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생활

장마철에 구멍난 고무신을 신고다녀?…고무신의 아련한 추억?

세미예 2010. 7. 13. 11:28

뒤척뒤척이며 간신히 잠든 아버지를 내려다 봅니다. 야윌대로 야위어 뼈만 앙상합니다. 평생 힘이 왕성할 줄 알았던 아버지가 수척하신 모습은 어린시절시절엔 미처 상상을 못했습니다. 그토록 강건하실 것이라 믿었는데 세월앞에 그 어느 누구도 장사가 없는 듯 합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노화라는 과정을 통해 힘조차도 스러지는 것 같습니다.




비가 하늘에서 마구 퍼붓습니다. 장맛비가 마구 퍼붓습니다. 세상의 모든 안좋은 것들을 모두 삼켜버릴 태세입니다. 좋았던 기억마저 이내 삼켜버릴 기세입니다. 그 끝이 무섭기만 합니다.

장맛비처럼 힘이 왕성했던 아버지, 지금은 병마에 시달려 병실에 누워계신 아버지의 모습은 결코 상상했던 모습이 아닙니다. 어린시절 가난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고무신이 그토록 사고 싶었는데?
어린시절 세미예는 고무신을 신고 다녔습니다. 세미예 또래의 아이들이 다 그랬듯이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녔습니다. 검정 고무신은 바닥이 잘 닳습니다. 바닥이 닳으면 이내 구멍이 생깁니다.

장맛비가 거세게 퍼붓던 날엔 검정 고무신에 구멍이 나면 금방 양말까지 젖고 맙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실에 들어서면 이내 양말이 흥건이 젖어버립니다. 

젖은 양말을 질질 끌고 교실 마룻바닥을 다녀야 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양말을 벗어보니 발이 물에 젖어 불어있습니다.

장날이면 검정고무신을 기대했는데?
시골은 5일장이 최고의 날입니다. 장날이면 장사꾼들이 물건을 가져와서 팔게 됩니다. 필자는 장날이면 검정고무신을 부모님이 사오리라 기대를 했습니다. 

어머님이 안 사오시고 장에 가신 아버님마저 사오시지 않습니다. 필자는 실망으로 밥도 먹지않고 분해서 뒷동산에 뛰어 올라갑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놀을 바라보면서 어찌나 섧게 울었던 지, 그때는 참으로 부모님이 미웠습니다. 그때는 가난이 그래서 몹시나 싫었습니다. 



육성회비 마련하려고?
저녁도 거른채 뒷동산을 뛰어 다니다가 땅거미가 내려앉자 갑자기 겁이 납니다. 이내 뛰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자존심 때문에 당당하게 집으로 못들어가고 부모님이 안계실때 살짝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덮어쓰고 자는 체 합니다.

부모님은 저녁을 먹으라면서 깨웁니다. 못들은 척 하고 자는체 합니다. 부모님이 이런 저런 의논을 합니다. 역시 집안일입니다.

필자의 육성회비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러고보니 육성회비를 낼 기간이 다 되어갑니다. 당시는 의무교육이 아니라서 돈을 마련해야만 학교에 낼 수 있었습니다. 필자의 누님들과 동생들까지 4남매 교육비를 마련하느라 이것 저것 곡식을 파셨습니다.

깜짝 잊으셨던 고무신
부모님 대화를 들으니 곡식을 팔아 돈을 마련하는데 신경을 곧두세우다가 필자의 고무신을 살 생각을 깜빡 잊으셨습니다. 당시 필자는 잊으신 것을 몰랐습니다. 일부러 안 사오신 줄 알았습니다. 이불속에서 그래도 당시엔 참 속이 상해 있었습니다.

부모님 것은 시장 물품에 없다니?
시장에서 사온 것들을 부모님이 이야기하십니다. 필자의 고무신을 사오지 않으셨다고도 하십니다. 사온 것들을 들어보니 생필품들입니다.

그런데 부모님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로지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 어린시절이었지만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가난이 가슴아팠고 왜 부모님들은 그렇게 살아야 하는 지 당시엔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왕성하던 아버님이 이제는?

아버님은 병마에 시달리고 계십니다. 오랜 병마에 몸 전체가 야윌대로 야위어 마른 장작같습니다. 아버님을 생각하면 어린시절이 절로 생각납니다.

그토록 힘이 왕성하셨던 아버님이 이제는 야윌대로 야위어 마른 장작처럼 변했습니다. 병실에서 잠든 아버님을 내려다 봅니다. 그 왕성하던 힘을 다시 회복하셔서 다시 일어나라고 기도해 봅니다.




블로거 이웃님 죄송해요
최근 아버님이 병마에 시달리시다보니 예전처럼 블로거 이웃님들을 찾아뵙지 못합니다. 매일같이 죄송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