습니다.

대학생이던 우리는 취업 준비생이 되었고, 취업 준비생이던 우리는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서로 바빠졌고, 연락은 짧아졌고, 만나는 날에는 피곤한 얼굴로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어느 날 그는 말했습니다.

“우리 요즘 만나도 행복한 것 같지가 않아.”

저는 그 말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럼 그만하자는 거야?”

그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침묵을 대답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 그만하자.”

그 말은 제가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꺼낸 순간부터 제가 더 무너졌습니다.

헤어진 지 6개월, 소개로 만난 자리에서 다시 찌짐을 만났습니다

헤어진 뒤 6개월 동안 저는 괜찮은 척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는 “오래 만났으니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더 바쁘게 일했습니다. 주말에는 일부러 약속을 잡았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싫어서였습니다.

그런데 비 오는 날이면 자꾸 대학 앞 분식점이 떠올랐습니다. 젖은 우산을 가게 입구에 세워두던 일, 파전이 나오기 전까지 서로의 손을 테이블 아래에서 몰래 잡던 일, 그가 앞접시에 찢어주던 가장자리.

친구는 그런 저를 보다 못해 사람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이번 사람 괜찮아.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밥만 먹어.”

저는 알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밥만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소개로 만난 남자는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말을 끊지 않았고, 제 이야기를 잘 들었고, 식당을 고를 때도 먼저 물었습니다.

“비도 오는데 따뜻한 거 먹을까요?”

우리는 대학가에서 조금 떨어진 고급스러운 전집으로 갔습니다. 식탁은 반짝였고, 반찬은 정갈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메뉴판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이런 날 부침개가 좋더라고요. 여기 찌짐 괜찮다던데, 하나 시킬까요?”

찌짐.

그 말이 나오자 목 안쪽이 갑자기 뜨거워졌습니다. 저는 물컵을 들었지만 마시지 못했습니다. 소개로 만난 남자는 제 표정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괜찮으세요?”

저는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대답보다 눈물이 먼저 고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울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참으려고 할수록 더 티가 났습니다.

“죄송해요. 제가 오늘 좀 피곤해서요.”

그는 당황했지만, 무례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냅킨을 밀어주고, 물을 따라주고, 잠깐 밖에 나가 바람을 쐬자고 했습니다.

그날 저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헤어진 사람 이야기를 소개로 만난 자리에서 꺼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끝까지 친절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는 알았습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니구나.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찌짐이라는 말 하나에, 제가 애써 덮어둔 마음이 너무 쉽게 들켜버렸습니다.

다시 간 대학 앞 분식점에서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며칠 뒤였습니다. 이상하게 그날은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점심도 대충 넘겼고, 퇴근길에는 버스를 한 정거장 지나쳐 내렸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대학 앞이었습니다.

졸업한 뒤에도 가끔 지나가던 길이었지만, 그 분식점 앞에 선 것은 이별 후 처음이었습니다. 간판은 조금 낡았고, 유리문에는 새 메뉴가 붙어 있었지만, 안쪽의 테이블 배치는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발이 움직였습니다.

“어서 오세요.”

주인 아주머니는 저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당연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스무 살도 아니었고, 그때처럼 늘 머리를 질끈 묶고 다니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구석 자리에 앉았습니다.

“뭐 드릴까요?”
“김치찌짐 하나 주세요.”

주문을 하고 나서야 손이 떨렸습니다. 왜 여기까지 왔는지 저도 몰랐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건지, 그때의 저를 다시 보고 싶었던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 문이 열렸습니다.

비 냄새가 먼저 들어왔고, 그 다음에 그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숨을 멈췄습니다.

그도 저를 봤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6개월 동안 하지 못한 말들이 그 짧은 눈빛에 전부 몰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나가려는 듯 문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저도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주머니가 먼저 말했습니다.

“어, 손님. 주문하시겠어요?”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습니다.

“파전 하나 주세요.”

우리는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게 안에는 기름 끓는 소리와 빗소리만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두 분 아는 사이 아니에요? 옛날에 자주 오던 학생들 같은데.”

