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기대로 시작 해프닝으로 끝난 황당한 배달사건 전말?

세미예 2011. 10. 4. 09:11

"야, 누가 이렇게 싱싱한 고등어를 보냈지?"

"감사하기도 해라. 고맙게 잘 먹어야지."
"삐, 실례합니다."
"뭐라고 배달이 이럴수가?"
"배달 실수지만 참 재밌군요."
"해프닝이라 아찔했습니다."



삶을 살다보면 참으로 많을 일들을 겪게 됩니다. 어떤 때에는 해프닝 때문에 웃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해프닝 때문에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또 어떤 때에는 해프닝 때문에 무안해지기도 합니다. 인생은 해프닝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난주 배달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배달는 물건을 배달해주는 편리한 서비스제도입니다. 그런데 이 배달 때문에 참 멋쩍은 일을 겪었습니다. 세미예 가정의 황당하고 멋쩍은 배달사건 전말 궁금하지 않으세요?


배달사고를 일으킨 고등어. 블로거 이웃이 보낸줄 알고 미리 사진을 찍어 뒀습니다.


"고맙게도 누가 보냈지?"
지난주 초 퇴근하려는데 우편함에 경비실에 들러 택배를 찾아가라는 메모가 남겨져 있습니다. 메모를 따라 경비실에 들렀더니 스티로폼 박스가 있습니다. 아파트 동과 호수가 분명 세미예 가정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보낸 사람의 주소나 연락처가 없습니다. 심지어 세미예 가정의 주소나 받는 사람의 주소와 전화번호 이름조차 없습니다.  그냥 스티로폼 박스에 아파트와 동과 호수만 선명하게 적혀있습니다. 

"싱싱한 생선을 누가 왜?"
경비실에도 누가 보냈는 지 기록이 없습니다. 미심쩍었지만 아파트와 동과 호수가 워낙 선명하게 적혀있어 일단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아파트이름과 동과 호수가 분명해서 일단 내용물을 살짝 열어봤습니다. 

싱싱한 고등어가 제법 큰 것들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얼리지 않은 생고등어라 싱싱합니다. 하지만, 생고등어라 빨리 해먹어야 싱싱합니다. 그런데 누가 보냈는 지 알길이 없어 찜찜했습니다.

보낸사람을 확인할 길이 없다니?
내용물을 확인하고선 이내 고등어를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누가 보냈는지 알아야 해먹든지 돌려보내든지 처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가 보냈는 지 아무런 단서가 없습니다. 스티로폼 박스에 테잎엔 택배회사의 이름만 있습니다.

스티로폼 박스 상단엔 아파트와 동과 호수만 표기돼 있습니다. 이러니 더 보낸 사람이 궁금해지고 함부로 처리할 수 없었습니다.

블로거 이웃이? 친척이? 친구가?
배달을 보낸 사람이 궁금해집니다. 형제들에게 전화를 넣어봅니다. 아무도 보낸 사람이 없습니다. 보낼만한 친척에게 전화해 봅니다. 모두들 보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산회사와 관계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넣어봅니다. 모두 아닙니다. 

블로거 이웃 중에 누군가 보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블로그로 들어와 봅니다. 비밀 댓글이나 방명록을 살펴봅니다. 아무런 흔적이 없습니다. 메일을 열어봅니다. 역시 아무런 단서도 없습니다. 

뇌물? 기관장의 선물?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등어를 보낼 사람이 없습니다. 혹시 '뇌물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뇌물을 받을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도 아닙니다. 기관장의 선물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관장의 선물이라면 해당 기관이나 해당 기관장의 이름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단서도 없습니다.




하루가 흐르고 이틀이 지나고…
냉장고속에 고등어는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이틀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누가 보냈다는 단서를 도대체 찾을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누가 보냈는 지도 모르는 생선을 함부로 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시간이 자꾸만 흘러가니 생선의 가치는 자꾸 떨어집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흘째 냉장고속 생선냄새가 진동?
냉장소속에 넣어둔 고등어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사흘이 지나도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보냈는 지, 왜 보냈는 지 알아야만 해 먹든 아니면 돌려보내든지 처리해야 하는데 도대체가 알길이 없습니다. 경비실에 물어봐도 아무런 단서를 찾을 길이 없습니다.

나흘째 생선에 손을 대다?
사흘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은 없고 고기는 자꾸만 신선도가 떨어집니다. 이대로 나눴다간 생선이 그냥 버려야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 연락을 줄때까지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결국엔 꽁꽁 냉동시켰습니다. 생선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습니다.  

5일째 드디어 식탁으로?
4일이 흘러가도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그래서 5일째 되는날 엄마 세미예가 고등어 한 마리를 꺼내 요리를 시작합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습니다. 그래도 누가 보냈는 지 알길이 없어 찜찜합니다. 나머지 고등어는 냉동실에 꽁꽁 얼려져 있습니다. 누가 보냈는 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더 이상 손을 안대기로 합니다.

7일째 주인이 나타나다니?
'실례합니다'

7일째 되는 날 인터폰이 울립니다. 문을 열고 나가봤더니 60대의 어르신 두 분이 생선이 든 택배를 찾으러 왔다고 말합니다. 어르신의 친구가 수산창고를 경영하는데 생선이 너무나도 싱싱해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파트 동은 제대로 적었는데 호수를 잘못적었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친구분이 '잘 먹었냐'라는 전화가 걸려와서 택배를 보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무안할때가 또 있을까?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것도 모르고 저희 것인줄 알고 한 마리를 해먹었습니다.

참으로 무안했습니다.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었습니다. 냉동고속 꽁꽁 얼린 고등어를 다시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돌려 주면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 마리만 해 먹어 약간은 덜 미안했습니다. 




황당하고 멋쩍을땐 어떡해?
"고등어 한 마리 값을 치러야 하지 않을까요?"

고등어를 돌려주고 나니 무척이나 무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조금만 더 참고 한 마리도 해먹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때늦은 후회를 해봅니다. 엄마 세미예는 무안하고 부끄러워서 고등어 한 마리 값을 치르는 게 어떻냐고 합니다. 그런데 그 어르신을 또 본다는 것도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감히 찾아갈 엄두가 안나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혹시 이런 경험해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