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칼럼

에구, 남의 집앞에 주차했다가…주택가 주차도 이젠 아찔 왜?

세미예 2008. 5. 29. 12:40

"차 좀 빼주세요" 

"예, 지금 갑니다."
 "빨리 차 빼이소"
"예, 금방 갑니다."
"빨리 차 빼라. 좋은 말 할때"
"?????" 



참 황당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다짜고짜 반말조인데다 협박조입니다. 주차관련 전화로 반말부터 해대는 참으로 어이없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주차 빼주기는 고사하고 반말을 제멋대로 지껄이고 욕지꺼리까지 해대는 황당한 주민이 있다면 어떤 기분이겠습니까. 황당한 사람을 만난 사연속으로 함께 떠나보시죠.



어젯밤엔 아이와 집사람을 데리러 처가에 갔습니다. 처가 인근 한 집앞에 주차했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주차할 공간이 딱히 없었는데 다행히 빈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곳은 화분이라든지 빈통같은 것들이 없었습니다. 막 주차를 하고 2분 가량 걸어 처가에 들어서는 순간 휴대전화가 울립니다. 빨리 차를 빼라고 합니다. 5분만 기다리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못기다리겠다며 빨리 차를 빼라고 하더군요.

다시 신발을 신고 뛰어서 차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분의 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앞이라고 무조건 빼라는 것 같았습니다. 차를 다른 곳으로 빼자 그 분은 집안에서 물통을 들고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또 동네를 돌았습니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더군요. 역시 빈통같은 거치물이 없더군요. 주차를 하고 다시 처가로 들어갔습니다. 장모님이 과일을 먹고 아이를 데리고 가라고 했습니다.



장모님이 수박을 막 썰고 계시는데 또 휴대전화가 울립니다. 한 할머니 전화입니다. 다시 뛰어갔습니다. 아마도 그 할머니는 자녀를 위해 잠도 주무시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남의 집앞에 주차했다고 호통을 치시더군요.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주차공간을 찾아 돌아다녀 다른 곳에 주차했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아무런 거치물이 없었습니다. 다시 처가로 들어가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좋은 말 할때 후딱 차 빼라."라고 첫말이 반말이더군요. 누가 이렇게 무례한가 생각하고 차로 급하게 뛰어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엔 덩치 큰 젊은이 3명이 발을 삐딱하게 디디고 서 있더군요.




팔엔 문신도 있더군요. 차를 탕탕 손으로 치고 발로 차더군요. 그런데도 아무런 대꾸를 할 엄두를 못냈습니다. 이럴땐 빨리 도망치는 게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곳을 빨리 벗어나 다른곳으로 갔습니다.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차를 도로에 대고 비상 깜빡이를 넣은 채 집사람과 아이를 내려오게 했습니다. 과일은 하나도 먹지 못했습니다.

장모님이 수박과 참외를 싸주시더군요. 제가 겪은 이 일은 저만의 일이 아닌 우리 주변에 일상화된 모습니다. 주차문제로 이웃간에 실랑이도 일어나고 사건사고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주차문제는 딱히 해결책이 없는 일상화된 문제입니다. 땅은 좁고 차는 많다보니 주차공간이 부족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웃간에 분쟁을 최소화 하도록 하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주차를 할때 연락처를 꼭 남겨두는 메너는 필 수입니다. 

빈공간에 아무런 거치물이 없다고 해서 무턱대고 주차하지 마시고 누가 지키는 지 안 지키는 지 살펴보시고 주차해야 합니다. 자기집 앞이라고 차를 빼라고 연락오면 무조건 빼주면 됩니다. 내가 조금 손해보면 분쟁이 없어집니다. ‘이 땅이 당신 땅이냐?’라고 따지면 분쟁이 생깁니다. 어차피 전국적으로 주차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차분쟁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분쟁을 분쟁으로 맞대응 해버리면 이웃간에 감정만 나빠집니다. 


개인적으로 전 남의 집앞에 주차했다가 백미러를 깨진 경우를 당한 경험도 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백미러를 박살냈더군요. 또 한번은 자기집앞에 주차했다고 타이어를 펑크냈더군요. 하지만 심정은 가지만 물증이 없기 때문에 해꼬지 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저도 무척이나 화가 났었습니다.




하지만 어찌할 수가 없더군요. 화를 내보니 저만 손해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좋은 게 좋다’라는 식으로 조금 손해보고 맙니다. 왜냐하면 이게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어젯밤엔 전화거신 분이 조금 야속했습니다. 한 5분만 기다리면 차를 빼겠다고 하소연 했는데 5분도 못기다리겠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그 분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게 우리의 서민이 살아가는 평범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부자들이야 차고지가 있어서 이런 문제를 걱정하지 않지만 주차하는 분도 주차를 못하게 하는 분도 딱히 주차지가 없기 때문입니다.