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황당한 차끼어들기 다툼…그러나 기분좋은 끼어들기된 사연

세미예 2008. 10. 2. 09:08

"세상에 별의별 일이 다 있네요."

"무슨 일을 겪으셨나요?"

"글쎄, 너무 신기해서 사연이 길어요."

"어쨌든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 생겼어요."

"그래요? 들려 주세요."

"우연치고는 참으로 신기해요."

"그래서 사람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라고 하나봐요."




절친한 고교 동창한테 긴급 전화가 왔습니다. 저녁을 꼭 함께 먹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갑작스런 전화에 당황했습니다. 다짜고짜 저녁을 함께 먹어야 한다는 전화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것이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하고 약속을 잡아버린 친구가 한편으론 얄미웠지만 오랫만에 친구를 본다는 생각에 그렇게 나쁜 기분만은 아니었습니다. 



10개월만에 만난 고교 동창 일방적 저녁 약속 

지난해 연말 동기모임에서 보고 그동안 서로 바쁘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서로 연락을 못했습니다. 반가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약속시간인 저녁6시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먼저 도착해보니 뭔가 시간을 손해봤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친구는 오지 않더군요. 


그래도 절친한 친구 사이에 야속하게 빨리 오라고 전화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략 30분을 기다리니 친구는 나타났습니다. 또다른 일행과 함께 말입니다. 


차가 막혀 변명아닌 변명?

차가 막혀서 늦었다는 변명아닌 변명도 해댑니다. 일행 1명을 소개합니다. "야, 이 친구 모르겠나. 니 고교때 단짝친구 00 아이가! 뭐라고? 그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그 친구 00란 말이제. 우리가 그토록 소식을 궁금해하던 바로 00이란 말이가?" 20여년 만에 친구를 보니 정말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고교땐 참 다정하게 지냈는데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간 이래 지금껏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10대말에 헤어져 40대 중반에 만났으니 몰라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중년으로 접어든다는 40대 하고도 중반. 10대에 헤어져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더니 고교때의 그 절친함은 오간데 없고 처음엔 어색함이 묻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내 옛날로 돌아가 이런 저런 이야기가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 쏟아졌습니다. 가족, 직업, 사는 곳, 아이 이야기 등등. 너무나도 많은 궁금증이 20여년 이상의 단절의 벽을 메워주는 것 같았습니다. 서로에게 궁금한 것은 밤새 이야기를 나눠도 채 다 나눌것만 같았습니다. 





차 끼어들기 다툼하다 만난 고교 동창 

그런데, 나를 배꼽잡게 한 또한번 재밌는 일이 있었습니다. 두 친구가 만나 내게 오기까지의 사연이 황당하고 우스워 저녁은 딴전이고 웃음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이들 두친구의 만남은 교통체증으로 인한 차끼어들기가 만들어 줬다고 합니다. 마산에 살고 있는 이 친구들은 전혀 서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각자 용무를 보고 차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가 막혔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속도로 진입로 부근에서 차 한대는 끼어들기를 시도하고 또 차 한대는 못끼워 주겠다고 실랑이를 벌였다고 합니다. 서로가 운전자가 누구인지 모르다보니 양보 대신 자존심 싸움을 한 것이죠. 


이들이 친구사이인 줄 알았다면 서로 끼어주고 양보하고 재밌게 운전했을텐데 서로 생면부지라 서로간에 한참을 실랑이를 벌인 것이죠. 제법 오랫동안 끼어들기 씨름을 하다가 서로 경적소리를 울리고 급기야 거친말까지 오갔다고 합니다. 


이들은 나중엔 감정이 격해져 톨게이트 인근의 갓길에 서로 주차하고 한바탕 싸울 기세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로가 서로를 훑어봤더니 아무래도 안면이 있는듯 하여 싸움은 뒤로한 채, 어떻게 해서 안면이 있는 것인지 하나씩 따져보기 시작했답니다. 




고교 동창 확인하고 머쓱

고향을 물어보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고교 동창임을 뒤늦게 알아챈 것이었습니다.  고교동창인 것을 확인하고 너무 반가워 언제 끼어들기 싸움을 했냐는 듯 다정한 친구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끼어들기가 친구를 다시 만나게 해준 것이죠. 너무나도 반가워서 그날 곧장 한잔 하면서 그동안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리고선 몇일 지나 그 친구들이 내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죠. 


한편으론 어이없고 한편으론 반갑고 참으로 기분이 묘했습니다. 이 친구들 한술 더 뜨 내게 이런 농담을 하곤 합니다. "한 20여 번만 더 끼어들기 다툼하면 고교때 우리반 애들 몽땅 다 만나게 될 것이야." 이렇게 생각하면 끼어들기 다툼을 잘한 셈인가요. 참으로 역설적이죠. 





끼어들기는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야 

그런데 끼어들기는 서로 한발씩 양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통체증을 오히려 유발합니다. 저도 가끔씩 끼어들기 실랑이를 경험합니다. 따지고 보면 끼어줘도 되고 또 조금 늦게 가도 되는데 운전대를 잡으면 사람들은 마음이 조금씩 급해집니다. 그러다보니 여유가 그만큼 없어지는 것이겠죠.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양보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아세요. 끼어들기 다툼을 하고 있는 바로 옆차에 이번처럼 친구가 타고 있거나 아니면 직장상사가 타고 있을 지 누가 알겠어요. 또 혹시 압니까. 끼어들기 다툼을 했던 사람이 이 다음에 내게 은인이 될 분이었다면 얼마나 죄송하겠습니까. 또 젊은 청춘남녀들의 미래의 아내 혹은 남편이 타고 있을 줄 모르잖습니까. 오늘은 이런 저런 생각을 다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