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직장 동료에게 다가가는 법, 비 오는 퇴근길에 알게 된 진짜 거리감

처음부터 그 사람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습니다.

같은 층에서 일하는 동료.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마주치는 사람.
부서 단체방에서 이름을 보는 사람.

정말 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금요일 아침,
그 사람이 평소와 다른 옷차림으로 사무실에 들어온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멈칫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그 사람을 예전처럼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녀는 늘 단정했습니다.
그런데 화려한 쪽은 아니었습니다.

검은 바지.
낮은 굽의 구두.
무채색 재킷.
머리는 대충 묶은 듯하지만 늘 깔끔했고, 말투도 차분했습니다.

누가 봐도 일 잘하는 사람.
괜히 흐트러지는 법 없는 사람.
회사에서는 감정보다 일 처리가 먼저인 사람.

저는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저 사람은 참 반듯하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날, 그녀가 치마를 입고 출근했습니다

그날은 회사 창립기념 행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짧게 근무하고, 오후에는 강당에서 행사와 단체 사진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사람들이 조금 들떠 있었고, 사무실 분위기도 금요일답게 가벼웠습니다.

저는 평소처럼 출근해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별생각 없이 출입문 쪽을 봤습니다.

그때 그녀가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늘 검은 바지를 입던 사람이 그날은 밝은 베이지색 치마를 입고 있었습니다.
상의는 연한 크림색 블라우스였고, 머리도 평소처럼 묶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려와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날 창립기념식에서 모범사원 표창을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화려하게 꾸민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사무실 형광등 아래에서도 혼자 다른 계절에서 걸어온 사람 같았습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짧은 순간, 정말 이상하게 시간이 조금 느려졌습니다.

누가 옆에서 말을 걸었는데도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그냥 그녀가 자리에 앉는 모습만 봤습니다.

가방을 내려놓고,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의자에 앉기 전에 치마 끝을 살짝 정리하는 모습.

그 사소한 동작이 왜 그렇게 선명하게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사람이 예뻐 보이는 순간은 꼭 얼굴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요.
평소와 다른 분위기, 낯선 부드러움, 내가 몰랐던 한 사람의 다른 모습.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면 마음이 당황합니다.

저는 모니터를 보는 척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읽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너무 예뻤습니다.

이런 표현이 유치한 줄 알지만, 그날은 정말 그랬습니다.
천사가 따로 없다는 말이 왜 생겼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퇴근 후에도 그 모습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그녀는 모범사원으로 기념식에서 표창을 받았고
작은 포상금도 함께 받았습니다.

행사는 별일 없이 끝났습니다.
대표님 인사말이 있었고,
그녀가 모범사원 표창을 받을 때 사진을 찍었고
단체 사진을 찍었고,
회사에서 준비한 점심 뷔페도 함께 먹었습니다.

몇몇 사람은 그날도 다른 날처럼 일과가 마치자 곧바로 퇴근했습니다.
저도 평소처럼 집에 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는데도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휴대폰을 보다가도, 냉장고 문을 열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자꾸 그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던 모습.
밝은 옷이 사무실 공기와 어울리던 순간.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내려오던 모습.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대화를 오래 나눈 것도 아니고, 함께 밥을 먹은 것도 아니고, 특별한 눈빛이 오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은 이미 그날을 특별하게 저장해버렸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그녀는 다시 평소처럼 바지를 입고 출근했습니다.
검은 바지, 단정한 셔츠, 낮은 구두.

예전과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예전과 같지 않았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 제가 보는 방식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괜히 고개를 들게 됐고,
그녀가 웃으면 그 웃음이 오래 남았고,
단체방에 그녀 이름이 뜨면 이유 없이 먼저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내가 이 사람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구나.

창립기념일에 평소와 다른 옷차림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는 여성 직장인
화사한 옷차림으로 출근한 여성 직장인이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시선이 머무는 장면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그때부터 조금씩 티가 났습니다

마음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건 행동이 아니라 시선입니다.

저는 그녀를 자꾸 찾았습니다.

사무실에서 일부러 찾는 건 아닌데, 정신을 차려보면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복도 끝에서 누가 걸어오면 혹시 그녀인지 보게 됐고,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움직이면 그녀가 누구와 나가는지 괜히 보게 됐습니다.

이게 참 우습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마음이 먼저 움직입니다.

그녀가 다른 남자 직원과 웃으며 이야기하면 속이 살짝 불편했습니다.

상대의 친절이 나에게만 특별한 것인지 헷갈린다면, 아래 글도 함께 읽어보면 도움이 됩니다.