그 말에 저는 얼굴이 굳었습니다. 그는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제 쪽으로 걸어왔습니다.

“잠깐 앉아도 돼?”

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방을 옆 의자에서 치웠습니다.

그는 제 앞에 앉았습니다. 예전에는 너무 익숙했던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도 낯설었습니다.

찌짐 한 장을 앞에 두고 우리는 다시 싸웠습니다

처음 나온 말은 안부가 아니었습니다.

“잘 지냈어?”

그가 물었습니다.

저는 웃었습니다. 웃음이 아니라 거의 숨이 새는 소리에 가까웠습니다.

“그걸 지금 물어?”

그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6개월 동안 연락 한 번 없었잖아.”
“네가 그만하자고 했잖아.”

그 말에 저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만했어? 그렇게 쉽게?”

그의 얼굴이 굳었습니다.

“쉽게 한 적 없어.”
“그럼 왜 잡지 않았어?”
“잡으면 네가 더 힘들어할까 봐.”
“그건 핑계야.”

말이 높아졌습니다. 아주머니가 주방 쪽에서 한 번 우리를 쳐다봤습니다. 저는 목소리를 낮추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6개월 동안 참았던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나는 네가 나를 덜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어. 우리가 오래돼서 지겨워진 줄 알았어. 네가 먼저 지친 줄 알았다고.”

그는 한참 저를 보다가 낮게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나 없이 더 편해질 줄 알았어.”

그 말에 저는 더 화가 났습니다.

“그걸 왜 네가 정해?”

그때 찌짐이 나왔습니다. 김이 올라오는 김치찌짐 한 장과 파전 한 장이 테이블에 놓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우리는 말없이 젓가락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은 아무도 먹지 않았습니다.

한참 뒤, 그가 파전 가장자리를 찢어 제 앞접시에 올려놓았습니다.

저는 그걸 보고 결국 울었습니다.

“왜 아직도 이걸 기억해?”

그도 눈가가 붉어졌습니다.

“잊은 적이 없으니까.”

그 한마디에 더는 화를 낼 수 없었습니다.

비 오는 밤 대학 앞 오래된 분식점에서 파전을 앞에 두고 마주 앉은 헤어진 연인
대학 앞 분식점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찌짐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오래 참아온 원망과 그리움을 꺼내놓았습니다.

찌짐은 이렇게 쓰입니다

그날 우리가 먹은 건 파전이기도 했고, 김치전이기도 했고, 경상도 말로는 찌짐이었습니다.

찌짐은 전이나 부침개를 뜻하는 생활어입니다. 경상도에서는 부침개를 넓게 찌짐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료에 따라 김치찌짐, 정구지 찌짐, 소풀 찌짐, 감자찌짐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표현 예문
찌짐 전, 부침개 “비 오는데 찌짐 한 장 부치자.”
정구지 찌짐 부추전 “정구지 찌짐 해 묵자.”
소풀 찌짐 부추전 “소풀 넣고 찌짐 부치자.”
김치찌짐 김치전 “김치찌짐은 가장자리가 바삭해야 맛있다.”

정구지와 소풀은 모두 부추를 가리키는 지역 표현입니다. 부추를 정구지라고 부르는 이야기는 정구지 뜻과 정구지 찌짐 이야기에서, 소풀이라는 말에 담긴 시골 우물가와 부추밭 이야기는 소풀 뜻과 부추 사투리 이야기에서 함께 볼 수 있습니다.

경상도 생활어를 더 넓게 보고 싶다면 경상도 사투리 뜻 정리 글에서 여러 표현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6개월 동안 연락하지 않았을까

찌짐이 식어갈 때쯤, 우리는 조금 조용해졌습니다.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했습니다.

“네가 그만하자고 했을 때, 나는 네가 정말 끝내고 싶은 줄 알았어.”

“나는 네가 잡아주길 바랐어.”

