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사람 대처법, 웃어넘겼더니 더 가까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직장 3년 차 지은입니다. 처음엔 선배가 저를 편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습니다.

회사에 들어온 지 3년이 지나자, 이제 겨우 숨을 쉬며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 1년은 실수하지 않으려고 버텼고, 2년 차에는 눈치껏 움직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3년 차가 되니 제 이름으로 맡는 일도 생겼고, 후배에게 알려줄 것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여전히 거절이 어려웠습니다.

특히 친한 선배에게는 더 그랬습니다.

그 선배 이름은 태오였습니다. 저보다 4년 먼저 입사한 선배였고, 회사 안에서는 사람 좋기로 유명했습니다. 말도 부드럽고, 회식 자리에서도 분위기를 잘 풀었습니다. 신입 때 제가 실수해서 울먹일 뻔했을 때도 태오 선배가 대신 팀장님께 설명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태오 선배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지은아, 이거 잠깐만 봐줄래?”

“지은아, 너 감각 좋잖아. 이 문장만 조금 다듬어줘.”

“지은아, 오늘 택배 하나만 대신 받아줄 수 있어?”

처음엔 정말 작은 부탁이었습니다.
저도 기분 좋게 도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선배의 부탁은 작지 않아졌습니다.

퇴근 직전에 자료를 넘겼고, 주말에 카톡이 왔고, 제 개인 약속을 묻지도 않은 채 “너는 괜찮지?”라고 말했습니다. 이상한 건, 제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순간마다 태오 선배가 꼭 웃었다는 점입니다.

“왜 그래, 우리 사이에.”

그 말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우리 사이.
친한 선후배 사이.
고마운 사람과 도움받은 사람 사이.

그 말이 나오면 저는 이상하게 작아졌습니다.

선 넘는 사람은 처음부터 크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돌아보면 태오 선배는 처음부터 크게 밀고 들어온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더 알아차리기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게 시작합니다.

퇴근길에 방향이 같으니 같이 가자고 합니다.
점심시간에 혼자 먹기 싫다며 불러냅니다.
업무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밤늦게 보냅니다.
내가 대답하면 “역시 너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때 바로 이상하다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아주 나쁘게 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다정할 때도 많습니다. 가끔은 챙겨주고, 가끔은 칭찬하고, 가끔은 나를 특별하게 보는 듯한 말을 합니다.

그래서 헷갈립니다.

이게 호감인지, 친절인지, 이용인지, 선을 넘는 것인지.

저도 그랬습니다.

태오 선배가 제 일을 도와준 적도 있었고, 힘들 때 커피를 사준 적도 있었고, 회의에서 제 편을 들어준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배의 부탁을 쉽게 끊어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습니다.

좋은 사람이 선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다정한 사람이 나를 지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고마운 사람이 나를 가장 어렵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선 넘는 사람 특징 요약
선을 넘는 사람은 내 거절을 가볍게 넘기고, 내 시간을 자기 일정처럼 쓰며, 친하다는 이유로 사적인 영역까지 들어오려 합니다.

누군가 계속 내 시간을 가볍게 쓰고, 거절하면 예민하다고 몰아간다면 먼저 나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 특징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선을 넘는 행동은 대부분 한 번이 아니라 반복에서 드러납니다.

그 무렵 제 책상 위에 꽃다발이 놓인 날도 있었습니다. 작은 메모에는 제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누가 보냈는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고맙기보다 먼저 숨이 막혔습니다. 호의처럼 보였지만, 제게는 또 하나의 압박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꽃다발과 메모를 보고 불편한 표정을 짓는 키 큰 여성 직장인과, 뒤쪽에서 이를 바라보는 남성 선배의 모습
책상 위 꽃다발을 본 순간, 그녀는 호의보다 부담을 먼저 느꼈습니다.

