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그래, 부산을 쓰는 거야!…부산블로거 동장군 녹인 모임열기 아름다워라!

세미예 2008. 12. 8. 08:26

"어렵쇼! 날씨가 수상하다."

"오늘 부산지역 블로거모임 있는날 하필이면 이렇게 추울게 뭐람."

"오늘 블로그들의 모임이 있는 날인데 어떡한다."

"갈까말까 몹시도 망설여지네."

"가서 뭘 얻어올까 고민되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동장군이 창문을 열고 오셨다. 올겨울 큰 추위가 없다고 했던 기상청의 예보는 보기좋게 빗나가는 순간이다.  하필이면 오늘같이 블로그들의 모임이 있는날 날씨가 추워서 고생시킬게 뭐람.


양깡님의 발제가 진행되는 동안 부산블로거들이 경청하고 있다.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날씨

예보를 원망하면서 움츠린 가슴을 폈다. 동장군님의 뜻하지 않은 방문이 부산블로거 모임 참석여부를 고민하게 했다. “뭐 다른 핑계를 대고 오늘 블로거모임 펑크 내버릴까.”  동장군이 아니더라도 부산블로거 모임 참석을 망설이도록 만든 동기가  또 있었다. 바로 부산블로거들이 정한 모토였다. '오늘 모임은 차없는 대중교통 이용하는 날'이라는 미리 정한 모토도 한몫했다. 


그런데, 진짜 블로거모임 참석여부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모임의 성격때문이라고 해야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았다. 뚜렷한 성격없이 모이면 일반 친목모임하고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지나치게 공부성격으로 흘러버리면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의 일단을 덜어주려 모임을 주선한 디자인로그님께 미리 몇가지 이슈를 던졌다. 


'가? 말어?' 

"참석한다고 약속했으면 끝까지 지켜야지." 고민끝에 집을 나섰다. 저 시베리아에서 불어왔음직한 한 무리의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지나간다. 응달 한켠에선 투명한 얼음마저 보인다. 바람을 뚫고 대중교통을 탔다. 버스는 지하철공사 구간을 찔끔찔끔 달린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발을 동동 굴러본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모임장소 인근에 도착해보니 이미 약속시간은 지났다. 무엇으로 지각을 보상해야 하나. 난처했다. 고물상에서 철판을 하나 구입해 얼굴에 쓰고 못이긴채 하고 약속장소인 민들레영토 3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일찍 오신 블로거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얼굴에 철판을 쓸 이유가 없었잖아!


블로거모임엔 뭘 소개하지?

세상에서 제일 간단한 소개가 이어졌다. 그런데 블로거모임은 소개가 재밌다. 소개하라고 하면 블로그를 소개하는 사람도 있고, 쥔장을 소개하는 사람도 있고, 블로그와 닉네임을 한꺼번에 소개하는 사람도 있다.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저 블로그 많이봤는데, 저 닉네임 많이 봤는데' 이러다가 결국은 '아!'라고 말끝을 맺는다. 일반 모임은 직장이나 직위 실명을 소개하는데 블로거모임은 다르다.   





지역블로거의 나아갈 방향 화두 제시

블로거들은 뉴미디어의 기수다. 이슈를 소개하는 것도 첨단이다. 빔프로젝트를 타고 흘러내리는 진지한 블로거 이론과 연구성과. 파워포인트가 진행되는 동안 블로거들은 진지하다.  양깡님의 어젠다가 쏙쏙 머리에 박힌다. 


자유토론이다. 부담없는 갖가지 이야기들이 오간다. 블로고스피어스가 오가고 언론학 이론이 오간다. 블로거마케팅도 오간다. 블로거마케팅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오간다. 최근의 흐름도 오간다. 다음AD와 구글어드센스 문제점들이 오간다. 다음블로거뉴스 개선점도 오간다. 블로거와 1인미디어 논쟁도 오간다. 블로거모임 맞아? 언론학회의 언론학 교수들의 모임같다.


지역블로거가 지역이슈를 덜 다룬다?

지역블로거들이 지역이야기를 덜 다룬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었다. 블로거기자단의 특성상 전국적인 이슈나 전국적 이야기를 많이 쓴다는 지적이다. 옳다. 부산지역 블로거들은 부산을 노래하고, 부산을 쓰고, 골목골목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발굴해 전국에 알려야 한다.


지역이야기가 아직도 쓸 게 많다는 뼈아픈 지적이 뇌리에 꽂힌다. 


지역언론과 지역블로거 협업 어떻게?

지역블로거 모임의 주요 이슈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다. 올드미디어인 지역언론과 뉴미디어인 지역블로거는 지역이슈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협업이 가능하다. 협업은 위기에 처한 지역언론의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지역블로거에겐 지역언론과의 협업이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협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쟁관계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협업하고 어떻게 공존공생해야할 지 아직 뚜렷한 방향성은 없다. 


경남도민일보가 신선한 시도를 했지만, 아직은 평가를 내리기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 모임에서 좀 더 진전된 방향성 제시를 기대하면서 논쟁은 마감했다.


브레이크가 없다. 이러다간 저녁 내내 시간이 흘러도 이야기가 그칠 것 같지가 않다. 이때 생각들의 얼개를 탁 끊어놓는 소리가 있다. '꼬르륵' 배꼽시계가 저녁7시를 알린다. 7시에 맞춰 횟집으로 집결이다. 


뒷풀이는 속풀고 마음을 풀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회를 앞에두고 술잔이 오가고 콜라가 오간다. 혀가 약간씩 꼬인다. 가슴 저 한켠에 있던 생각들이 약간 꼬인 혀를 타고 마구 올라온다. 의논도 오가고 이런 저런 아이템도 오간다. 좋은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진다.  시계가 하염없이 흘러간다. 벌써 밤10시다. 


다시 횟집을 나와 이별의 시간이다. 못다한 이야기를 나눌팀은 또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긴다. 나머지 블로거들은 돌아간다. 블로거모임은 막을 내렸다.  



왜 블로거모임을 하지? 그래, 이래서 하는구나!

부산 블로거인 내게 묻는다. 왜 블로거모임을 하느냐고?  대답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커뮤니티형성이라고 한다. 커뮤니티 형성이 뭐가 중요하느냐고 다시 묻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가장 기초적인 사회속에 발을 디디고 살아야 한다고 답한다. 블로그의 진화를 위해선 끊임없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부산블로거모임은 커뮤니티 형성에 일조했다. 그래서 부산블로거모임은 아름답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블로그 운영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툭 던진다. 성공담과 실패담이 오간다. 자신의 블로그를 비춰보는 거울이다. 이만하면, 이런 블로거모임은 참석해볼만 하지 않을까.




"포털 관계자도 참여해 주세요"

온라인이 주활동 무대인 다음블로거뉴스 기자단이 오프라인으로 모였다. 블로그모임이란 거창(?)한 이름으로. 그렇다면 다음블로그 네이버 블로그팀스 관계자도 한번쯤 참석해도 좋지 않았을까. 지역블로거 모임이 활성화 될 수록 다음블로거뉴스의 발전도 가능하다. 포럼 성격으로 1년에 한번쯤은 지역을 순회하면서 모임을 가져보는 것도 새로운 모델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부산지역 송년 블로거모임 후기를 마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