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첫사랑 지독한 사랑? 첫사랑 지극한 사랑?…과연 첫사랑이 진짜 사랑일까?

세미예 2009. 7. 6. 06:29

“그 친구 요즘 참 심난하다더군.”

“무슨 말이예요.”

“왜 있잖아, 그 제자가 첫 사랑 닮았다는 그 순애보 교수 있잖아.”

"그런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신나지 않을까요."

"그런 것 같아. 정말 신나는 일일 것이야."

"매일매일이 새로운 나날일 것이예요."



남편과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남편은 몇 해전부터 한 친구의 이야기를 심심하면 툭 던지곤 합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길래 남편의 친구분이 그토록 괴로워 하는 것일까요. 오래간만에 세미예 블로그의 아내인 필자가 글 올립니다.


그동안 악플 때문에 잠수탔습니다. 몇 달전 악플에 상처받고 잠수했었습니다. 이 블로그를 남편 혼자서 꿋꿋이 운영해왔습니다. 이젠 악플 안 올리실꺼죠. 또 악플 올리면 잠수하렵니다.



첫 사랑 닮은 제자 때문에

남편의 친구는 모 대학교의 교수랍니다. 이 분은 참 지적이며 냉정하리만큼 이지적입니다. 그런데 이 딱딱한 목석같은 분에게 감정의 파도를 일렁이게 만든 사건(?)이 있었습니다.


4년전 대학 신입생을 받았는데 그 중의 한 여대생이 남편 친구의 첫사랑과 너무나 닮았다고 합니다. 남편은 그 여대생이 남편친구의 첫사랑과 이미지가 닮았다고 하고 남편친구분은 온통 닮았다고 했습니다.


그 여대생이 제자로 입학한 후 남편친구는 이상한 행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첫 사랑 닮은 제자에게 속마음과 달리 매몰찬 언행

남편친구분은 제자에게 가혹하리만큼 냉정하게 대했다고 합니다. 혹시나 이성을 잃고 감성에 빠지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제자들은 잘 대해주면서 유별나게 그 제자한테는 사석에서 더 매몰차게 대했다고 합니다.


그 제자는 공부도 열심히 잘해서 성적이 좋았다고 합니다. 엄격하게 대했기 때문에 오히려 성적이 더 좋아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속마음과 달리 냉정했을때마다 괴로워

남편친구분은 그렇게 냉정하게 제자를 대하고 나면 가슴이 아파 스스로 홀로 울기도 하고, 홀로 술을 마시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괴로우면 어떤 때는 밤에 우리집에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혹은 남편을 불러내 말벗을 삼곤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남편은 ‘그 제자한테는 상냥하게 대하고 대신에 스스로에겐 가혹하리만큼 냉정해야 한다’라고 충고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냉정함을 잃지 않고 4년을 잘 견뎌냈습니다. 


졸업앨범 찍는 제자를 보니

한동안 아무일 없이 잘 지내던 남편 친구분의 괴로움이 시작된 것은 그 제자가 어느덧 세월이 흘러 4학년 졸업앨범을 찍은 5월 이후부터 입니다. 대학 4학년이다 보니 메이크업에 멋을 부릴만큼 부린 졸업앨범용 모습을 먼 발치서 지켜보니 유달리 첫 사랑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참 예뻤다고 합니다. 그후 그 모습을 속으로 간직하고 홀로 가슴앓이를 다시 시작한 것이지요. 그래도 참 대견(?)한 것은 홀로 가슴앓이를 할뿐 냉정하고 엄격하게 자신을 지켜 나가는 모습입니다.


제자가 졸업후 학교를 떠난다면

최근 대학 캠퍼스는 방학입니다. 최근 남편은 친구분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남편은 친구분을 만난 후 또다른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그 친구분이 한 학기가 지나면 졸업한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가슴앓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먼 발치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해하던 남편친구분이었는데, 가슴앓이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했었는데 졸업이란 물리적 한계가 닥치게 될 상황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남편의 처방법

남편은 친구한테 몇 가지를 일깨워주려고 했다고 합니다. 첫째는 제자와 첫 사랑은 전혀 닮지 않았다, 둘째 제자와 그 첫 사랑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 첫 사랑은 이미 결혼해서 아이 낳고 아줌마로 잘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남편은 최근 그 친구분을 위해 참 좋은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합니다. 4학년이므로 2학기부터는 사실상 학교를 떠나게 되기 때문에 그 가슴앓이는 이젠 조용히 막을 내리고 이성적으로 살아갈 친구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4년동안 친구를 위해 들어준 그 나날들이 이젠 끝날 것이라고 합니다. 남편은 그 친구분을 만나고 돌아올때마다 필자에게 그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친구의 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고 충고만 해주는 남편의 모습도 여간 고역이 아니었으리라 짐작을 해봅니다.


필자에게도 남편은 번번이 어려움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말하자면 부부가 함께 친구분을 도운셈이죠.




사랑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해

세상엔, 참 알 수 없는 사랑이 있습니다. 그 사랑이 착각이나 환상일 수도 있습니다. 착각이거나 환상이라면 하루속히 깨어나는 게 좋습니다. 무려 4년동안 환상속에 살아온 남편 친구분을 보면서 사랑은 정말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떠오르 게 합니다.


어떠세요. 정말 우리는 착각이거나 환상속에 살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 환상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슴앓이를 해야하는 순애보같은 것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