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칼럼

조금만 더 관심을…장애인에겐 아직도 힘든 지하철

세미예 2009. 4. 8. 07:57

대중교통수단은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이 잘 갖춰져 있을까요. 보통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은 장애인을 위한 배려에 관해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이나 줄 수 있을까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을 타고 장애인들의 시설 안전을 점검해 봤습니다. 부산의 지하철과 대중교통 시설에 관한 글을 한꺼번에 다 싣지 못해 나눠 싣습니다. 장애인 시설을 점검해 봄으로써 우리사회의 잘못된 것들을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이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한 시각장애인이 계단을 힘들게 내려가고 있다.


되돌아 본 장애인 이동권 
지하철의 장애인 시설 안전을 점검하게 된 계기는 부산지하철노조와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가 장애인 이동의 편의성 여부와 지하철 역무원의 노동환경을 함께 살펴보기 위해 '장애인 이동권 체험 행사' 때문입니다. 

장애인과 노조 관계자 등이 한 조를 이뤄 총 4개 조가 각자 코스를 정해 지하철의 '장애인 프렌들리' 여부를 체크했습니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노조 도우미들이 일일이 점검하고 기록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행사가 끝난 뒤 종합평가회를 가졌습니다.

 

지하철 화장실 입구. 점자보도록이 연결돼 있지 않다.


장애인에겐 아직 힘든 지하철 

주말인 4일 오전 11시30분께 부산 동구 좌천동역. 한 시각 장애인이 난처한 표정으로 화장실 앞에 멈춰섰습니다. 점자블록이 줄곤 연결되다가 화장실을 채 못가서 툭 끊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익숙한 터라 이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지만 이곳이 처음인 시각장애인에겐 몹시 불편한 시설이었습니다. 블록 몇 개만 더 설치하면 될 것을 2% 아쉬운 대목입니다. 

출발은 좋았습니다. 이 시각장애인은 지하철을 자주 이용해 코스를 척척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난관이 닥쳤습니다. 화장실에 가려고 하니 그렇지만 점자블록이 없는 곳에서는 역시 힘들게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두 번째 난관도 이내 닥쳤습니다. 


점자블록이 깔린곳이 적어 전동차를 타려면 점자블록이 깔린 전동차만 타야한다.


점자블록 계단과 연결돼 한 전동차만 이용하라?
점자블록이 계단과 곧장 연결돼 여러 개의 전동차 중 한 전동차만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또 점자블록을 이용해서 탔지만 그대로 내리면 점자블록이 없는 곳에 내리게 됩니다. 전동차에 오른 이 분은 장애인석으로 가기 위해 좁은 일반석 한가운데를 지나가야 합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장애인석을 찾아가려면 지하철 전동차 속에서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닙니다.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 틈도 위험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틈도 장애인들에게는 위험요소였습니다. 지하철역 중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틈이 넓은 경우 발을 내디딜 때 위험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목적지인 부산대역에 도착한 일행은 전동차를 내렸습니다. 좌천동역에서 점자블록이 있던 곳에서 탔더니 내리는 곳이 일치하지 않아 지하철노조 도우미들의 도움으로 점자블록이 있는 곳으로 내렸습니다. 

승강장에서 다시 대합실로 내려가기(부산대학역은 지상구간) 위해 점자블록을 밟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부산대학역은 색깔이 노란이 바래져 있습니다. 색깔이 바래지면 시각장애인들은 몹시 혼란을 느낀다고 합니다.


목적지에 내려도 점자블록이 없어 시각장애인에겐 몹시 불편하다.


내리는 곳에 점자블록이 설치됐지만 색깔이 바래져 위험하다.


개찰구에도 점자블록이 없는 곳이 많아 시각장애인들은 몹시 불편하다.


시각장애인 홀로 지하철 이용할 수 있을까 
부산 지하철의 경우 시각장애인이 홀로 다닐 수 있을만큼 전반적인 시설은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점자블록이 놓여있고 점자가 기록돼 있습니다. 전동차내 안내방송도 적당한 소리로 방송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은 남아 있습니다. 이날 점검에 참여한 분의 도움으로 직접 계단을 지팡이에만 의지한채 걸어가는 아슬아슬한 모습을 지켜 봐야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계단의 경사며 기울기가 시각장애인들에겐 여전히 불편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계단 양켠에 설치된 봉을 잡고 다녀야 했습니다. 



장애인 시설 어떤 문제점이 발견됐나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시각장애이 속한 조는 지하철 좌천동역에서 부산대역까지 이동하는 동안 ▷점자블록의 위치와 색 ▷점자의 잘못 표기 ▷보도블록의 폭과 높이 등의 문제점을 확인됐습니다. 이 시각장애인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곳곳에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부산지하철노조 김태용 지회장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점검해 보고, 이들을 보살필 역무원들의 고충 등을 이해하고자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