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인터넷 독후감대회는 어른대회?…인터넷 독후감대회 씁쓸
"독후감 대회가 이상해요. 이건 아이들 실력이 아니예요."
"그러게. 이 정도 쓸 정도라면 보통이 아닌데. 어른이 손을 봐줬구나."
"그러는게 어딨어요. 어른들은 왜 반칙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러게나 말이다. 어른들 참 나쁘네."
"아이, 정말 어른들 정말 미워요."
우리집 아이 세미예가 인터넷으로 독후감 대회에서 보기좋게 고배를 마셨습니다. 평소 엄청난 독서량과 글짓기 실력에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아이였기에 은근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쓰라린 패배를 맛본 것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인터넷으로 공모하는 독후감 대회는 그야말로 아이들 실력이 아닌 어른실력 그 자체였습니다.
인터넷 응모 독후감대회가 이상합니다.
순진했던 독후감대회 응모
"독후감대회서 입상하면 상금으로 반은 굿네이버스 아프리카 어린이돕기 기부하고 그 반은 저축할 거예요."
"상금이 얼마 안되는데 그것으로 되겠어요."
"티끌모아 태산이죠. 자꾸 모으면 큰 돈이 될 거예요.
아이 세미예가 독후감대회에 들떠 있습니다. 열흘전부터 책을 읽고 또 읽고 글을 쓰고 또 씁니다. 여간 정성을 들인게 아닙니다. 대회를 준비하는 그 정성이 갸륵합니다. 또한 혹시 입상하면 그 상금을 아름답게 사용할 계획까지 세워둡니다.
인터넷 음오 독후감대회는 자필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개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넷 응모부터 이상했던 독후감대회
"아이가 평소 글짓기를 잘하니 응모자가 적다고 하니 한번 도전해 보세요."
"입상 못하면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요?"
"응모자가 거의 없어요. 마감이 임박했는데도 다운로드 건수도 적어 응모자가 거의 없다니까요."
"책도 사야하고 아이가 글을 마음에 안들어하면 어떡하죠?"
"아무 걱정 마시고 도전해 보세요."
독후감 대회와 관계가 있는 한 인사가 독후감 대회 응모에 응하라고 자꾸 권유합니다. 아이 세미예가 독서에 관심이 많고 각종 대회에서 다양한 수상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응모해 보라고 합니다. 응모자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애원에 가깝게 응모할 것을 종용하다시피 합니다. 걱정 말라는 이야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해서 인터넷 독후감 대회에 응모했습니다.
그런데 독후감 요강을 살펴봤더니 이상합니다. '아래아 한글 A4 용지에 10포인트로 최소 1장 이상 워드로 쳐서 보내야 합니다.' 누가봐도 아이들이 워드를 쳐서 보내기엔 힘이 듭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엄마나 아빠의 힘이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회 응모부터 찜찜함을 감출길 없었습니다.
인터넷 응모 독후감대회는 어른들 대회?
"입상작 명단에 들어 있나요?"
"아니요. 심사위원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어요."
"무슨 소리예요. 사실상 1차에도 들지 못했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잘 적었길래요."
"문장도 완벽하고 맞춤법부터 논리까지 완벽해요."
아이 세미예는 집안에 TV가 없는 관계로 매일 독서에 파묻혀 지냅니다. 태어나기전부터 TV가 없었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책을 알고 책속에 살았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읽은 책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입니다. 한달에도 수십만원씩 책을 사줄 정도로 독서에 조애도 깊습니다. 글쓰기도 좋아합니다. 블로그도 잘 운영할 정도로 글쓰기라면 좋아하고 탁월합니다. 학내외 각종 글짓기 대회, 독후감 대회에 빠지지 않고 수상한 경력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인터넷 응모 독후감대회서 보기좋게 '물'먹은 것입니다. 사실상 처음으로 뼈아픈 실패를 맛본 것입니다. 그것도 예심도 통과못할 정도로 형편이 없었다는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어른들의 빗나간 사랑(?)이 인터넷독후감대회를 망칩니다.
나쁜 어른들 사회에 실망한 동심
"독후감대회 수상자 명단에 정말 없어요. 가작도 없어요? "
아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신 물어봅니다. 몇일을 두고두고 읽고 또 읽고 쓰고 고치고 반복한 글은 세미예가 살짝 동냥으로 읽어봐도 훌륭했습니다. 어른들의 힘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순수 아이의 작품입니다. 뼈대도 훌륭하고 표현력과 상상력 또한 출중합니다. 그런데, 수상자 명단에는 아예 없습니다.
아이가 몇일동안 잘 못치는 외다리 타법 타자로 한자 한자 적고 고치고 또 고쳐서 응모한 것입니다. 부모의 도움은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다른 애들은 부모들이 고쳐줘서 네가 탈락한 거야? 네가 정말 훌륭하고 어른들 솜씨가 아닌 순수한 네 글이니 네가 진짜 대상이야."
아이에게 위로를 해줬지만 믿기지 않는다는듯 거듭 물어봅니다. 어쩔 수 없이 달래봅니다. 아닌게 아니라 수상작들은 동화작가가 쓴 것 같습니다. 도저히 아이들 작품이 아닙니다. 누가 뭐래도 어른들 작품임이 느껴집니다.
반칙으로 아이들 스펙 만들어주는 어른들 그릇된 심리 씁쓸?
"이 글이 엄마아빠는 진짜 아이들이 지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쓴 작가보다 더 잘지었는데 이건 아니죠."
"아이들 대회는 작품도 아이다와야 하는데…."
아이가 가작을 한편 골라 읽어보더니 이내 탄식을 합니다. 이건 도저히 아이들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어른들 작품임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회 주최측은 보내온 글을 대상으로 입상작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입상작들을 보니 '반칙(?)'으로 아이들에게 스펙을 만들어 주려는 어른들의 빗나간 사랑에 씁쓸해집니다. 아이들대회마저 '치맛바람'이 작용한 것입니다.
인터넷 독후감대회 과연 바람직한 대회일까요.
인터넷 독후감 대회는 믿을게 못된다?
"인터넷으로 실시하는 독후감은 직접 수기로 쓴게 아니고 워드를 쳐서 보내라고 했으니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죠?"
"그러게 말야. 글자를 적고 스캔을 뜨거나 아니면 독후감 쓴 것을 사진으로 보내라고 했으면 될텐데."
인터넷으로 실시하는 독후감 대회는 워드를 치게 합니다. 워드를 치는 순간 아이의 작품이 아닙니다.아이들이 워드를 치기에 익숙지 않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과연 얼마나 워드를 잘 치겠습니까. 이런 까닭으로 인터넷 독후감대회는 시작부터 어른들 작품이 되고 맙니다. 실제로 1학년이 입상한 작품을 보면 동화작가가 쓴 글 같습니다. 그만큼 완벽하고 탄탄합니다. 도저히 아이들 글이라고 믿을수가 없습니다.
아빠의 상금으로 조촐한 자축?
아이 세미예가 무척이나 실망한 표정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몇일동안 읽고 쓰고 고치고 잘 안되는 타자실력으로 한자 한자 적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하겠습니다.
보다못한 아빠 세미예가 약간의 상금을 봉투에 넣어 온가족이 보는 앞에서 아이에게 건네줍니다. 나머지 가족들은 박수를 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독후감 대회가 막을 내리고 수상자들은 가려졌지만 씁쓸함을 지울길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아이들 작품에 손을 안봐준 어른이 바보'라고 수상자들이 말하는 것 같습니다. 과연 바람직한 독후감 대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