태오 선배는 점점 선후배 관계를 넘으려 했습니다

태오 선배가 달라졌다고 느낀 건 어느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친구와 약속이 있었습니다. 몇 주 전부터 잡아둔 약속이었고, 오랜만에 만나는 대학 친구였습니다. 퇴근 준비를 하던 중 태오 선배가 제 자리로 왔습니다.

“지은아, 오늘 저녁 뭐 해?”

저는 가방 지퍼를 닫다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약속 있어요.”

“남자친구?”

선배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저는 웃지 못했습니다.

“아니요. 친구요.”

“그럼 잠깐만 시간 내면 되겠네.”

그 말이 이상하게 걸렸습니다. 친구 약속이면 잠깐 미뤄도 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왜요?”

“나 오늘 좀 힘들어서. 술 한잔만 같이 해주라.”

예전 같으면 바로 “네”라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날은 정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어려울 것 같아요.”

태오 선배의 표정이 잠깐 굳었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저는 봤습니다.

“아, 그래? 지은이 많이 바빠졌네.”

말은 농담처럼 했지만, 웃음은 전과 달랐습니다.

저는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괜히 제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결국 친구에게 30분만 늦겠다고 연락했습니다. 그리고 태오 선배와 회사 근처 맥줏집에 앉았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선배는 제 거절이 약하다는 걸 알아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 밤, 선배는 처음으로 애매한 말을 했습니다

맥줏집은 시끄러웠습니다. 퇴근한 직장인들이 여기저기서 웃고 있었고, 테이블마다 잔 부딪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자꾸 시계를 봤습니다.

“친구 약속 신경 쓰여?”

태오 선배가 물었습니다.

“조금요. 오래전부터 잡은 약속이라서요.”

“나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구나.”

저는 당황해서 웃었습니다.

“그런 뜻 아니에요.”

“농담이야.”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 맥주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선배가 말했습니다.

“지은아, 너는 사람을 너무 편하게 해.”

“제가요?”

“응.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풀려.”

칭찬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 뒤에 선배는 제 손목에 묻은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살짝 닦아주려 했습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손을 뺐습니다. 분위기가 아주 잠깐 얼었습니다.

“아, 미안. 컵에 물 묻어서.”

“괜찮아요.”

괜찮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또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친구 약속에는 결국 한 시간 늦었습니다. 친구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저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누구에게 미안한 건지도 모르겠고, 무엇이 잘못된 건지도 정확히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태오 선배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오늘 고마웠어. 너랑 있으면 내가 좀 이상해지는 것 같다.”

저는 답장을 한참 쓰지 못했습니다.

고맙다는 말 같기도 했고, 고백의 예고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이 좋기보다 부담스러웠습니다.

문제는 저를 조용히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팀에는 민재라는 동료가 있었습니다. 저와 입사 동기였고, 말수가 많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점심도 혼자 먹는 날이 많았고, 회의 때도 필요한 말만 했습니다. 대신 일은 정확했습니다. 누가 놓친 일정도 민재는 기억했고, 회의록도 군더더기 없이 정리했습니다.

저는 민재와 아주 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편한 동기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민재가 물었습니다.

“요즘 태오 선배 부탁 많이 받죠?”

저는 모니터를 보다가 멈췄습니다.

“왜요?”

“요즘 지은 씨 업무 시간이 이상하게 밀리는 것 같아서요.”

그 말에 마음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제가 도와주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는 제가 태오 선배와 친해서 그런 거라고 웃었습니다. 그런데 민재만 제 일이 밀리는 걸 보고 있었습니다.

“그냥 선배가 급한 일이 많아서요.”

“급한 일이 늘 같은 사람에게만 가면 그건 급한 일이 아니라 습관 아닐까요.”

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민재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 책상 위에 놓인 수정 자료를 보더니 말했습니다.

“이거 오늘 마감이죠? 선배 자료보다 이게 먼저인 것 같은데요.”

