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생과 제자 커플이 결혼한대.”
결혼식장 입구에서 들려온 이 한마디는 순간 주변 공기를 바꿔 놓았습니다. 식장에 들어선 사람마다 이 소리를 듣고 놀라움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축의금을 내던 손길도 멈추고, 하객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립니다. 여선생 제자 결혼이란 말 자체가 솔깃한 이야기라 그렇습니다.
“여자 선생님과 남자 제자와의 결혼이래요.”
“여자 선생님과 남자 제자의 결혼이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날텐데요.”
“선생님과 제자의 결혼이면 러브 스토리가 궁금해지는데….”
“선생님과 제자의 결혼 도대체 어떤 사연인지 정말 궁금해요.”
“그러게요. 사랑엔 정말 장애나 장벽이 없나봐요.“
“나이 차이는 얼마나 난대?”
“정말 사랑해서 결혼한 걸까?”
사제 결혼식이란 말에 귀가 쫑긋
그날 결혼식장은 축하보다 궁금증과 놀라움이 먼저 흐르고 있었습니다. 인구가 나날이 줄고 있다는 요즘 그래도 결혼식장은 축하객으로 북적입니다. 한 달에 몇 건 씩 청첩장이 날아듭니다. 주말과 휴일이면 이곳 저곳 결혼식장을 들락거립니다. 지난주 주말엔 지인의 자제분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교회서 열리는 결혼식이라 분위기가 일반 결혼식장과 다릅니다.
그런데 축의금 봉투를 축의금 접수 하는 곳에 내려고 하는데 이곳 저곳에서 웅성거립니다. 시끄러운 소리가 어지간해서는 귀에 안 꽂히는데 ‘선생님과 제자’의 결혼식이란 말에 귀가 솔깃해집니다. 그것도 여자 선생님과 남자 제자의 결혼식이라니 그 궁금증이 절로 생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선생님과 제자의 사제 결혼 ‘떠들썩’
“여자 선생님과 남자 제자의 사제 결혼식이래요.”
“이들 신혼부부 나이 차이가 얼마나 될까?”
“결혼에 어떻게 골인했을까요?”
사랑에는 흔히 국경이 없다고 합니다. 세대 차이도 없다고 합니다. 국경을 초월하고 세대와 인종을 넘나드는 숭고한 정신 그 자체가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사랑이란 단어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사랑엔 인종, 나이, 국경이 없다고 하더라도 ‘선생님과 제자’의 결혼은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사랑은 나이가 비슷하고 약간 차이가 나면서 비슷한 환경의 한 남자와 한 여자 간에 이뤄지는 것이 보통의 경우입니다. 하물며 선생님과 제자의 사제 결혼이라니. 그 자체가 하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 했습니다.
12살 차이, 그리고 ‘사제’라는 벽
신부는 39세, 신랑은 27세. 무려 12살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연인이 아니었습니다. 선생님과 제자.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습니다.
지인의 자제분 결혼식에서 하객들이 웅성웅성 말들이 많았던 것은 선생님과 제자의 사제커플의 결혼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선생님과 제자가 결혼한다고 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쇼킹한 뉴스입니다. 최근엔 여러 드라마를 통해 선생님과 제자의 결혼이 그렇게 낯선 게 아니라고 하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대개 남자 선생님과 여자 제자의 결혼입니다.
그런데, 여자 선생님과 남자 제자의 사제 결혼식이니 하객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할만합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했던 것은 아마도 여자 선생님과 남자 제자의 사제 결혼식이 드물거니와 이런 사제 커플이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제결혼 나이차이에 화들짝?
“요즘 연하 연하를 찾는 시대라지만 이건 좀 심한 것 같아요.”
“사랑에 나이 차이가 대수겠어요?”
결혼식장을 찾았다가 여러가지 놀라게 됩니다. 선생님과 제자의 흔하지 않은 결혼식에 솔깃했다가 여자 선생님과 남자 제자의 사제결혼식에 놀라게 됩니다. 그런데 또 놀라운 게 있었습니다. 신부의 나이가 39세요, 신랑의 나이가 27살입니다. 12살이면 띠동갑입니다. 요즘 연상녀 연하남 시대라고 합니다. 각종 드라마 단골 소재가 연하남입니다. 그런데 대개 몇 살 연하 정도입니다. 그런데 12살 연하라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오줌싸개 막내 동생 뻘 되는 신랑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는 흔히 구전되기도 합니다. 드라마 소재나 사극에도 간혹 등장하곤 합니다. 그런데 조선 시대도 아닌데 12살 나이 차이라면 그야말로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애 스토리 시작은 중학교 교실에서
12살 연상의 여자 선생님과 12살 연하 남자 제자의 사제결혼식장은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여기저기서 소곤거립니다. 이들 커플의 러브 스토리가 궁금하다는 뜻입니다. 알고보니 이들 커플의 만남에서 결혼까지 스토리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습니다.
