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칼럼

서울역과 부산역의 묘한 대비?…KTX가 던져준 상상의 자맥질

세미예 2011. 1. 29. 19:12

서울과 부산은 분명히 먼 거리입니다. 예전엔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려면 수십여일 걸리던 것이 오늘날, 특히 요즘엔 반나절 거리로 좁혀졌습니다. 


오래간만에 KTX를 탔습니다. 부산~대구의 2단계 공사가 끝나고 새로운 노선으로 처음으로 달려봤습니다. KTX로 오가니 여러가지 풍광이 절로 눈에 들어옵니다. 기차가 서울과 부산 각기 다른 곳을 하나의 지역으로 연결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겨울의 역대합실은 다른 계절에 비해 무겁고 텁텁해 보입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두텁고 마음들도 무겁게 느껴집니다. 휴가를 받아 떠난다는 즐거움도 없어 보이고 일상에서 벗어나 쉼을 찾아 떠난다는 그런 느낌도 없어 보입니다.

부산과 서울역을 동시에 돌아봤습니다. 하나의 기차로 연결된 곳이지만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온 부산역과 서울역의 모습을 다시금 살펴봤습니다. 


부산역이 좋아? 바다를 바로 볼 수 있는 부산역
부산역은 KTX 시발지입니다. 2단계 개통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리뉴얼했습니다. KTX 승차하기 위해 대기하는 공간이 넓어졌습니다. 또다른 장점이라면 대기하면서 곧장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KTX를 타기 위해 기다리기가 무료하다면 대합실 바로 뒤켵에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부산항은 최근 북항 재개발로 인해 다소 어수선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우리날 주요 물동량을 처리하는 곳입니다. 부산의 큰 섬인 영도지역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부산역에서만 볼수 있는 바다입니다. 부산을 구경하고 KTX에 몸을 싣기전 다시한번 더 바다를 보라는 것 같습니다.


부산역은 어떤 곳? KTX 시발지 부산역
KTX는 부산역이 출발지입니다. 이곳에서 출발해서 서울까지 차례로 올라가는 곳입니다. 출발부터 시간계산과 속도 측정을 해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지도를 스마트폰으로 살짝 떠올려 보면 정차하는 곳마다 새롭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찰나 노숙자 한분이 슬쩍 자리에 앉습니다. 몇몇 분들이 눈에 띕니다. 텔레비전을 보려고 합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래야 YTN 뉴스 이거나 공중파 방송을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재전송한 것입니다.




부산역 다시보니,  KTX 거리는 늘고 시간은 비슷하고 요금은 비싸지고?
2단계 새로운 노선이 개통됨에 따라 KTX가 빨라졌습니다. 시속 300km를 곧잘 넘깁니다. 그래도 아직도 속력은 300km를 잘 넘기지 않습니다. 이렇게 빨라진 이유는 경부선 KTX가 거리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울산지역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거리가 훨씬 늘어남에 따라 시간에 맞추려 속도를 높입니다. 그래도 부산에서 서울까지는 2시간 30분대를 넘겨 도착합니다.


부산역과 달리 서울역 대합실 풍경은 만물상? 
하행선 기다리리가 무료해 잠시 짬을 내어 서울역을 돌아봅니다. 곳곳에 노숙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화투놀이를 하는 광경도 눈에 띄고 담배 몇 가치를 두고 열 명 남짓한 노숙자들이 둥글게 모여 놀음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서는 막노동꾼이 곡괭이로 땅을 파며 도로를 고치고 있습니다. 노숙자와 막노동꾼 사이로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 모여든 여행객들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서울역과 부산역, 노숙자와 막노동꾼과 여행객들의 묘한 대비는?
서울역에 와보니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화투 놀음을 하는 노숙자들이 원하는 건 하루 일용할 양식과 담배 몇 가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땅을 파는 막노동꾼은 그런 노숙자들을 보며 자신은 노숙자와는 달리 일할 거리가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노숙자들과 막노동꾼에 별다른 관심과 시선을 두지 않는 여행객으로서는 자신들과 노숙자나 막노동꾼을 선을 그어 편가르기를 하지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범한 하나의 풍경에서 묘한 생각을 하게 된것은 '왜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사람들은 서로 각기 다른 상황에서 각기 다른 꿈을 꿔야만 하는 가'였습니다. 사람들이 물론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꿈을 꿀 수는 없지만 '왜 우리는 서로의 꿈을 공유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역과 부산역, 잔설이 남은 서울시내의 표정은?
서울시내 곳곳엔 아직도 잔설이 남아았습니다. 덕수궁 일대도 여전히 눈속에 파묻힌 것 같았습니다. 특히 응달진 곳에서는 눈이 흙과 오염된 공기와 뒤범벅이 되어 추한 모습을 하고 뒤켠에 쌓여 있습니다. 


서울역과 부산역, 하얀 백설기같은 모습은 어디로 가고?
눈이 펑펑 하늘에서 내려 쌓일땐 하얀 설국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이들 눈이 금방 내려 녹아버리면 물이 되어 증발돼 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미처 물이 되지 못한 슬픈 잔설들은 추악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흙과 나쁜 공기에 찌들리고 사람들이 밟고 또 밟아서 내릴때의 예쁜 백설기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추한 모습뿐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이런게 아닐까 싶어집니다. 양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물이란 새로운 존재가 되어 또다른 곳에서 멋지게 생활하고 있지만 음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구석 한켠에 쌓여 외면받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역과 부산역,  다시 적막강산을 뚫고 부산역의 모습으로
어둠을 달려 부산역으로 내립니다. 싸늘한 바닷바람이 귓전을 때립니다. 부산역에 돌아왔음을 반기는 것은 의미없는 분수대 불빛입니다. 물이 없이 조명만 들어오는 부산역 분수대가 반깁니다. 때가 아직 이른 모양입니다. 분수대가 제 모습을 갖출 그런 날이 갑자기 기다려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