그 말은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누군가는 제 시간을 자기 일처럼 가져가려 했고,
누군가는 제 시간이 제 것이라는 걸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선을 넘는 사람은 거절보다 내 죄책감을 더 잘 압니다

태오 선배는 점점 더 자주 연락했습니다.

아침에는 “커피 사왔는데 너도 마실래?”
점심에는 “오늘 같이 먹자.”
저녁에는 “퇴근하고 잠깐 걷자.”

처음에는 고마웠습니다.
나를 챙겨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 하루가 선배의 기분에 맞춰 움직였습니다. 제가 답장을 늦게 하면 선배는 “읽씹?”이라고 보냈고, 점심 약속을 거절하면 “요즘 나 피하네”라고 했습니다.

가장 힘든 건 선배가 나쁜 말을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나를 죄책감 들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나는 너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너한테 이런 말도 못 하냐?”

“내가 예전에 너 도와준 거 기억 안 나?”

그 말들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맞습니다. 선배는 예전에 저를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서, 평생 상대의 감정을 책임져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는 어려웠습니다.

특히 부탁을 거절하는 말이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면 거절 못하는 사람 특징에서 왜 착한 사람이 관계에서 밀리기 쉬운지 함께 확인해보세요.

삼각관계는 조용히 시작됐습니다

이상한 분위기를 먼저 눈치챈 건 같은 팀 사람들이었습니다.

“태오 선배, 요즘 지은 씨한테만 커피 사주네요?”

“둘이 뭐 있어요?”

누군가 장난처럼 말했습니다.

저는 바로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태오 선배는 웃었습니다. 그런데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더 불편했습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

그 말에 사무실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저는 웃지 못했습니다.

민재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회의록을 정리하던 손이 잠깐 멈춘 것을 봤습니다. 이상하게 그게 더 신경 쓰였습니다.

며칠 뒤, 팀 회식이 있었습니다. 태오 선배는 제 옆자리를 자연스럽게 차지했습니다. 저는 일부러 조금 떨어져 앉으려 했지만 선배는 의자를 끌어당겼습니다.

“왜 이렇게 멀리 앉아?”

“그냥요.”

“요즘 진짜 나 피한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저는 들었습니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민재가 말했습니다.

“지은 씨, 내일 오전 보고서 같이 봐야 하니까 오늘은 너무 늦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 말에 저는 겨우 숨을 쉬었습니다.

태오 선배가 민재를 봤습니다.

“민재 씨가 지은이 매니저야?”

분위기가 순간 얼었습니다.

민재는 술잔을 내려놓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매니저는 아닌데, 내일 같이 일해야 하는 동료입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민재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큰소리를 낸 것도 아니고, 감정을 드러낸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든든했습니다.

러브라인은 고백보다 배려에서 시작됐습니다

회식이 끝난 뒤 저는 먼저 밖으로 나왔습니다. 밤공기가 차가웠습니다. 태오 선배와 민재가 뒤따라 나왔습니다. 둘 사이의 공기는 묘했습니다.

“지은아, 내가 데려다줄게.”

태오 선배가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저 택시 타고 갈게요.”

“그러니까 내가 잡아준다고.”

그때 민재가 한 걸음 뒤에서 말했습니다.

“지은 씨가 괜찮다고 했습니다.”

태오 선배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민재 씨는 왜 자꾸 끼어들어요?”

저는 그 순간 더는 모른 척할 수 없었습니다.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보다 중요한 게 있었습니다.
누가 내 말을 듣고 있는지였습니다.

저는 태오 선배를 보며 말했습니다.

“선배님, 저 정말 괜찮아요. 오늘은 혼자 가고 싶습니다.”

태오 선배는 웃었습니다.

“너 진짜 변했다.”

또 그 말이었습니다.

변했다.
예민해졌다.
멀어졌다.

이 말들은 늘 제가 원래 자리로 돌아오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민재가 옆에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제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민재는 저를 대신해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한 걸음 떨어져 서 있었습니다. 제가 혼자 말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사람처럼.