여자 선생님과 남자 제자의 첫 만남은 여자 선생님이 중학교 국어교사로 발령을 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사랑의 싹은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남자 제자가 먼저 틔운 것 같습니다. 한참 사춘기 시절인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었던 신랑은 갗 선생님으로 부임한 예쁘장한 여자 선생님에게 연정을 품는 건 어쩌면 당연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춘기 시절의 연정과 짝사랑은 감기처럼 이내 스러져 가거나 세월이 지나면서 무뎌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들 커플의 인연은 점점 그 간극을 좁히는 계기들이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글’이 이어준 두 사람의 인연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였습니다. 문예반 활동을 통해 함께 시를 쓰고, 서로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이 관계를 이어준 것은 놀랍게도 손편지였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도 두 사람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마음을 전했습니다. 군대에서도, 사회에서도 편지는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랑이 시작된 여자 선생님과 남자 제자가 다니던 당시의 그 중학교에는 아이들의 적성을 발굴하고 소질을 길러주기 위해 특할활동을 장려했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문과 체질이었던 남자 제자는 시를 쓰는데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누가 먼저라고 할것 없이 문예반에 들게 되었고, 여자 선생님은 과목이 국어교사라 자연스레 문예반을 지도하게 된 것입니다. 이들은 글이 맺어준 인연으로 끈끈한 정을 이어가게 된 것입니다.
마음씨 착은 여자 선생님, 온화한 성품의 남자 제자
여자 선생님은 천성이 참으로 착한 것 같았습니다. 나름 종교인으로서 그 행실이 올곧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틈나는 대로 수화를 배우고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하는 등 사회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헌신하는 그런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봉사 활동엔 언제부터인가 남자 제자도 동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자 선생님은 종교인에다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가 남달랐다고 합니다. 남자 제자는 온화하고 순박한 성격에 여자 선생님도 남달리 아끼는 애제자로 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편지가 끊어진 시대에 숱하게 주고받은 편지
이들 커플의 끈끈한 정은 남자 제자가 이후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 나아가 군대시절까지 끈끈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손편지가 인연의 끈을 계속해서 이어주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서로 시를 좋아하는 심성인지라 글재주 역시 남달랐고, 이는 자연스레 편지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요즘같은 모바일시대에 옛정취가 남아있는 손편지로 정을 이어갔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특히 군 복무 시절엔 남자 제자는 하루가 멀다하고 편지를 보냈고 여자 선생님은 망설임 끝에 드문드문 답장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선생님은 어느날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정성스럽게 편지를 보냈는데 이게 정을 더 키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회인이 된 여자 선생님과 남자 제자 연인으로
숱하게 손편지를 통해 마음을 주고 받았던 여자 선생님과 남자 제자는 서로가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만은 간직했지만 직접 만나선 선생님과 제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용기를 못냈던 것입니다.
이들 여자선생님과 남자 제자의 마음을 확인케해준 것은 역시 손편지였다고 합니다. 손편지로 직접 서로의 마음을 고백한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편지로 어느새 연인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선생님과 제자의 선을 넘기까지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쉽게 선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건 안 되는 관계 아닐까…”
그 고민은 누구보다 깊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된 순간, 관계는 ‘사제’에서 ‘연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제가 부부가 되기까지 숱하게 넘은 장벽들
교회서 치러지는 결혼식은 일반 예식장과 남다릅니다. 목사님이 사회이자 주례를 봅니다. 신랑과 신부에게 소감을 한마디씩 하게 합니다. 소감을 말하려니 신부는 하염없는 눈물을 흘립니다. 신랑도 눈물바다에 동참합니다. 말 안해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것 같았습니다. 여자 선생님과 남자 제자가 사제의 인연으로 만나 결혼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장벽을 넘었을 지 안봐도 알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많은 시련과 편견, 반대와 숱한 좌절을 겪었을지 눈에 선합니다. 사제 커플이라는 색안경을 극복해야 했을테고 12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해야 했을 것입니다. 양가와 주변 친지, 동료, 친척, 친구들은 또 얼마나 많이 반대를 했을지 짐작을 하고도 남습니다.
결혼식장에서 터진 눈물의 의미
결혼식이 시작되고, 신랑과 신부가 입맞춤을 하려는 순간 신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신랑 역시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립니다. 그 눈물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긴 시간의 기다림과 수많은 오해와 색안경을 낀 주변의 시선, 포기하지 않았던 사랑. 그 모든 시간이 담긴 눈물이었습니다.
사랑은 결국 ‘이해’와 ‘시간’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단순한 결혼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랑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사람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는지, 진심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등등의 그 모든 것을 보여준 생생한 사랑의 감동 이야기입니다.
사랑은 처음엔 이해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짜인지 아닌지가 분명해집니다. 그리고 진짜 사랑은 결국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입니다. 그날 결혼식장이 눈물바다가 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두 사람이 끝까지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편견과 난관을 극복한 사제 부부 힘찬 출발에 박수를!
결혼식 마지막인 신랑신부 행진이 시작됩니다. 결혼식에 참여한 하객들이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여선생님과 남자제자로 만난 신랑신부는 팔장을 낀채 힘차게 걸아갑니다. 세상에 어떤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겠다는 결의가 선연합니다.
하객들은 식장 앞에서 웅성웅성 하던 분위기는 오간데 없고 이들 커플을 향한 힘찬 격려와 박수를 보냅니다. 결혼식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진심어린 박수로 이들 부부의 첫 출발을 응원해 줍니다. 이내 결혼식장인 교회는 훈훈한 온기가 감돕니다. 아무리 삭막한 세상이라지만 이런 따뜻한 사랑이 있다면 정말 살만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