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직장에 남은 자의 슬픔…직장을 떠나는 사람도 남은 사람도 서글픈 현실

세미예 2008. 12. 26. 08:27

사람은 한번 만나면 헤어져야 하나요? 글을 쓰는 이 시간 겨울바람이 휑하니 불어댑니다. 이밤 노숙자들은 오들오들 떨면서 개구리잠을 청하겠지요. 사람은 똑 같이 태어나서 똑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살아가는 방식이 천차만별입니다.




남과북이 대치한 곳에서 근무를 서는 초병들은 언발을 구르며 근무를 서겠지요.그들이 선 자리만큼 추운 곳이 있습니다. 우리 생활 주변 곳곳이죠. 필자가 있는 곳도 예외가 아닙니다. 실물경제 한파의 여파가 밀물처럼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여러가지 여파로 새로운 부서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조금전까지 함께 근무했던 회사 선후배가 떠났습니다. 또 떠남을 준비하는 선후배들도 있습니다. 가슴아픈 사연들을 포스팅합니다.


 

떠나는 자도 남은 자도 모두가 서글픈 현실

10년전 IMF라는 혹독한 파고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실업자 대열에 처음으로 합류했었습니다. 어느날 자고 일어나보니 출근할 회사가 없더군요. 몇일 동안은 충격과 앞날에 대한 막막함으로 집안에 틀어박혀 폐인처럼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가 없었습니다.


애처롭게 지켜보는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무작정 집을 나섰었습니다. 그런데 갈 곳이 없더군요. 한동안 걷기도 하고 이곳 저곳 산도 다니고 방황에 방황을 거듭했습니다. 방황이 주는 색다른 교훈은 무엇이든 해야 겠다는 것과 무엇을 배워야 겠다는 일념이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와 친해졌고 다시 IMF 파고를 넘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그로부터 만 10년이 지난 오늘, 주변을 돌아보니 이 사람 저 사람이 자의반 타의반 직장을 떠나고 또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을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즐거운 성탄절날 사회에서 만난 한 분이 직장을 그만둔다는 소식을 또 접하게 되었습니다. 얼마전엔 고교 선배가 직장에서 구조조정 대상자로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후배의 떠남, 왜 이리 가슴이 끊어지듯 아플까

12월말이면 또 주변의 몇 사람이 직장을 떠납니다. 그 중엔 열심히 일하던 후배도 끼어 있습니다. 후배가 나간다니, 후배가 나가야 하다니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선배는 남고, 후배는 떠나는 이상한 현실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더 필자를 화나게 만드는 것은 필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아파해주고 가슴으로 이별 연습을 해주는 것 외엔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 밖엔 없다는 것입니다.


후배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던 찰라, 사회생활 중 만난 기관의 한 분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는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31일이면 또 이들을 보내야 합니다. 문제는 현재의 가슴아픈 이별이 끝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경제한파가 지금 끝이 아니라 어쩌면 이제 시작인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내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이별 연습을 해야만 이 아픈 역사를 마감할 수 있을까요.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고, 추위가 매서우면 봄이 머지않았다?

새로운 부서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새 부서로 발령받은 것은 겉으론 한 부서에 오래 몸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업무의 매너리즘과 아이디어 한계가 작용했습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실물경제의 한파의 영향이라 할 것입니다. 부서를 옮겨도, 부서를 바꿔도 유쾌하지 않습니다. 남의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몇일만 일하다 원래 부서로 돌아갈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12월이 지나면 또 선후배를 보내고 주변의 친근한 지인이 그분의 직장에서 해방(?-차라리 해방이란 표현으로 위로)되어 나옵니다. 주변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얼마전까지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이웃이 아파하고 우리 이웃이 슬퍼해요

이런 서글픈 현실은 바로 우리의 이웃 이야기였고, 바로 우리의 이야기였습니다. 더 멀게는 10년 전 필자가 겪었던 바로 그 일입니다. 경제불황이 빚은 슬픈 이별이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슬픈 이별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제의 호황으로 즐겁게 만날 날이 가깝다는 것이겠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듯 희망을 품고 살아가노라면 좋은 날이 꼭 올 것입니다. 그날을 위해 삶의 터전에 오늘도 들어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