그때 저는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누군가는 나를 붙잡으려고 다가왔고,
누군가는 내가 물러설 공간을 남겨줬습니다.

저는 그 차이를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회식 후 회사 앞에서 남자 선배가 여성 직장인의 손목을 붙잡으려 하고, 여성은 불편한 표정으로 물러서며, 멀리서 남자 동료가 조용히 지켜보는 모습
그날 그녀가 흔들린 건 누군가의 관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불편함을 처음으로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클라이맥스는 회의실에서 찾아왔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문제가 터졌습니다.

태오 선배가 맡은 제안서 일부가 비어 있었습니다. 원래는 선배가 금요일까지 정리하기로 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월요일 오전 회의 30분 전, 선배가 제게 파일을 보내왔습니다.

“지은아, 미안한데 이 부분만 빨리 채워줘. 너 이거 잘하잖아.”

저는 모니터 앞에서 한참 멈춰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바로 열었을 겁니다.
숨을 몰아쉬며 대신 했을 겁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난 뒤 혼자 지쳤을 겁니다.

그런데 그날은 제 일정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맡은 보고서 마감이 같은 시간에 있었습니다. 제 이름으로 나가는 자료였습니다.

손이 떨렸습니다. 그래도 답장을 썼습니다.

“선배님, 그 부분은 제가 대신 작성하기 어렵습니다. 제 보고서 마감이 먼저라서요.”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까지 1분이 걸렸습니다.

곧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너 진짜 이렇게 나올 거야?”

심장이 내려앉았습니다.

잠시 후 태오 선배가 제 자리로 왔습니다. 사무실 사람들이 있는 자리였습니다.

“지은아, 내가 언제 너한테 어려운 거 부탁했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저는 일어났습니다.

“선배님, 그동안 제가 도와드린 건 맞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업무는 선배님 담당이고, 저는 제 마감이 있습니다.”

태오 선배가 웃었습니다.

“와, 진짜 선 긋네.”

그 말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네. 선을 긋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사무실이 조용해졌습니다.

태오 선배의 얼굴이 굳었습니다. 저는 손끝이 차가워졌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쪽은 조용했습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이기려고 말한 게 아니었습니다. 제 일을 지키려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팀장님이 회의실 문 앞에서 말했습니다.

“각자 담당한 부분은 각자가 책임지는 걸로 하죠. 지은 씨는 본인 보고서 먼저 마무리하세요.”

그 말에 저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민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 책상 옆을 지나가며 아주 작게 포스트잇 하나를 놓고 갔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잘했습니다.”

그 짧은 네 글자에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반전은 누가 나를 좋아하느냐가 아니었습니다

그날 퇴근 후 태오 선배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내가 너를 너무 편하게 생각했나 보다.”

저는 한참 그 문장을 봤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바로 답했을 겁니다.

“아니에요.”
“제가 죄송해요.”
“그런 뜻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늦게 답했습니다.

“저도 선배님께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업무와 개인적인 부탁은 구분했으면 합니다.”

보내고 나니 손이 떨렸습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날 밤, 민재에게도 메시지가 왔습니다.

“오늘 많이 힘드셨죠.”

저는 답장을 썼습니다.

“네. 그래도 처음으로 제 말을 한 것 같아요.”

민재의 답장은 짧았습니다.

“그럼 된 겁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따뜻했습니다.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그날의 반전은 태오 선배의 마음도, 민재의 마음도 아니었습니다. 정말 오래 남은 건 제가 처음으로 제 불편함을 믿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참고,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웃고,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서 불편함을 삼키던 제가 처음으로 말한 겁니다.

“여기까지는 어렵습니다.”

그 말 하나로 관계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관계의 모양은 달라졌습니다.