👉 직장 동료가 나에게만 친절한 이유, 호감인지 배려인지 구분법

그렇다고 질투라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고,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신경이 쓰였습니다.

저는 일부러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갑자기 말을 많이 걸면 이상할 것 같았습니다.
괜히 친한 척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회사였습니다.

회사에서는 마음 하나 잘못 다루면 내 감정만 상하는 게 아닙니다.
상대의 하루까지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주 작은 것만 바꿨습니다.

아침에 마주치면 피하지 않고 인사하기.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어색하게 휴대폰만 보지 않기.
단체 대화에서 그녀가 말할 때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듣기.

정말 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마음은 매번 소란스러웠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 한마디를 하는데도 이상하게 목소리가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었습니다

몇 주 뒤, 같은 회사 선배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부서 사람들이 꽤 많이 참석했습니다.
저도 별생각 없이 갔습니다.

정장을 입고 예식장에 도착했을 때, 로비에는 이미 회사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축의금 봉투를 내고, 식권을 받고, 아는 사람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그녀가 들어왔습니다.

또 그랬습니다.

평소 회사에서 보던 모습과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연한 하늘색 원피스에 짧은 재킷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머리는 살짝 웨이브가 들어가 있었고, 귀걸이가 작게 빛났습니다.

과하게 꾸민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더 눈이 갔습니다.

회사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던 부드러운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로비 쪽으로 걸어오는 동안 저는 잠깐 말을 잃었습니다.
옆에 있던 동료가 “뭐 봐?”라고 물었는데, 저는 괜히 청첩장 봉투만 만졌습니다.

“아니, 그냥.”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이미 들킨 기분이었습니다.

그날 그녀는 정말 예뻤습니다.

사무실에서 봤던 그 금요일과는 또 달랐습니다.
밝고, 편안하고, 조금은 낯설었습니다.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간질거렸습니다.

결혼식장이라 그런지 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얀 꽃 장식, 피아노 소리, 사람들의 웃음, 신부가 입장할 때 조용해지는 공기.

그 분위기 속에 그녀가 서 있으니, 평소 억눌러두었던 마음이 갑자기 선명해졌습니다.

저 사람과 한번쯤은 회사 밖에서 만나보고 싶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뒤풀이 자리에서 일부러 그녀 근처에 앉았습니다

예식이 끝난 뒤 몇몇 직원들이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축하연이라고 하기엔 소박했고, 뒤풀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정쩡한 자리였습니다.
그래도 다들 주말 낮이라 기분이 풀려 있었습니다.

저는 어느새 그녀 근처 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우연은 아니었습니다.

정말 일부러였습니다.

이건 변명할 수 없습니다.

평소 같으면 아무 자리나 앉았을 텐데, 그날은 그녀와 너무 멀지 않은 자리를 골랐습니다.
바로 옆자리는 너무 티가 날 것 같아서 한 칸 건너 앉았습니다.

그녀는 물컵을 들고 웃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잘 웃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냥 회사에서 조심스러웠던 것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생각보다 장난도 잘 받아줬고,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 크게 웃을 때는 눈꼬리가 예쁘게 접혔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점점 이상해졌습니다.

회사에서는 몰랐던 사람이 거기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제가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날 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정했습니다.

다가가보고 싶다.

다만 이상하게 말고.
부담스럽게 말고.
회사에서 관계를 망치지 않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 사람이 나를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게 그날 제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화사한 옷차림의 여성 직장 동료를 남성 동료가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장면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그녀를 본 순간, 회사에서는 몰랐던 마음이 조용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첫 단계는 ‘갑자기 변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이상하게 급해집니다.

당장 말을 더 걸고 싶고,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고 싶고,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그게 가장 위험합니다.

어제까지 평범하게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자주 말을 걸고, 괜히 근처에 오고, 사적인 질문을 던지면 상대는 설레기 전에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 천천히 갔습니다.

다음 출근날, 저는 평소처럼 인사했습니다.

“주말 잘 보내셨어요?”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네. 결혼식 다녀오니까 주말이 다 간 느낌이에요.”

예전 같으면 거기서 대화가 끝났을 겁니다.

하지만 그날은 한마디만 더 했습니다.

“그래도 결혼식 분위기 좋더라고요. 선배님도 좋아 보였고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아요. 오랜만에 회사 사람들 밖에서 보니까 좀 다르더라고요.”

그 말이 묘하게 좋았습니다.

회사 밖에서 보니까 다르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더 밀고 가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날 다르게 보였어요” 같은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너무 빠른 말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가간다는 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하고 싶은 말 중 절반은 삼키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녀의 취향을 캐묻지 않고 기억했습니다

그 뒤로 저는 그녀를 조금 더 보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훔쳐보듯 보지는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건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라 실례가 될 수 있으니까요.