말하고 나니 부끄러웠습니다. 스스로도 모순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만하자고 말한 사람은 저였고, 잡아주길 기다린 사람도 저였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나도 자존심 세웠어. 네가 나 없이 괜찮은 척하니까, 나도 괜찮은 척했어.”
“괜찮았어?”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하나도.”

그 말에 저는 다시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는 참 이상한 방식으로 서로를 놓쳤습니다. 좋아하지 않아서 헤어진 게 아니라, 더 상처받기 싫어서 먼저 등을 돌렸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제 손가락 옆에 손을 내려놓았습니다. 잡지는 않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당연하게 잡았을 손이었지만, 이제는 허락이 필요한 사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잠깐 망설이다가 그의 손가락을 살짝 잡았습니다.

그는 숨을 멈춘 것처럼 가만히 있었습니다.

“아직 늦은 걸까?”

그가 물었습니다.

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손을 빼지 않았습니다.

대학 앞 골목에서 우리는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분식점을 나왔을 때, 비는 거의 그쳐 있었습니다. 간판 불빛이 젖은 길 위에 번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예전처럼 나란히 걸었지만, 예전처럼 쉽게 웃지는 못했습니다.

6년을 함께한 사람과 6개월을 모른 척한 사람.

둘 다 우리였습니다.

골목 끝에서 그가 말했습니다.

“오늘 당장 다시 만나자고는 안 할게.”

저는 그를 봤습니다.

“그럼?”
“다시 밥 먹자. 도망가지 말고. 싸우더라도 말하고.”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다시 사랑하자는 말보다, 다시 밥 먹자는 말이 더 현실적이고 더 아팠습니다.

“찌짐 말고 다른 것도 먹자.”

제가 말하자 그가 웃었습니다.

“그래도 다음에 비 오면 또 먹을 것 같은데.”

저도 결국 웃었습니다.

그는 제게 우산을 씌워주었습니다. 손이 닿았고, 이번에는 제가 먼저 잡았습니다. 그는 놀란 듯 저를 봤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는 천천히 제 쪽으로 몸을 기울였습니다. 예전처럼 당연한 입맞춤은 아니었습니다. 오래 돌아온 사람처럼 조심스러웠습니다.

입술이 닿기 직전, 저는 작게 말했습니다.

“이번엔 사라지지 마.”

그가 대답했습니다.

“너도 도망가지 마.”

그 말 뒤에 닿은 입맞춤은 짧았지만, 6개월 동안 굳어 있던 마음을 조금 녹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찌짐이라는 말을 들으면 단순히 부침개만 떠올리지 않습니다. 대학 앞 분식점, 식어가던 파전, 서로를 원망하다 결국 울어버린 두 사람, 그리고 다시 잡은 손이 함께 떠오릅니다.

찌짐 뜻을 찾는 분들에게

정리하면, 찌짐전이나 부침개를 뜻하는 경상도 생활어입니다. 김치찌짐은 김치전, 정구지 찌짐은 부추전, 소풀 찌짐도 부추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 찌짐은 단순한 음식 이름만은 아닙니다.

누군가 “찌짐 한 장 묵고 가라”고 말한다면, 그 말에는 배고프면 먹고 가라는 뜻도 있지만, 조금 더 앉아 있으라는 마음이 함께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운했던 마음을 바로 말하지 못할 때, 따뜻한 접시 하나를 가운데 두고 다시 말을 시작해보자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 찌짐은 6년을 사랑하고도 6개월을 모른 척했던 사람과 다시 마주 앉게 만든 음식이었습니다. 바삭한 가장자리 하나를 앞접시에 올려주던 손길 때문에, 끝났다고 믿었던 마음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다음에 누군가 “찌짐 먹으러 가자”고 말한다면, 이제는 이렇게 이해해도 좋겠습니다.

부침개 먹자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사이에 남은 말을 조금 더 해보자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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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확인: 찌짐은 경상도에서 전이나 부침개를 가리키는 생활어로 쓰입니다. 정구지 찌짐은 부추전, 소풀 찌짐도 부추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방언은 지역과 세대에 따라 쓰임과 익숙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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