태오 선배는 더 이상 밤늦게 사적인 카톡을 보내지 않았고, 업무 부탁도 메일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어색함은 남았지만, 그 어색함이 오히려 필요했습니다.

민재와는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저를 구해준 사람이 아니라, 제가 제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선 넘는 사람 대처법은 차갑게 변하는 게 아닙니다

선을 긋는다고 해서 갑자기 차가운 사람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뒤로 저는 몇 가지 기준을 정했습니다.

상황 예전의 반응 바꾼 반응
퇴근 후 사적인 연락 늦어도 답장함 “업무 이야기는 내일 회사에서 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업무 부탁 내 일 미루고 도와줌 “제 마감이 먼저라 오늘은 어렵습니다.”
감정적으로 붙잡을 때 미안해서 남아 있음 “오늘은 혼자 가고 싶습니다.”
예민하다고 몰아갈 때 내가 과한가 고민함 “예민한 게 아니라 제 기준을 말하는 겁니다.”

말을 세게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대신 짧고 분명해야 했습니다.

길게 설명하면 다시 설득당하기 쉬웠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상대는 아직 밀어붙일 틈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장을 줄였습니다.

“어렵습니다.”
“오늘은 안 됩니다.”
“그건 제가 맡을 일이 아닙니다.”
“업무 시간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차갑게 들릴까 봐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알았습니다.

나를 지키는 말은 차가운 말이 아닙니다.
정확한 말입니다.

회사 회의실에서 여성 직장인이 남자 선배에게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차분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는 모습
회의실에서 여성 직장인은 더 이상 분위기에 끌려가지 않고, 업무와 개인적인 관계의 선을 차분하게 설명했습니다.

선을 넘는 사람에게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말

선 넘는 사람에게는 길게 설명하기보다 짧게 말하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상대가 “우리 사이에 왜 그래”, “예민하게 굴지 마”, “이 정도도 못 해?”라고 말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래 문장들은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 “그건 제가 하기 어렵습니다.”
  • “오늘은 제 일정이 있어서 안 됩니다.”
  • “그 이야기는 업무 시간에 하겠습니다.”
  • “그 표현은 조금 불편합니다.”
  • “친한 것과 부탁을 다 들어주는 것은 다른 것 같습니다.”
  • “저도 제 일이 있어서 이번에는 어렵습니다.”
  • “이 부분은 선배님이 직접 정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 말들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를 망치는 것은 거절이 아니라, 계속 참다가 어느 날 폭발하는 것입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초반에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결론, 선을 긋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오래도록 좋은 후배가 되고 싶었습니다. 편한 동료가 되고 싶었고,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웃었습니다.
괜찮다고 했습니다.
퇴근 후에도 답장을 했고, 제 일을 미루고 남의 일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친절이 제 자리를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태오 선배가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좋은 순간도 있었고, 고마운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순간이 있었다고 해서 계속 선을 넘는 행동까지 받아줘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민재가 저를 구해준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려준 것뿐입니다.

그게 오히려 더 컸습니다.

누군가의 호감보다 중요한 것은 내 불편함을 내가 믿는 일입니다.
누군가의 부탁보다 중요한 것은 내 시간을 내가 지키는 일입니다.
누군가가 서운해할까 봐 두려워도, 나를 계속 뒤로 미루는 관계는 언젠가 나를 지치게 합니다.

선을 긋는다고 관계가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끝날 관계는 드러나고, 남을 관계는 다시 자리를 찾습니다.

저는 아직도 거절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웃어넘기면 괜찮아지는 관계도 있지만,
웃어넘길수록 더 가까이 들어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웃음보다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누군가를 밀어내기 위한 벽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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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글은 직장 인간관계와 관계의 선 긋기에 관한 경험담 형식의 글입니다. 반복적인 사적 연락, 원치 않는 호감 표현, 업무 외 강요, 직장 내 괴롭힘이 계속된다면 혼자 감당하지 말고 기록을 남기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나 공식 상담 창구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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