대신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들을 기억했습니다.

그녀는 너무 단 음료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주말에는 사람이 많은 곳보다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영화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오래된 한국 영화를 가끔 다시 본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일부러 물어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점심 자리에서, 단체 대화에서, 누군가 던진 질문에 그녀가 대답한 것들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그걸 무기처럼 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거 좋아한다면서요?”
“제가 기억하고 있었어요.”
“저랑 취향 비슷하네요.”

이런 말은 잘못하면 부담스럽습니다.

기억은 조용히 하는 게 좋습니다.

상대가 스스로 말한 것을 가볍게 받아두고, 다음 대화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지난번에 사람 많은 데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셨죠. 여기 새로 생긴 식당은 점심시간 지나면 조용하더라고요.”

이 정도.

너무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는 티를 내면 상대가 놀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기억해주는 건 사람을 편안하게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건, 사실 대단한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상대가 흘려 말한 것을 함부로 넘기지 않는 것.
그렇다고 그것을 붙잡고 부담스럽게 만들지 않는 것.

그 사이의 균형이었습니다.

한번은 조금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녀와 조금 편해졌다고 느낀 날이 있었습니다.

부서 회식은 아니었고, 결혼식에 갔던 몇몇 사람들이 따로 저녁을 먹은 자리였습니다.
퇴근 후였고, 다들 회사 안에서보다 훨씬 편했습니다.

그녀는 그날도 평소보다 조금 부드러운 옷차림이었습니다.
밝은 니트에 긴 스커트.
작은 향수 냄새가 스치듯 느껴졌습니다.

저는 괜히 물을 많이 마셨습니다.

긴장하면 사람은 참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자리가 좁아서 그녀와 팔꿈치가 한 번 살짝 닿았습니다.
정말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그런데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그녀도 잠깐 저를 봤습니다.
저는 바로 몸을 조금 옆으로 뺐습니다.

그 순간을 장난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괜히 “죄송합니다”를 크게 말하면 더 이상할 것 같아서, 작게 말했습니다.

“아, 좁네요.”

그녀가 웃었습니다.

“그러게요. 여기 테이블이 좀 붙어 있네요.”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오래 남았습니다.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조심해야 한다는 마음이 동시에 올라왔습니다.
딱 그 사이였습니다.

아슬아슬했지만, 넘지 않아야 하는 선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가까움을 의미로 해석하면 안 된다.
상대가 웃어줬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거리를 줄이면 안 된다.

로맨스는 설레야 하지만, 회사 안에서의 로맨스는 더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설렘보다 중요한 건 상대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거리였습니다.

그녀에게 다가가기로 마음먹은 뒤 제가 바꾼 것들

제가 바꾼 건 거창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일부러 조심한 것이 있습니다.

말을 걸 기회를 억지로 만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자꾸 말을 걸고 싶었습니다.
별것 아닌 업무 이야기라도 꺼내고 싶었고,
괜히 복도에서 마주치면 한마디라도 더 붙잡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해서
상대의 하루에 갑자기 많이 들어가도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말할 일이 있을 때만 말을 걸었습니다.
다만 예전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려고 했습니다.

궁금한 것도 많았습니다.

주말에는 누구를 만나는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퇴근 후에는 어디로 가는지.

하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그 질문들은 제 마음에는 중요했지만,
그녀에게는 불편한 질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사 밖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둘만의 대화를 갑자기 만들기보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웃고 이야기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러다 둘만 대화가 이어지면
그때는 말하기보다 조금 더 듣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칭찬도 조심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날 결혼식장에서 정말 예뻤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창립기념일에 입었던 옷도 잘 어울렸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는 외모 칭찬 하나도 조심해야 합니다.
내 마음에는 설렘이어도 상대에게는 부담일 수 있습니다.

대신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날 결혼식 분위기랑 잘 어울리셨어요.”

이 정도만 했습니다.

그녀는 잠깐 웃더니 말했습니다.

“정말요? 오랜만에 그런 자리라 어색했는데요.”

저는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잘 어울리셨어요.”

그 한마디면 충분했습니다.

말을 아끼는 게 때로는 더 오래 남습니다.

상대의 마음이 아직 확실하지 않다면, 먼저 호감 신호부터 차분히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괜히 앞서가기 전에 아래 글을 함께 읽어보면 착각과 진심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직장 동료 호감 신호, 회사 사람에게 설렐 때 착각과 진심 구분법

고백보다 먼저 ‘편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빨리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녀와 단둘이 밥을 먹고 싶었고,
퇴근 후에 잠깐이라도 같이 걷고 싶었고,
언젠가 주말에 따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빨리 사귀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녀가 나를 편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회사에서 마주쳤을 때 피하지 않는 사람.
단체 자리에서 옆에 앉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
말을 걸어도 의도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

먼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좋아하는 직장 동료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간다는 건 결국 이 말과 같았습니다.

상대가 나를 경계하지 않게 하는 것.

그건 잘생긴 말솜씨로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선물이나 이벤트로 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매일의 작은 태도에서 결정됐습니다.

무리하게 끌어당기지 않는 것.
상대가 한 걸음 물러서면 나도 멈추는 것.
좋아한다는 이유로 상대의 일상을 침범하지 않는 것.
칭찬도, 관심도, 배려도 상대가 받을 수 있는 만큼만 건네는 것.

그게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몇 주가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난 뒤였습니다.
저는 로비에서 우산을 접고 있었습니다.

비가 갑자기 쏟아진 날이었습니다.

그때 그녀가 뒤에서 말했습니다.

“혹시 지하철역 쪽으로 가세요?”

저는 순간 대답이 늦었습니다.

“네. 그쪽으로 갑니다.”

그녀가 우산을 들어 보였습니다.

“저도 그쪽이에요. 같이 가도 될까요?”

그 짧은 말에 마음이 이상하게 조용해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들떴을 겁니다.
드디어 기회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오히려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이 사람이 나를 불편하게 느끼지 않으니까 이런 말을 하는구나.
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우리는 회사 로비를 나와 나란히 걸었습니다.

거리는 짧았습니다.
말도 많지 않았습니다.

비가 많이 오네요.
오늘 길 막히겠네요.
주말에도 비 온다던데요.

그런 평범한 말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길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우산이 서로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가로등 불빛에 젖은 보도블록.
그녀가 웃을 때 살짝 젖은 머리카락.

그날 저는 알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다가간다는 건, 결국 상대가 먼저 옆자리를 허락할 수 있을 만큼 천천히 기다리는 일이었습니다.

비 오는 저녁 회사 앞에서 직장 여성과 남성 동료가 각자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걷는 장면
비 오는 퇴근길, 아직 가까워지지 않은 남녀 직장 동료가 각자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입니다.

좋아하는 직장 동료에게 다가가는 법은 마음보다 속도를 조절하는 일입니다

좋아하는 직장 동료에게 마음이 생기면 누구나 급해집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고,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고,
혹시 다른 사람이 먼저 다가갈까 봐 불안해집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빨리 다가가는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닙니다.

오래 편안하게 남는 사람이 더 멀리 갑니다.

평소와 다른 옷차림 하나에 마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본 낯선 모습 때문에 밤새 그 사람이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뒤풀이 자리에서 일부러 가까운 자리에 앉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마음은 이상한 게 아닙니다.

다만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갑자기 사적인 질문을 쏟아내지 않는 것.
외모 칭찬도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만 하는 것.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억지로 만들지 않는 것.
상대가 편해지는 속도에 맞춰 천천히 가까워지는 것.

그게 제가 배운 방법이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뜨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다가감은 따뜻해야 합니다.

뜨거운 마음은 때로 상대를 놀라게 하지만,
따뜻한 태도는 상대를 안심시킵니다.

혹시 지금 회사에서 자꾸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나요?

어느 날 갑자기 그 사람이 다르게 보였나요?
평소와 다른 옷차림, 낯선 웃음, 회사 밖에서 본 분위기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나요?
퇴근 후에도 그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스스로도 당황했나요?

그렇다면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다정하게 인사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다음에는 단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가도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 상대가 편안하게 옆자리를 허락할 때까지 기다려도 됩니다.

어떤 로맨스는 고백으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어떤 로맨스는
평소 입지 않던 치마를 입고 출근한 어느 금요일 아침에 시작되고,
결혼식장 로비에서 다시 선명해지고,
비 오는 퇴근길 짧은 동행 속에서 조용히 자라납니다.

중요한 건 마음을 숨기는 게 아닙니다.

마음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너무 빨리 마음을 증명하려고 하지 마세요.

오래 보고 싶은 사람일수록
천천히 다가가야 합니다.

그 사람의 하루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것.
내 마음보다 상대의 속도를 먼저 보는 것.
그리고 상대가 편안하게 옆자리를 허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어쩌면 직장 안에서 시작되는 로맨스는
고백보다 그 기다림에서 먼저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그날 비 오는 퇴근길,
우리는 같은 우산을 쓰지 않았습니다.

각자 우산을 쓰고,
조금 떨어져,
같은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는 그 거리가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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